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래퍼의 미디 작곡 정복기 #2
물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23살이 뭔 주름이야!'라며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당신이 그 시절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을 만큼 늙었음을 반증할 뿐이다. 필자의 지론 중 하나는, 주름은 유치원생도 생긴다는 것이다. 필자의 유치원생 시절 '자율형 간식 제도'가 실시되면서 하루에 한 번, 어느 시간에 제크와 서울우유를 먹어야 가장 높은 행복 수치를 기록할 수 있을까 깊은 고민에 빠졌던 생각이 난다. 그때 어린이용 탁자에 놓인 거울 속 필자의 모습은 상념이란 주름이 깊게 새겨진 노인과 같았다. 사실 이건 예삿일도 아니다. 미지의 에어 바이올린 때는 어땠는데. 어휴.
이처럼 나이를 떠나서 힘든 일은 항상 있고, 그렇게 사람은 좀 더 얻어터져도 좋은 몸으로 커져가는 법이다. 그렇다고 이를 '지나 보니 별 거 아니었어', '허허 그땐 다 그렇지'라고 생각할 일도 아니다. 그때 일이 지금 다시 온다고 가정해도 100% 힘들 것이다. 생각해보자. 일단 오늘 저녁엔 뭘 먹을 것인가? 내일 재입대를 해야 한다면? 이번 회사 승진 시험을 수능으로 본다면? 그렇다. 그저 지나갔음에 감사하자.
미디 시퀀서는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자유다. 서로 디자인이 다르고 특화된 기능이 조금씩 달라서 그렇지, 기본적인 음향 원리는 같으므로 하나를 잘 배우면 나머지도 사용할 수 있다. 마치 워드를 쓰냐 한글을 쓰냐 같은 차이처럼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래서 실제 프로들은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시퀀서를 사용하거나 옮기기도 한다.
아래에는 대표적인 DAW(디지털 음성 워크 스테이션, 쉽게 말하면 컴퓨터로 각종 오디오를 에디팅 하는 일련의 작업 환경) 6종이 소개되어 있다. 현재 필자는 큐베이스를 주로 쓰고 있으며, FL과 로직은 다른 사람과의 작업 때문에 간단히 만져본 정도, 프로툴은 어깨너머로 본 정도다. 그리고 사실 에이블톤 라이브와 스튜디오 원은 사용해 본 적이 없어, 설명이 좀 부족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초보들에게는 가장 보편적인 큐베이스나 로직을 추천한다. 보편적이란 말은 곧 배울 곳도, 써먹을 기회도 많다는 뜻이다. 또한 시퀀서 선택에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는 말자. 근본을 생각하면, 시퀀서보다 음악 실력이 먼저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