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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Oct 10. 2024

부부상담의 긍정적 효과

상담 조기종결이라고?


상담센터에서 내 준 과제를 들고 상담을 받으러 갔다.


상담사는 과제 내용을 혼자만 스윽 보고는


고이 접어 책상 한쪽으로 밀어놨다.


피드백도 딱히 없었다.

(나 노동 착취 당한 건가?)


(지난 편에 얘기한 엄마에 대한 내 깨달음마저 없었다면)


(허공에 뿌려진 내 과제 시간 ^^)





코로나 시국이라 상담사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


마스크 속 입 찢어질 듯 벌어는 걸 여러 번 목격했다.


눈물이 고이도록 하품을 하며 상담을 이어갔다.

(상담사님.... 피곤하신가여?!!)








"아니, 내 말은... 지난번 이랬었잖아..."


내가 남편을 향해 과거 이야기를 읊을 때면


상담사가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글로업님, 저를 따라 말해보세요."

"그랬구나... 이런 부분에서 마음이 힘들었구나..."


(아니...나는 피해자라구요...)

(내 마음이 힘다구요..)

(내가 남편 마음을 읽어줘야 하는지...)

(반발심 한 바가지)

(쿨럭)








첫 번째 상담사가 브레이크 없는 폭주족 느낌이었다면,


두 번째 상담사는 흡사 앵무새 조련사였다.


우리 대화 속에서 계속 브레이크를 밟고


말 배우는 아기 가르치듯


단어도 문장도 끊임없이 수정해 줬다.



내가 남편 말에 반박을 할 때면,


남편의 이야기를 인정하고 수용해 주라 했고,


공감이 안될 때도 공감을 요구했다.

(단호박 답정너 앵무새 조련사)




내 이야기를 듣다가 상담사가


얘기에 감정이입을 하는 바람에


남편을 바라보며  "왜 그러셨데요..." 하며


한숨짓기도 다.

(상담... 이게 맞는 건가?)




물론 그 덕(?)에 남편이 눈치 보는 게 생기긴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10% 부족한 상담이었다.


(일단 내 시댁 스토리를 하나씩만 꺼내 얘기하고,


다 쏟아내지 못한다는 게 슬픈 현실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상담일.


아직도 나에겐 할 말이 넘쳐났다.

(시댁 스토리는 매일같이 샘솟기에...)




그런데 나의 답답함이 풀리기도 전에


상담사가 먼저 우리 상담을 마치자고 제안했다.


롸??!!

이건 또 뭐시당가...



그것도 당일 통보.

(아마 상담을 8회 정도 받았을 즈음이다.)

(보통 부부상담은 기본 10회 정도로 설정하는 듯하다.)

(케이스마다 다름 주의)




"상담 조기 종결 사유: 부부 대화 가능해짐"

(독자 1 생각: 너네 파이터 기질 아니라며...)

(독자 2 생각: 원래 대화로만 다툰 거 아님?)





모든 이야기가 다 맞는 말이다.


우리 부부는 파이터 기질이 아니고,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풀었다.




하지만 시댁 얘기는 대화를 해도 결론이 없었다.

(대화하는 족족 불발 ^^)

(퐝!)

(오히려 결론을 내려야 할 타이밍에 감정이 터짐)

(펑!)


(꽥)





원래 결혼해서 가장 큰 싸움은


"너네 집, 우리 집" 싸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불행 중 다행으로 친정에서는 우리를 긁는 일이 없었기에


내 기준 "너네 집"일로만


대화-불발, 대화-불발을 반복해 왔다. 







통보식 부부상담 종결을 당하고(?)


상담받은 시간을 되돌아봤다.




상담을 받으면서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우리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대화법 변화였다.




서로의 이야기가 귀에 들리지 않아도


조련사의 코칭에 맞추어 앵무새처럼


상대의 말에 공감하는 척, 이해하는 척을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 부부는 조금씩 서로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됐다.

(들여다만 봄^-^)

(이해는 여전히 불가)


그리고 대화로 결론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상담 종결하기 전, 어느 날.


우리가 서로 대화를 하다가 처음으로


"그럼 우리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자!"


하며 합의하는 지점이 생겼다.

(올레!)



상담 종결 후에도 이 대화법은 유지 됐다.



 





이렇게 조금씩 대화의 선순환이 시작 됐다.


"네가 마음이 이래서 힘들구나."

(뻥이야^^ 뭐가 힘드니...)

(내가 더 힘들어!!)



"그럼 내가 이렇게 하면 괜찮겠니?"

(이건 진심이고)

(하지만 네가 무릎 꿇어주면 더 고맙고 ㅋ)




내가 나의 화나는 마음을 저 편에 넣어두고


남편을 향해 '가면' 같지만 나에게 필요한


앵무새 화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제정신 일 때만 ^-^)

히히


그러자 남편도 가시 돋았던 마음을 내려놓고


시댁 식구들과의 만나는 횟수를 줄이기도 하고,


연락하는 빈도를 줄이기도 하는 등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상담 후에 만남이나 연락을 많이 줄였다.)


(그래도 다른 집보단 많음^ㅗ^)


(후)







가장 큰 상담의 효과는 결국


부부 대화의 선 순환이었다.


외부의 문제는 끊임없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부부가 서로 문제를 바라보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니


상담사도 부부상담 조기 종결을 결정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상 우리 부부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기술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둘째 임신 만삭이 되어고,


다가올 출산 준비를 하며  평화의 시간 누렸다.

(또 뭐 있는겨?)

(그럼 그럼 ^^)




둘째 출산 무렵에는 큰애도 어린이집에 갈 예정이라


우리 삶의 새로운 터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금 더 나은 미래가 다가오길 바라면서 말이다.




어떤 미래가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걸까.


나 괜찮은 걸까?

(아닐걸?)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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