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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아이의 한마디

어린이집 부모참여수업에서

by 글로업

출산이 애를 낳는 게 아니고 뇌를 낳는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될 정도로


출산 후 내 기억력은 한없이 떨어졌다.

(기억력 폭락장)

(현실은 낭떠러지 수준)


하지만 단 한 가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출산하던 그날.

(사실 단 한 가지는 아니다.)

(시어머니의 횡포도 늘 또렷하게 기억한다.)

(쿨럭)




아이가 태어난 게 너무나도 생생하고 뚜렷한데,


어느덧 아이가 커서 기어 다니고,


걸음마를 시작하고,


말을 하고,


이제는 어린이의 모습으로 어린이집을 간다.






어느 날, 어린이집 공지사항이 키즈노트에 떴다.


"부모 참여 수업에 ㅇㅇ어린이집 부모님을 초대합니다."


아이 둘 키우는 것도 허덕거리는


우리 부부에게 어린이집 선생님은 마치


슈퍼 울트라 히어로처럼 보였는데,


아이들 케어에 덧붙여 부모님 참여 수업까지


준비하셨다니....




그 수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참석여부 투표에 냉큼 참석을 누르고


부모참여수업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딱히 어린이집 엄마들과 교류가 없었기에


어떤 엄마들이 올까 기대하는 마음도 함께였다.






부모참여 수업 당일.


어린이집 입구는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바글바글)




수수하고 평범한 옷차림으로 온 엄마부터


한껏 꾸미고 온 엄마까지.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유독 한 엄마는 몽끌레어 옷과


발렌시아가 신발,


온몸을 명품으로 바르고 온 게 눈에 띄었다.






선생님의 인솔 하에 들어간 교실 안에는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만든


알록달록한 작품들이 가득했고


품 안에 안겨있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서 어린이집 생활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자 친구들~~ 집중의 박수를?"


선생님의 또렷한 목소리에


아이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짝! 짝! 짝!



군대를 방불케 하는 완벽한 박수였다.


시끌벅적 시장통 같던 교실이


금세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했다.



어느덧 예정된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선생님이 한마디 하셨다.



"얘들아~ 오늘 엄마 아빠와의 수업 어때요?"


"좋아요~~~~~~"


선생님의 질문에 목청껏 대답하는 아이들.



선생님이 당부의 말씀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오늘은 2시간만 부모님이랑 함께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원래대로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평소처럼 하원을 할 거예요~"



"엄마 아빠가 곧 가셔도 울지 않기로 약속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부모님과의 헤어짐이 눈앞에 펼쳐지는지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조용했다.




그때, 우리 아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한마디 했다.


"저는 근데 엄마 아빠가

여기 오시니까 그냥 눈물이 나요."



다른 엄마 아빠도 감동이 되었는지


우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했고,


나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그 뒷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나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를 쓰며 보냈다.





육아 전쟁은 늘 힘들고 버거운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돌려주는 기쁨이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부모참여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명품을 바르고 온 엄마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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