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고 아름다운 내가 종의 신분이라니

#3 악마의 신분

by 글탐가


만만이요 천천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천사들의 삼분의 일이 나를 따랐다네.

다들 나와 비슷한 자들이었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싶어 하는 자들.

그래서 하나님같이 되고 싶어 하는 자들.

하나님의 보좌에 앉아 왕 노릇하고 싶어 하던 자들!


그렇게 마음만 먹었을 뿐인데, 전지 하신 하나님이 어느새 나와 내 수하들의 마음을 알아버렸지 뭔가? 참, 재수 없지 뭐야? 아름답고 완전한 존재인 나에게 합당한 자리를 내가 차지하겠다는데 그것이 뭐가 그리 큰 죄라고?


난, 뉘우칠 생각이 전혀 없다네!

왜?

난, 아직도 내가 완전한 존재로 하나님 보좌에 마땅히 앉아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 그 마음을 품고 반역을 일으켰다는 죄로 나는 나의 고향, 아름다운 나라 천국에서 쫓겨난 거라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마음속에 분을 품은 이유가 또 있는데 그게 뭔지 아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내가 종의 신분이라는 걸세.


하나님께 항변해봤냐고?


흥~ 이미 뻔한 답변은 준비돼 있다네.

금그릇으로 만들든 질그릇으로 만들든 토기장이 맘이 아니냐라는 대답!

딱히 반기를 들 수 없는 말이라서 더 짜증이 나는 대답이지.

하나님이 한번 인치면 그건 변하지 않는 법령이 된다네.

난, 영원히 종의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였다네.


특히,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은 후사들을 섬기는 거였어.

내가 보기에 정녕 볼품없고 못생긴 너희 인간들 말이야.

그런데 그 인간을 하나님이 너무 사랑해서 양자로 들여 왕권을 물려준다는 게 말이 되냐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지!


난, 나의 창조주이자 왕이시자, 아버지이신 그분을 경멸하고 증오한다네.

조롱할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그렇게 할 마음이 있다네.

하지만 그분을 가까이할 생각은 전혀 없다네.

아직도 그분 앞에만 서면 불에 타는 형벌이 생각나서 오금이 저려오는군.

그때 난 불덩어리가 되어 번개처럼 땅끝으로 내리 꽂혔다네.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단이 하늘로서 번개 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

(누가복음 10:18)



그렇다고 나의 분노와 복수를 포기하진 않았다네.

나는 여전히 반역을 꿈꾸고 있지.

그런데 이게 웬일, 아니 웬 떡인가?

드디어 나에게 복수의 기회가 왔지 뭔가?


황무지같이 공허한 이 땅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것도 고마운데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턱 하니 만들어 놓으셨지 뭐야?

그것도 흙으로 말이야.

그 보잘것없는 흙으로 만든 존재에게 하나님의 생령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존재로 만들 줄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참, 하나님이 기발한 건 인정한다니까.


그 생령들은 내가 하나님 나라에 있을 때부터 이미 택정 된 자들이었어.

그런데 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더군.

그 보잘것없는 인간들에게 모든 것을 다스릴 권리를 주다니!

심지어 그 다스릴 존재에 나까지 포함시켰다니 참, 기함을 토할 일이지 뭔가?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1:28)


자네 같으면 나처럼 완전한 인이었고 완전한 아름다움이었던 자가 저 보잘것없는 인간에게 다스림을 받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겨우 이러려고 나를 종으로 부르고, 후사를 섬기라는 사명을 부여해 준거란 말인가?

이러니 내가 반역하지 않고 어떻게 버티겠는가?


나는 진정, 질투했다네.

아담이라고 불리는 그 인간을!

나의 분노가 하늘에 닿기를 바라며 나는 지축을 흔들어 대며 울부짖었다네.

하지만 하나님, 그 작자는 끄떡도 안 하더군! 그래서 결심했지!


“당신이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인간을 나와 같이 만들리라. 당신에게 반역하고 당신의 보좌를 찬탈하게 만들리라. 그래서 당신을 그토록 기쁘게 하며 가슴 설레게 만드는 그 인간들로 하여금 당신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도록 내가 그렇게 만들리라. 당신을 섬기고 당신을 찬양하는 대신 나에게 절하고 나에게 경배하게 만들리라. 큭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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