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는 나를 돕는 물건이 맞나?

부모의 무게

by 글로업

아픈 아이를 유모차에 싣고


걷지만 달리는 듯한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 역 앞에 도착했다.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내린 눈 때문인지


지하철 역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파로 인한 답답함 때문인지


몸 컨디션 때문인지


아이는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빨리 지하철을 타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더 이상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하철을 타려면 아직 한참을 더 내려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 표시가 어딘가에는 있겠지 싶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여기저기 살펴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엘리베이터 표시는 없었다.



할 수 없이 에스컬레이터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유모차, 휠체어 진입금지!



그렇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캐리어를 들고 타는 것조차도


위험한데 유모차는 더더욱이 안된다.




늘 당연하게 생각해 오던 이 문구가


오늘만큼은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무겁디 무거운 디럭스 유모차를 졸업하고

(디럭스는 유모차 무게만 15kg)


가볍다고 알려진 휴대용 유모차를 태우고 있었지만

(휴대용 유모차 7kg)



유모차를 접어


걸려있던 짐을 들고


아픈 아이를 안고


유모차까지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일은


서커스단 입단 시험과도 같은 일처럼 느껴졌다.




이미 퇴근 시간이 시작되어서


지하철 역사 안의 인파는 늘어났지만


다들 휴대폰에 코를 박고 가는 데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빠른 걸음의 소유자들만


내 앞을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에게 부탁하기도 부담스러워서


유모차를 접고 짐과 아이를


양손에 챙겨드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출산 후 눈물샘 고장)




두 정거장이면 간다던 대학병원 응급실이


멀게만 느껴졌고,


퇴근하는 인파 속에 열나는 아이는


서로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서


다시 유모차를 바닥에 털썩 내려놨다.




내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겠지 싶어


부모의 무게를 느끼며


힘을 내서 유모차를 다시 펼쳐본다.

(부모님은 유모차도 없이 키우심 주의 ^^)



짐을 주섬주섬 다시 유모차에 싣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겨우 달래


유모차에 앉혀서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문득 집에 있는


네뷸라이저가 떠올랐다.



유레카!




일단 아이 상태를 집에서 지켜보다


저녁이 되어서도 상태가 나빠지거나 하면


그때 응급실은 생각해 보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비슷한 시간에 남편이 큰아이를 찾아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 뭐 먹지?"


평소보다 서로 늦게 들어온 탓에


집에 먹을 게 마땅치가 않다.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