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라고 말하면 필수로 물어보는 질문
어린이집 엄마들의 정치 판을 벗어나
어느 순간 진짜 사회로 나갈 시기가 되었다.
"복직"
너무나도 큰 산처럼 보였던 복직이라는 산을
넘어보겠노라 다짐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복직을 알리기 시작했다.
"저 이제 곧 복직해요."
나의 복밍아웃(?)에 사람들의 첫 질문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ㅇㅇ ㅇㅇ 받아?"
(.....)
처음엔 복직한다는 말에 무슨 엉뚱한 질문인가 싶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왜 이 질문을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드르륵드르륵"
조용한 사무실 책상 위에
내 휴대폰이 혼자 요란하게 진동한다.
화면을 보니 어린이집이다.
(불길)
숨 막히게 적막이 도는 사무실에서
휴대폰을 들고 복도로 뛰쳐나왔다.
"어머님~~ @@어린이집이에요."
"우리 ㅇㅇ이가 열이 나서 연락드렸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걱정되는 건 아이가 아니었다.
오늘 잡힌 회의, 오늘 처리하기로 한 일들...
내 업무가 내 아이보다 먼저 떠오른다.
(착한 엄마 코스프레는 글렀다...)
"혹시... 지금 바로 오실 수 있나요?"
선생님의 질문이 이렇게나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가 없다.
나도 내 운명을 모르겠거늘...
지금 바로 아이를 데리러 올 수 있냐니....
일단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복도가 길게도 느껴진다.
사무실 문 앞에서 한숨 쉬는 나를 본 상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본다.
"무슨 일 있나?"
(.....)
"아이가 아프다고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상사가 말을 끊는다.
"설마 오늘 중요한 회의 앞두고 조퇴하겠다는 건 아니지?"
(조퇴하겠다고 하려 했는데 말이죠...)
"아... 회의 끝나고는......... 가봐야...."
(늘어진 테이프처럼 힘겹게 말을 끄집어내 본다.)
"양가 도움 안 받아?"
(??!!)
"네... 남편과 제가 돌아가면서...."
"이모님 안 써?"
(??!!)
"네.... 이모님도....."
"요즘 워킹맘으로 성공하려면
양가 도움이나 이모님 쓰는 게 필수 조건인 거 모르나?"
(내 상사님은 요즘 이렇게 막말하면 신고당하는 거 모르나..)
(쿨럭)
이런 현실에 다들 하나같이 질문을 했던 걸까?
"양가 도움" 그리고 "이모님"
상사가 아니어도 요즘도 회사에 나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 두 가지를 꼭 물어본다.
일과 육아를 함께 하려면
이 두 가지는 필수인가 싶다.
결국 회의가 끝나고 일에 마무리가 되고 나서야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열이 들끓는 아이를 품에 안고
곧장 소아과로 달려갔는데....
또 하나의 문제에 봉착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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