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화장실에서 울고 있다.
그러나 나는...

동상이몽 스토리#4 위로에 대한 동상이몽

by 글탐가

23살 된 딸아이가 독립을 외쳤다.

물론 그 배후에는 내가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독립적으로 키우기를 원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독립적으로 성장했다.


밤낮이 바뀌어서 생활패턴이 다른 딸에게 나는 생활패턴을 바꾸든지,

독립하든지 선택하라고 했다.

딸은 선뜻 독립을 선택했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래 품 안의 자식이니까~이제 독립할 때가 됐지! "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남편을 보며 안도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남편은 술 한잔을 마시고 왔다.


침대에 누운 채로 남편을 맞이했다.


"왔어?"


"그래~품 안의 자식이지~나가는 게 맞지?

자기도 스무 살에 독립했고

나도 열일곱에 독립했으니까

지가 간다고 하니까 보내는 게 맞지.."


남편은 왔냐는 내 말에 대꾸할 생각은 아예 없는 듯

횡설수설 말했다.

표현은 안 했지만 서운한가 보다.


"빨리 씻고 와서 자. 내일 일찍 나가야 하잖아."


남편은 일어나서 화장실로 가며

자신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그래 품 안의 자식이야~다 소용없어~"


잠시 남편이 씻는 듯한 물소리가 들렸다.

물소리를 들으며 깜박 잠이 들었다.


그때 화장실에서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짐승 같은 울음소리에 놀라 잠이 확 깼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뭐지?'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많이 속상했나 보다.'


남편에게 어찌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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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위로할까 이것저것 궁리하는데

화장실에서 남편이 나왔다.


결국 난 자는 척했다.

아무 위로도 하지 못한 채~~


표현에 서툰 나에게

남편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나 역시, 애써 나의 감정을 표현하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럴 때는 너무 아쉽고 난감하다.


내가 나의 마음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편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울지 않은 척, 조용히 내 옆에 누웠다.


그때, 내가 남편의 손을 조용히 잡아줬다.

내 손의 따듯한 온기로 위로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기도하면서!


"자기야, 미안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자기한테 어떤 말을 해야 위로가 될지 잘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내 목소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위로는 어떻게 할까?

남편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어 할까?

이래저래 생각으로 잠 못 드는 밤!


'남편님아~ 내가 당신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밤잠을 설치는 것만 알아주오.'


그때, 남편이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지금 이 순간! 나도 위로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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