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10억만 달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동상이몽 스토리#7 돈에 대한 동상 이몽

by 글탐가

미팅 때문에 늦은 어느 날, 남편이 거나하게 취한 채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흠칫 긴장했다.


"야~10억만 주라~ 10억만 주면 내가 집 나갈게"


뜬금없는 소리에 황당해서 남편의 표정을 살펴봤더니 남편은 진지했다.



"10억 갖고 뭐하려고?"


나도 농담 반, 진담 반, 대응했다.


"10억 주면 집 나가서 혼자 살게"


중년 남자의 갱년기다.

이렇게 치부해버리고 웃어넘기고 싶었지만

나도 요즘 힘든 상황에서 말이 좋게 나가지 않았다.


"나도 10억만 주라. 그럼 내가 나가줄 테니"


"난, 능력 없고... 넌 능력 있으니까 10억 만들 수 있잖아. 그러니까 10억 네가 해줘!"


피곤하다.

내가 10억을 어떻게 만드냐고 진지하게 응대하기도 우스워지고 해서 말했다.


"알았어. 기다려! 10억 만들어줄게"


"농담 아냐. 10억만 줘!"


10억은 남편에게 상징적인 의미다.

노후대책을 위한 돈!

힘들게 일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돈!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서 자신감이 생기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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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그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요즘 우리 집은 나름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젊었던 우리 부부는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신감 없음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은 성장해서 하나 둘 독립을 외치고 나갈 준비를 마쳤고

이제 나와 남편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요즘 부부싸움이 잦았다.

그동안 누적된 갈등의 피로로 서로에게 지쳐있었고

그래서 사사건건 서로 다른 의견으로 부딪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바빴고

또 상대방의 의견을 묵사발로 만들기 일수였다.


그렇게 우리는 중년으로 접어들수록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서로를 의지해야 할 부부가 서로 의지할 곳이 없으니

결국 돈을 의지하게 되나 보다.

참 서글픈 일이다.

남편은 외로웠고,

자신을 이해해 줄 가족이 없었고,

또 자신을 받아줄 아내도 없었다.


그래서 남편의 외로움을 채워줄 10억이 필요했나 보다.


난, 10억이 필요 없다.

그냥 당장 쓸 돈에 부족함이 없다면

또 돈이 잘 순환돼서 나에게 들어오고 또 나를 통해 흘러갈 수 있다면

그렇다면 족하리라.


솔직히 10억을 잘 관리할 자신도 없다.

세 자리 숫자만 넘어가면 멘붕에 빠지는 나인데

10억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한편으로 우습고 한편으로 황당하다.


어찌 됐든 남편은 침대 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말했다.


"10억~ 10억! 꼭 해주라! 10억!"


으이구~ 아예 10억 노래를 만들어 불러라.


10억의 의미를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니

그것은 결국 외롭다는 또 다른 항변이다.

남편의 마음을 잘 읽어주지 못하고 살아온 나를 돌아본다.


그래도 10억은 너무 심하지 않나?


돈에 대한 우리 부부의 동상이몽

그 격차가 너무 크다.


외로울 때 손 잡아주고

함께 늙어가는 서로를 바라보고 인정해주고 위로해주며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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