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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Oct 14. 2024

산후관리사 교체와 시어머니 폭풍전야

둘째 출산 후 100일 동안 6번의 산후관리사 체험

둘째 임신과 함께 부부상담을 받으며,


남편도 시댁과의 연락과 만남을 줄였지만,


나는 나대로 임신을 핑계 삼아 전략적으로 연락을 줄였다.


매일 하던 연락을 이틀에 한 번, 3일에 한 번, 1주일에 한 번.


연락하는 횟수를 서서히 줄여갔다.

(연착륙 좋아함)

^^


다행히 시댁에서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전략 성공!)

(오예!!!)







한겨울에 둘째를 출산했다.


둘째가 100일이 안되었을 때,


큰애는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작했다.




큰애 어린이집은 비탈길 막다른 골목 끝에 위치한 곳이었다.

(스키장 너낌스...)


겨울에 아이를 낳은 내가 찬바람을 맞아가며


신생아를 디럭스 유모차에 태우고,


두 돌도 안된 아이를 손을 잡고


왕복 30분을 왔다 갔다 하기에는 무리였다.





산후관리사를 아기 100일까지는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0일이 넘으면 따듯한 봄이니까 말이다.


(산후도우미 대신 요새는 산후관리사라는

명칭을 쓴다고 한다.)

(이모님 대신 관리사님이라고 부른다고.)

(설명충 등장)

(쿨럭)






좋은 산후관리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온라인 후기는 업체 이벤트로 올라온 홍보성 글이 많았다.



결국 나는 100일 동안 6명의 관리사님을 모시게 되었다.






관리사 1호.

큰애 신생아 때 오셨던 분.


큰애를 맡겼을 때부터


우리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남편과 내 직업은 무엇인지...


아이 케어보다 우리 집 호구조사에 열을 올리긴 했지만,


특별히 큰 문제가 없었기에 둘째를 맡겼다.


그런데, 그 사이에 관리사님 아들이 결혼을 하면서


관리사님은 질투의 화신으로 변해있었고,


아이 케어도, 반찬도 부실함 그 자체였다.



결국 지사에 연락해 관리사 교체를 요청드렸다.


지사장님은 교체를 요청하는 전화에 불같이 화를 내셨다.

(관리사보다 더 황당)


우리 관리사가 그럴 리가 없다면서.


그렇게 나는 업체 자체를 바꾸게 되었다.

(업체를 바꾸고도 관리사가 나에게 항의전화를 걸기도 했다.)

(심지어 아이 어린이집 첫 OT 당일에^^)

(스트레스 최고조)

(후)








이때부터가 난관의 시작이었다.


급작스레 산후관리사를 구하려니 괜찮은 사람들은


모조리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맘카페를 뒤지고 뒤져 믿을 수 없는 후기 중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후기의 주인공들을 발굴해 냈다.








관리사 2호.


어두운 피부에 목소리마저 저음이었다.


긴 파마머리를 풀어헤치고 집에 입장할 때부터


뭔가 잘못됐다 느꼈다.


이분은 아이를 역류방지 쿠션에 눕혀서


한쪽 구석에만 앉아계셨다.

(지정석 정해져 있는 지박령 느낌)

(어두컴컴)



본인 얼굴을 모빌 삼아 아이를 내려다보기만 할 뿐,


아이와의 상호작용도 뭣도 딱히 없었다.

(아기의 시선: 저기요... 무서워요....)

(얼굴만 들이밀지 마시고.. 동요 그런 거 없나요?)






관리사 3호.


아이 대변 처리한 손수건을 물로만 헹궈


입을 닦아주셨다.

(응?!!)

(야너두?!)







관리사 4호.


문자로 본인이 얼마나 좋은 후기를 많이 받았는지


만나기 전부터 자랑하던 분.


아침에 출근했을 때,


본인 할 일이 쌓여있으면 안 된다고 하며


나를 제2의 관리사로 부리려 했다.


날씨 추운데, 침대에 매트 없이 누워있다고,


나에게 정상은 아니라며


쉬고 있는 산모 방에 들어와 소리 지르던 분.

(아파트 난방 잘 돼요 관리사님...^^)






관리사 5호.


종교가 나와 같았고, 초등학교 선생님 출신 관리사님.


관리사님 일의 영역이 아닌데도, 뭐든 도우려 하셨다.


우리 집에 온 게 본인도 맘이 편하고,


환경도 좋다고 하셨던 분.


하지만 본인 딸이 우울증이 심한 임산부여서


오실 때부터 사정을 말씀해 주시며, 불안하다고 하셨었다.




그런데, 평범한 금요일 오후.


 관리사님의 딸의 이슈로


당장 월요일부터 못 나오신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그래도 몇 주 정도 함께 지내며 정도 많이 쌓인 터라,


관리사님의 사정도 이해가 가서 붙잡을 수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나도 당황스러웠지만,


잠시나마 마음의 평안을 주신데에 대한 보답으로


케이크 쿠폰까지 챙겨서 보내드렸다.






관리사님이 떠난 금요일 오후.


혼자 방에 남겨진 나는 둘째를 품에 안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괜찮아.. 신생아는 잘 안보인데...)





벌써 5번째 관리사님이었는데...


평범하지 않았던 시댁, 임신 중 교통사고,


시댁과 잦은 연락과 만남, 그 뒤에 산후관리사 이슈까지...


내 인생의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지며 감정이 터져버렸다.





그러다 눈물이 아이 얼굴에 똑떨어졌다.


아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본다.

(망했다. 들켰네. 히히...)

(얘... 보이나봐...)

(후비적)








사실 더 힘든 상황이 있었다.


바로 다음날인 토요일은 아가씨와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방문을 하겠다고 하신 날이었다.




남편을 조용히 불렀다.


"내가 아이 둘을 등원길에 함께 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남편에게 어머님이 언제 댁으로 가시는지 물었다.


다음 주 수요일이라는 얘기에 말을 이어받았다.




"그럼 다음 주 수요일 안에만 한 번 초대하자."


"내일은 업체리스트 새로 추려서 전화 돌려야 할 것 같아."



남편도 나의 말에 알겠다고 동의했다.


어머님께 남편이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고,


그날은 마무리가 되었다.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주방에서 정수기 물을 따르고 있던 나.


거실 창가 쪽에 멀찍이 앉아있던 남편.




남편의 휴대폰이 울리고,


남편이 전화를 받았다.




물을 따르는 소리 사이로


수화기 너머 울음소리 비슷한 게 들리는 것 같았다.



'잘못 들었나?'


그 생각을 하는 찰나에 정수기 물이 나오다 멈췄다.



점점 선명해지는 흐느낌 소리.


순간 내 몸이 굳어버렸다.


설마는 늘 현실이 되기 때문에.



다음 몰아닥칠 폭풍이 무엇인지 그땐 알지 못했다.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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