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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부부 이야기
남편은 꽃게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동상이몽 스토리#5 꽃게탕에 대한 동상이몽
by
글탐가
Apr 10. 2019
남편이 꽃게탕을 먹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꽃게탕을 끓이고 싶지 않다.
꽃게탕 알레르기가 있냐고?
아니다. 난, 꽃게탕을 좋아한다.
그것도 정말 좋아한다.
남편 역시 꽃게탕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남편과 연관된 꽃게탕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꽃게탕을 좋아하고 즐겨 먹지만
내가 직접 꽃게탕을 끓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꽃게탕 때문에 이혼 위기까지 간 적이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이다.
그 사연인즉,
친정엄마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고생한 남편을 위해
싱싱한 꽃게탕을 끓이기로 마음먹고 슈퍼에 갔다.
수게가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맛이 있는 가을이었다.
나는 수게를 사서 정성껏 손질하고 요리를 시작했다.
평소 꽃게탕은 잘 끓이는 편이었는데
문제는 내 식대로 한 것이 아니라 더 맛있게 끓이려는 욕심 때문에
인터넷에 있는 레시피를 따라한 게 문제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꽃게탕 맛은 내가 먹어보기에도 엉망이었다.
맛을 내기 위해 양념을 첨가하면 할수록 더 맛이 엉망이 되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라면스프를 넣을 걸~ㅎㅎ)
어찌 됐든 결국 저녁시간이 됐고, 남편이 꽃게탕을 끓였다는 말에
잔뜩 기대하며 들어왔다.
꽃게탕을 먹어본 남편의 인상이 순간 구겨졌다.
내가 먹어봐도 맛없는 꽃게탕이었는데
맛에 민감한 남편의 입에 현 꽃게탕은 심각한 맛이었다.
"야~ 꽃게탕은 그냥 물만 넣고 끓여도 맛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맛이 없을 수 있냐?"
맛이 없다는 건, 팩트였지만 순간 나는 서운했다.
'그래도 나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꽃게탕을 끓인 거였는데...
아무리 맛이 없어도 그렇지...'
밥을 먹는 그 순간은 무사히 지나갔지만
내 마음에 상한 감정은 이미 폭풍 전야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남편은 불편한 내 마음을 위로하려는 듯
맥주와 오징어포를 사 와서 술 한잔 하자고 했다.
남편은 맥주를 마시고, 나는 오징어포를 씹었다.
'그래! 화해하자!'
마음먹고 남편이 하는 말을 조용히 들었다.
남편은 마음이 상한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네가 살림 못하는 건 내가 옛날부터 알았던 거니까
내가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어.
꽃게탕을 좀 못 끓이면 어떠냐?
우리 둘이 서로 사랑하면 되는데.."
순간, 나는 씹고 있던 오징어포를 남편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그냥 순간적으로 화가 난 감정이 컨트롤이 안됐다.
"사랑 같은 소리 집어 치고, 우리 이쯤에서 이혼하자!"
헉~ 내 마음과는 다르게 입에서 막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신은 살림 잘하는 여자랑 다시 재혼해서 살아.
나는 그냥, 꽃게탕 안 먹고 평생 인스턴트식품 먹으면서 혼자 살 테니까..."
그때 황당해하는 남편의 얼굴을 봤어야 했다.
남편은 얼굴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 여자가 미쳤나? 갑자기 왜 이러지...'
맞다.
그 순간 나는 돌아버렸다.
그리고 내 혀도 돌았다.
그동안 참아왔던 설움을 다 쏟아내느라 내 혀는 분주했다.
"엄마, 돌아가신 지 일주일도 안됐어.
그런데 꽃게탕이 좀 맛없으면 어떠니?
그냥 맛있게 먹어주면 안 되는 거야?
꽃게탕이 그렇게 중요해?
밥 한 끼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그래 나, 살림 못해!
그런데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당신이야.
당신이 내가 만든 음식을 칭찬 좀 해 줬어 봐!
난, 지금쯤 장금이가 돼 있었을 거야."
(블라 블라~~)
그리고 결론은!
"당장 이혼해!"
그리고 나는 침대로 들어가 몸져누웠다.
그리고 서럽게 울었다.
감정의 컨트롤이 너무 어려웠다.
그때 남편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잠시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서럽게 우는 나를 보더니 남편이 따라 울며 말했다.
"나랑 한 두해 산 것도 아닌데... 아직도 나를 모르냐?
당신 말대로 칭찬도 못 하고 위로도 못해도,
그래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우린 꽃게탕 때문에 그렇게 마주 보며 울었다.
우린 꽃게탕 때문에 이혼 위기까지 갔다.
남편은 자기 방식대로 위로했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위로를 오해했다.
우린 그렇게 25년간을 살아도 동상이몽이다.
하지만 그날, 난 남편이 함께 울어준 것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격정적이고 예민한 내 감수성은
아무래도 다른 말이 필요 없었던 거 같다.
그냥 손잡고 함께 울어주는 것,
그것이 때로는 가장 큰 위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후로 꽃게탕을 한 번도 끓이지 않았다.
왜냐?
'위로는 위로이고
꽃게탕은 꽃게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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