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형상을 따라 만든 그 존재들을 조롱하고 경멸하는 것!
그래서 그 조롱과 경멸이 하나님을 향하게 하는 것!
이것이 새롭게 시작된 나의 복수의 서막이라네.
그렇게 보이지 않던 하나님 나라에서 시작됐던 나의 음모와 반역은
이제 인간들을 미혹함으로 보이는 세계에서 똑같이 나타나게 하는 것.
그것이 내 목표이자 비전이라네.
말하다 보니까 괜히 으스대고 싶어지는 군.
“난, 죽음의 창시자다. 그러므로 모든 사망의 권세가 나에게 있다. 그러니 나를 두려워해라! 너희 인간들이여. 내 앞에 무릎 꿇고 나를 경배하고 찬양하라. 내가 너희를 죽음으로 인도하리라! 크크큭큭~”
나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네.
바로 죽음의 왕국을 건설하는 거지! 하나님 나라가 생명의 왕국이고, 생명의 왕이라면 나의 나라는 죽음의 왕국이고, 그 죽음의 왕은 바로 나지! 나는 확신한다네!
나의 나라, 죽음의 왕국에 어마어마한 부흥이 있을 거라는 걸!
그 부흥으로 인해 나를 찬양하는 찬미 소리가 높아지고, 내 앞에 모두 무릎 꿇으리라는 것을! 할렐루야일세!
나의 위대한 죽음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또 나의 복수를 위해,
내가 처음으로 계획한 일이 뭔지 아나?
그건 바로 인간들을 미혹하는 일이야.
난, 우선 아담과 하와, 두 인간을 관찰해보았다네.
누구를 먼저 미혹하는 것이 전략적일까?
나의 지혜를 총동원하기 시작했지.
아, 난 정말 나의 놀라운 지혜에 감탄하고 말았다네.
왜냐?
하와를 먼저 미혹하는 전략을 생각했으니까!
하와를 미혹하면 사랑에 눈먼 아담은 자연스럽게 딸려오게 돼 있지!
그 아담이라는 놈은 하나님 말씀에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도 내 말에 귀 기울일 생각은 아예 안 하고 오히려 나를 다스리려고 하고 있지.
그것이 하나님의 명령이니까 충성되게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그래서 그런지 나와는 아예 말도 섞지 않으려 한다네.
하지만 자신의 뼈요 살이라고 생각하는 하와의 말에는 아주 세밀한 음성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것을 내가 알지. 게다가 하와를 향해 미소를 지을 때 표정을 보면, 정말 토악질이 날 정도로 하나님과 닮아있더군. 어찌 됐든 나는 나의 기막힌 전략을 실행할 생각이라네.
자, 이제 드디어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이밍이 왔군.
하와가 아담과 떨어져 혼자가 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아담이 옆에 있으면 방해할 것이 분명하니까 하와가 혼자되었을 때 소리 없이 다가가 은밀한 목소리로 유혹하는 것이 딱 맞는 전략이었다네.
이 전략에 딱 맞는 나의 충성된 부하, 옛뱀을 보내기로 했지.
그의 혀는 두 갈래로 갈라져, 한 입 갖고 두 말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는 자지.
바로 거짓말 말일세!
역시 나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순전한 하와에게 나의 아름다운 옛뱀이 말을 걸었을 때 하와는 순순히 응하던군. 하긴 부드럽고 달콤한 속사임으로 말을 걸었으니 누구인들 거절할 수 있겠나?
그녀의 맑은 눈을 보니, 참으로 아름답더군.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보니 참으로 어여쁘더군.
그래서 더 탐이 났지!
나는 결심했다네.
아름답고 맑은 그녀의 눈을 혼탁하게 만들겠다고!
그녀의 입술에서 미소를 앗아가 버리겠다고!
그리고 그녀를 나의 신부, 나의 백성, 나의 종으로 삼겠다고!
그렇게 최초의 살인사건이 시작된 거라네.
아주 흥분되고 신나는 일이었지.
이것이 왜 최초의 살인사건이냐고?
최초의 살인 사건은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사건 아니냐고?
큭큭큭, 어리석은 자들이군! 아까 내가 뭐라고 말했는가?
하나님과 분리되는 것이 곧 죽음을 맞이하는 거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제 곧, 하나님과 인간을 분리시킬 기막히게 멋진 살인을 소개할 테니 기다려보게.
나는 어떻게 하면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이 아담에게 하는 기막힌 얘기를 듣게 된 거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제외한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는 먹어도 된단다. 하지만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만지지도 말고 먹지도 말거라. 만약 그것을 먹으면 반드시 죽게 된다.”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한번 내뱉은 하나님의 말씀은 반드시 지켜진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이제 드디어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묘략을 찾아내는 순간이었다네. 그건, 바로 선악과를 따먹게 만들면 되는 일!
아담의 표정을 보니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 판에 새기고 있더군. 그래서 아까도 말했지만 아담을 유혹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걸 알고 하와를 노린 거라네.
하와는 너무도 순순히 옛뱀의 유혹에 걸려 넘어갔다네. 그것도 말 몇 마디로 말일세.
“정말 하나님께서 동산의 어떤 나무의 열매도 먹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니?”
옛뱀이 하와를 유혹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었지.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먹을 수 있지만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하셨어.”
하와가 의심도 없이 대답하더군.
“으음~ 왜 모든 열매는 먹을 수 있는데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만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하셨을까?”
“으음~ 그건... 그걸 만지면 아마 죽게 될 거야.”
옛 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드디어 걸려들었다고 말이야.
그래서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하와에게 바로 대답했지.
“아니! 결코 죽지 않아.”
하와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말에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옛뱀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숨죽이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네.
“결코 죽지 않는다고?”
“그래. 오히려 그것을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같이 될 거야.”
“하나님같이 된다고?”
“그래! 하나님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될 걸. 하나님은 너희가 하나님같이 되는 게 싫으셔서 못 먹게 하는 거야.”
“하나님은 왜 우리가 하나님같이 되는 걸, 싫어하시는데?”
“내 말이 바로 그거야. 너, 하나님처럼 되고 싶지 않아?”
“나도 하나님처럼 되고 싶어! 정말 그 말을 듣고 보니까 이 열매가 먹음직스럽고 탐스럽다. 정말 이걸 먹으면 하나님처럼 지혜로워질 거 같아.”
그 말에 바로 반응하며 하와는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를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지. 이미 그 순진한 아이는 마음으로 벌써 그 열매를 따 먹었더군. 어떻게 알아챘나고? 그거야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지. 그 눈빛은 바로 하나님의 보좌에 앉아 하나님같이 되리라고 마음먹었던 나의 눈빛을 닮아 있었거든.
‘큭큭큭, 하와! 그걸 먹으면 하나님처럼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지혜로워지는 거란 말이야. 그걸 먹는 순간 실제로 네 눈은 밝아질 거야. 그 밝아진 눈으로 비치는 너의 세상은 수치스럽고 또 너는 다른 사람의 죄를 판단하고 정죄하고 더 나아가 심판할 수 있는 자리에까지 가는 거란다. 심판의 주권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는 생각은 이쯤에서 완전히 집어던져버리라고. 그렇게 너는 하나님의 통치권 아래서 벗어나고 나의 통치 아래 들어오게 되는 거지. 이걸 계기로 넌 더 이상 하나님의 자녀도 아니고 하나님의 백성도 아니야. 쉽게 말하면 넌, 나의 신부, 나의 종, 나의 백성이 되는 거지!’
하와의 눈을 바라보니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욕망으로 이글거리며 빛나고 있었지.
이미 하와의 마음은 하나님의 보좌에 앉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다네!
바로 나처럼 말이야. 하와는 망설이지 않고 나무의 열매를 따서 먹었다네. 그때 하와 곁으로 다가오던 아담이 그 모습을 보게 되었지.
“하와, 뭐 하는 거야?”
“나의 남편. 당신도 이걸 먹어요. 이걸 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처럼 될 수 있어요.”
순간 아담의 눈빛에 스쳐 지나가는 절망을 나는 보았다네.
그리고 그 절망은 곧 분노의 눈빛으로 바뀌었지. 아담은 하와가 누구의 꼬임에 넘어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네.
‘악하고 교활할 놈! 옛뱀의 짓이군!’
아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을 삭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자, 이제 아담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네.
아담은 한참 동안, 죄로 물든 하와의 눈빛을 바라보더군.
아담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 같았어.
‘나의 사랑, 나의 모든 것. 나의 아내를 이대로 홀로 죽게 놔둘 수는 없어. 당신은 나의 뼈, 나의 살, 나의 순전한 비둘기. 내가 당신과 함께 하리다. 그것이 비록 죽음일지라도!’
사랑 바보인 아담은 아내가 건네주는 열매를 받아 들더니 이내 한 입 베어 물더 군!
부라보~ 역시 나는 지혜로운 자야. 사랑에 눈먼 아담이 하와를 따라 이런 선택을 할 거라 확신했지. 큭큭큭 멍청한 놈이지! 자, 이제 죄로 물들어가는 아담의 눈빛을 지켜보는 쾌감을 맘껏 누려야 할 때가 됐군!
아담이 선악과를 입에 배어 물고 서걱거리며 씹어 먹는 소리는 마치 나에게 아름다운 연주곡으로 들리더군.
“자, 이제 곧 그들의 눈이 밝아지겠군! 자, 이제 자신들이 얼마나 못생기고 수치스러운 존재인지 자각하는 시간이 다가왔군!”
역시 내 예상대로였지.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너무 당황하더군. 그동안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운 지 자신들의 실체를 보자마자 무화과 잎을 엮어 옷을 만들어 입는 꼴이라니! 큭큭큭~ 그런다고 그 부끄러운 모습이 가려지냐고!
그때 바람이 불더군! 그리고 하나님이 나타나신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