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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우 Jan 04. 2021

큐베이스가 유명한 이유를 알아요?

방구석 래퍼의 미디 작곡 정복기 #2

[미디 작곡 정복기 #1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됐다. 23살. 이 나이를 보고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꼰대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복학생 아저씨가 된 난 이미 그런 부류로 취급되고 있었으니까. 대학교에 갓 들어온 20살 청년들을 보며 '허허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지' 또는 '저 때가 좋을 때지'라고 말하기 좋은 나이가 바로 23살이다.


그때 난 내 몸이 과엠이나 동엠, 또는 총엠 같은 파티 문화에 적응하기엔 너무 쳐져 버렸다고 느꼈다. 원래 새내기 때에도 밤새는 건 딱 질색이었고, 더군다나 이제 얼굴엔 사회복무요원 시절 민원인들의 거친 침방울로 만들어진 물길마저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누군가는 이를 주름이라 한다). 이런 상태의 내가 새내기들이 가득 찬 파티에 참석한다면, 그들의 낭만적인 캠퍼스 라이프에 위해를 가할 것임이 분명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23살이 뭔 주름이야!'라며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당신이 그 시절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을 만큼 늙었음을 반증할 뿐이다. 필자의 지론 중 하나는, 주름은 유치원생도 생긴다는 것이다. 필자의 유치원생 시절 '자율형 간식 제도'가 실시되면서 하루에 한 번, 어느 시간에 제크와 서울우유를 먹어야 가장 높은 행복 수치를 기록할 수 있을까 깊은 고민에 빠졌던 생각이 난다. 그때 어린이용 탁자에 놓인 거울 속 필자의 모습은 상념이란 주름이 깊게 새겨진 노인과 같았다. 사실 이건 예삿일도 아니다. 미지의 에어 바이올린 때는 어땠는데. 어휴.

이처럼 나이를 떠나서 힘든 일은 항상 있고, 그렇게 사람은 좀 더 얻어터져도 좋은 몸으로 커져가는 법이다. 그렇다고 이를 '지나 보니 별 거 아니었어', '허허 그땐 다 그렇지'라고 생각할 일도 아니다. 그때 일이 지금 다시 온다고 가정해도 100% 힘들 것이다. 생각해보자. 일단 오늘 저녁엔 뭘 먹을 것인가? 내일 재입대를 해야 한다면? 이번 회사 승진 시험을 수능으로 본다면? 그렇다. 그저 지나갔음에 감사하자.


그렇게 노쇠한 23살이 된 난 과 생활보다 동아리 생활을 좀 더 재밌게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1학년 때 다니던 민중가요 동아리를 탈퇴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민중가요동아리라니, 뭔 2010년대에 최루탄 맞을 소리인가. 이런 동아리에 다닌다는 사실을 친구들한테 말했다가 북조선 사람이라고 놀림받은 후로, 그곳을 밴드 동아리라고 둘러대는 버릇이 생겼다. 일종의 '거짓말하지 않으면서' 오해를 피하는 방법이었다.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 다 있었으니까. 민중가요 동아리라고 진짜 깃발 들고 시위하러 가는 게 아니라고. 이 사람들아.


하지만 1년 동안 함께 공연을 하며 정들어버린 민중가요 동아리를 탈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이전에 내가 민중가요 동아리를 택했던 건 그곳에 친한 동기가 있었고, 선배들이 친절했고, 통기타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사람이 좋은 곳인 만큼 선배들도 나의 탈퇴를 많이 아쉬워했고, 한편으론 학업 때문에 바빠서 동아리를 접는 것이 아닌 다른 동아리로 간다는 것 자체가 조금 당돌해 보였다.


나는 선배들의 만류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작별 인사를 하고 힙합 동아리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것이 애초에 미디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유였다. 나는 힙합과 랩이 좋았고, 가끔 시간이 날 때 무료 비트에 가사를 얹혀 핸드폰으로 녹음하는 게 좋았다. 복학 후 새로운 동아리에 적응하는 것이 부담일지라 해도, 먹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난 곧 힙합 동아리가 민중가요 동아리와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가장 도드라진 것은 누군가 챙겨주는 분위기가 아니라 알아서 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기타 못 쳐도 환영, 저희가 가르쳐드려요' 같은 여느 교내 음악 동아리가 아니었다. 공연에 서려면 공연에 설 자격이 있어야 했는데, 알아서 팀을 짠 다음, 인터넷에서 무료 비트를 구하고, 가사를 써서 발표회를 하는 방식이었다. 그 후엔 투표를 해서 좋은 곡만 올라가고, 일명 '구린 곡'은 공연에 서지 못했다. 결국 못하는 사람은 못하고, 잘하는 사람은 많이 할 수 있는, 조그만 쇼미 더 머니 같은 곳이었다.


나는 그런 힙합 동아리의 분위기에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힙합 좀 듣고 노래방에서 부르고, 혼자 엉터리 가사 몇 번 써본 정도인 그에게 가혹한 조건이었다. 심지어 복학생 신분인지라 '귀여운 신입생이니 애교로 봐드릴게요~♡' 같은 암묵적인 룰도 적용이 불가능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딱히 힙합 동아리에서 친해진 사람이 없었다. 그저 대화를 듣고 조금 껴보는 정도가 다였다. 군중 속의 고독이었다. 친숙하지 않은 분위기 때문인지 동아리 방도 유독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그곳엔 동아리방 전체를 덮을 정도의 커다란 책상 하나, 소파하나, 컴퓨터 한 대가 다였다. 유일한 복지는 옆의 옥상에서 담배를 필 수 있는 정도였는데, 난 흡연자도 아니었다. 그렇게 동아리 방은 어쩌다 정말 시간이 남을 때 아니면 정기 모임 때만 가는 곳이 되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모임날, 내게 일말의 기회가 생겼다. 동아리원 하나가 컴퓨터를 잡고 끙끙대고 있었는데, 바로 그 프로그램이 내가 미디 학원에서 배우고 있던 큐베이스였던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 반가웠고, 그 동아리원을 도와 간단한 오디오 편집을 마무리했다. 그때 난 알게 되었다. 이 힙합 동아리엔 랩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큐베이스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그 일 이후로 내가 이 동아리에서 추구해야 할 포지션을 알게 됐다. 아니, 꼭 동아리가 아니더라도 이 기술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를 둘 수 있는 매개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건 일종의 생존 본능이었다. 그래야만 이 조그만 쇼미 더 머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뒤늦게 깨달은 미디 작곡 꿀팁 #2

미디 시퀀서를 선택해보자


미디 시퀀서는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자유다. 서로 디자인이 다르고 특화된 기능이 조금씩 달라서 그렇지, 기본적인 음향 원리는 같으므로 하나를 잘 배우면 나머지도 사용할 수 있다. 마치 워드를 쓰냐 한글을 쓰냐 같은 차이처럼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래서 실제 프로들은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시퀀서를 사용하거나 옮기기도 한다.

아래에는 대표적인 DAW(디지털 음성 워크 스테이션, 쉽게 말하면 컴퓨터로 각종 오디오를 에디팅 하는 일련의 작업 환경) 6종이 소개되어 있다. 현재 필자는 큐베이스를 주로 쓰고 있으며, FL과 로직은 다른 사람과의 작업 때문에 간단히 만져본 정도, 프로툴은 어깨너머로 본 정도다. 그리고 사실 에이블톤 라이브와 스튜디오 원은 사용해 본 적이 없어, 설명이 좀 부족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초보들에게는 가장 보편적인 큐베이스나 로직을 추천한다. 보편적이란 말은 곧 배울 곳도, 써먹을 기회도 많다는 뜻이다. 또한 시퀀서 선택에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는 말자. 근본을 생각하면, 시퀀서보다 음악 실력이 먼저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이니까.


1. 큐베이스

한국에서 미디 시퀀서(음악을 녹음, 편집하는 프로그램)라 하면 큐베이스가 제일 유명하다. 첫째 이유는 큐베이스가 초기 DAW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처음 발달할 당시에는 딱히 큐베이스에 버금갈 만한 프로그램이 없었고, 큐베이스는 지금까지 그 선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선점 효과에는 불법 복제 버전(크랙)도 한몫했다. 가장 유명한 게 큐베이스5인데, 이 버전은 전부 불법 복제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P2P나 토렌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출시된 지 10년도 넘은 지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작곡/오디오 편집을 큐베이스5로 입문한다. 그리고 그런 입문자들은 숙련자가 되어서도, 결국 가장 익숙한 DAW인 큐베이스 정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가장 최신 버전은 큐베이스11이다. 이는 기존에 정품이 있었다면 일정 요금을 내고 업그레이드하면 되고, 없었다면 구매해야 한다. 물론 업그레이드는 자유고, 기능에 큰 문제가 없다면 이전 버전을 써도 된다. 또한 같은 큐베이스라 해도 Elements, Artist, Pro 버전이 있는데, 이 세 버전은 트랙 수/내장 악기/오디오 편집 기능 등에 차이가 있다. 여기서 Pro 버전이 모든 기능을 풀(Full)로 지원하는 버전으로 가격이 제일 높다.


참고로, 정품 큐베이스의 가격을 조금 낮추고 싶다면 Education 버전을 구매하는 게 좋다. 교육용 버전은 학생용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일반 버전과 전혀 차이가 없다. 대신 이는 구매 시 학생증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만약 주변에 학생이 있다면 대신 구매해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종의 편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시퀀서의 가격이 워낙 비싼 터라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쓴다.


마지막으로, 큐베이스의 장점은 관련 정보가 많다는 점이다. DAW의 대표인 만큼 관련 교육 서적이나 영상이 많아 초보들이 배우기 좋다. 학원 선생님들도 학교에서 큐베이스로 배운 사람들이 많아 대부분 이걸로 가르친다. 요즘은 간혹 큐베이스가 타 시퀀서에 비해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데, 이는 꾸준한 버전 업데이트로 보정하는 추세다.



2. 로직

큐베이스와 투톱에 있는 DAW다. 로직은 애플에서 만든 시퀀서로 매킨토시(Mac)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사실상 윈도는 큐베이스, 맥은 로직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로직은 맥을 구매할 때 옵션으로 들어있는 상품이기도 하며, 타 DAW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맥 자체가 비싸다는 게 함정.


애플 하면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로직 역시 그런 취급을 받는다. 약간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보며 어깨를 으쓱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이런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애플이 오디오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서, 로직을 써보면 기본 악기 사운드가 상당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곡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연주를 해주는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3. 프로툴

스튜디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툴이다. 그만큼 녹음 및 오디오 에디팅에 특화되어 있는 툴. 실제 음반 작업을 하면 악기 외에도 정말 많은 보컬과 코러스를 작업해야 하는데, 프로툴을 이용하면 이런 편집을 아주 빠르고 유용하게 할 수 있다.


반면 미디 작곡 기능은 타 DAW에 비해 부족해서, 작곡 툴이라기보단 말 그대로 오디오 에디팅에 적합한 툴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람들은 크게 접근할 일이 없는 편. 물론 요즘 최신 버전은 이 부분을 굉장히 많이 보강해서 작곡 툴로 써도 괜찮다고 하는데, 여전히 일반적인 인식은 '프로툴=녹음실 엔지니어용'이다.



4. FL Studio

사실 필자는 큐베이스보다 FL Studio를 먼저 만졌다. 그 이유는 FL이 일련의 패턴을 먼저 만들고, 그 패턴을 이어나가는 방식이라 반복적인 드럼이 핵심인 힙합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미디 관심 있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힙합이나 EDM을 좋아하는 터라, FL은 이용자들끼리 모여있는 커뮤니티도 제법 있는 편이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입문자도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큐베이스와 로직에 비해 마이너한 것은 사실이다.



5. 에이블톤 라이브

한국에는 기리보이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여기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악기 및 이펙터, 사운드 팩이 괜찮다는 평이 많아 국내에서는 최근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아직은 정보가 큐베이스나 로직에 비하면 많지 않아서 처음 입문용으로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편의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좋다고 하니 다른 DAW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 옮기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Ableton Live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시퀀서처럼 가로 시간 줄에 따라 세션을 재생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라이브 연주에 유용한 Session View라는 UI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Session View에서는 전용 컨트롤러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악기를 조합한 연주가 가능해 라이브 공연 연주자 및 디제이들에게 적합하다.



6. 스튜디오 원

스튜디오 원은 큐베이스와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유사한데, 초기 개발자 중 한 명이 큐베이스 개발자였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다. 또한 이는 후발 DAW 소프트웨어로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초반부터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 어려운 입문자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여러 DAW들의 장점을 모아놓아서 편리하다는 것도 장점.


이래저래 에이블톤 라이브와 함께 '젊은 피'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아직 국내에 정보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유튜브에는 어느 정도 기초 강좌가 있는 모양이니 사용을 원하는 유저는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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