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아이가 아프면 생기는 일

소아과 전쟁

by 글로업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안고


겨우 소아과 건물 앞에 도착했다.



뉴타운이라고 불리는 아이 많은 동네에서


소아과 바꾸기만 8번.


차를 타고 가보기도 하고,


도보로 가능한 거리에도 가보았지만


소아과...


마땅한 곳이 없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이라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메디컬 타워라 불리는


새로 짓는 건물들은


임대만 붙였다 하면


소아과만 빼고 다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선택했던 소아과.


예전부터 이 동네에 오랫동안 있었던 소아과라


낡고 허름한 걸 감안하고 선택했었다.


그럼에도 늘 낡은 시설이 불만이었는데,


오늘만큼은 소아과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걸 보고


안심하며 기쁜 마음으로 들어갔다.








뚜벅뚜벅





진료시간이 끝나가는 소아과라 사람이 거의 없다.


내 발소리가 유독 크게 귀에 꽂혔다.





접수 데스크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내 발소리에 놀란 간호사가


데스크에 앉아있다가 미어캣처럼 벌떡 일어나서


토끼눈을 하고


나와 아이를 번갈아 쳐다본다.




"오늘 접수 마감됐어요...."



접수 마감이라는 말에


생을 마감하는 기분이었다.






순간 기지를 발휘해서 말을 꺼냈다.


"아... 애기가 열이 많이 나서요..."

(왠지 1절만 하면 안 받아줄 분위기다.)


"아!! 그것보다 숨 쉬는 소리가 이상해서


폐렴으로 번질...."






그런데 간호사가 안타까운 표정을 하며


내 말을 끊었다.


"죄송해요. 원장님이 오늘 학회 일정이 있어서..."



"여기서 지하철 두 정거장이면 대학병원 응급실이 있어요."


(???!!!!)




그렇게 열나는 아이와 나는 진료도 받지 못한 채


소아과를 빠져나왔다.




응급실.... 단 한 번도 아이를 데리고 가본 적이 없는 곳.


폐렴일지 아닐지도 모르는 아이를 안고


응급실에가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길을 걸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에서는 첫눈이 내렸다.


"펄펄~~ 눈이 옵니다~~"

(내 귀에는 펄펄~~ 열이 올라요~~로 들린다.)

(환청 매직)



열 때문에 볼과 귀가 빨개진 아이가


눈을 보며 신난다고 노래를 불렀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을 가 본 적은 없지만,


응급실에 가게 되면 체력전이 될 것 같아서


집으로 돌아가서 유모차를 가지고 나왔다.




아직 어린이집 하원 조차 하지 못한


큰아이가 마음에 걸 남편에게 오늘 저녁 회식은


취소하고 큰아이 하원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종종걸음으로


응급실로 출발했다.



아이는 그새 기운이 많이 빠졌는지


눈을 보고도 축 쳐져있다.




첫눈 치고는 눈이 꽤 많이 내려서


길이 미끄러워


간호사가 일러준 대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또 하나의 장벽을 마주하게 되는데...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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