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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는 왜 카페에 못 들어간데요?

아이를 반기지 않는 사회

by 글로업

선거철이 되면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들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예전 어르신들 말을 들어보면


요즘은 복지가 좋아져서 아이 키우는 건


일도 아닌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정작 아이를 데리고 나가보면


육아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이와 함께 여름휴가로 떠난 바닷가.


근처에 유명한 카페가 있다 하여


부푼 마음으로 방문했다.

(빵지순례)

(꿀꺽)




멀리서 봐도 웨이팅이 많아 보이는 카페.


화려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리 안쪽에 진열된 다양한 빵을 보고는


아이가 이 정도 줄은 기다릴 수 있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였기에


수많은 인파 구경을 하며


어떤 빵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줄이 조금씩 줄어들고


안내하는 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줄을 선지 40분 만에.




직원과 나는 눈이 마주쳤고,


눈도장이라도 찍듯 눈웃음으로 인사했다.




그런데 그때,


직원이 내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내 뒤에 누굴 보고 걷는 걸까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삼삼오오 이야기꽃이 핀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정면을 는데


아까 그 직원이 내 코앞에 서있다.

(롸??!!)

(저는 죄가 없습니다만?!)






그는 딱 봐도 어려 보이는 내 아이를 바라보더니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여기 노키즈존이라서요..."


(????!!!!!)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얼른 켜고


검색을 시작한다.




ㅇㅇㅇ카페


유. 아. 동. 반. 불. 가.

(!!!!)

(울고 싶다...)




휘둥그레진 내 눈을 보고


아이가 해맑은 얼굴로 물었다.


"엄마 왜요??"

(데헷)




"음.... 그게 말이야...."

(지금 필요한 건 스피드...)

(힘내라 나 자신...)



"여기는 어른들만 올 수 있는 카페래."

(이실직고)

(쿨럭)





아이가 나보다 더 동그란 눈으로 되물었다.


"왜 어른들만 올 수 있어요?"


"매운 빵만 팔아요?"

(세상 순수)




다시 시작된 뇌 굴리기 시간.

"아니, 매운 빵만 파는 건 아닌데,

어른들만 조용히 이야기하는 곳 이래."

(이번에도 순발력 발휘 실패)



"칫, 나도 조용히 있을 수 있는데..."






이유야 어찌 됐건, 40분 기다렸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곳에


40분 이상 줄을 더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공항 웨이팅라인을 방불케 하는 카페 앞에는


줄봉으로 막혀있어서


옆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우리는 뒷사람들의 인파를 뚫으며


카페 줄을 벗어났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사과를 하며 줄을 빠져나가는 나를 보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조용히 기다렸는데 왜 가라고 했어요?"


"엄마는 왜 사과했어요?"


"우리는 잘못한 게 없는데..."

(맴찢)


그렇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었다.


카페가 노키즈존이라는 걸 놓친 잘못이 있긴 하지만.




아이는 돌아오는 내내 의문이 풀리지 않는지


집요하게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저는 왜 카페에 못 가요?"


"......."



사실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서


대충 다른 곳으로 아이의 시선을 돌리며


화제 전환을 했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 여행을 가려다 숙소를 잡으려는데,


"이 펜션은 노키즈 펜션입니다."


라는 문구를 보고 또 한 번 좌절을 했다.

(OTL)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회 곳곳에서 아이를 반기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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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