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유, 인간들이여. 나를 찬양하고 경배하라
#5 악마의 승리
자, 이제 내가 할 일은 시치미를 떼고 지켜보는 일이지.
하나님이 찾는 소리를 듣고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을 피해서 동산 나무에 숨어버리더군. 역시 어리석은 인간들이야. 그런다고 하나님이 찾지 못하겠냐 말이야.
“아담아, 네가 여기 있느냐?”
“네. 제가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벌거벗은 것이 두려워 숨었습니다.”
“누가 네게 벌거벗었다는 것을 말해 주었느냐? 내가 먹지 말라고 네게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
“하나님께서 함께 하라고 제게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제게 주어서 제가 먹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그래, 그렇게 서로에게 핑계를 대고 떠 넘겨.
그래야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지.
그러자 하나님이 바로 여자에게 물었지.
“네가 어째서 이런 일을 저질렀니?”
“옛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먹었습니다.”
오 마이 갓!
서로에게 떠넘기는 건 좋은데 거기에 옛뱀이 한 일을 말하면 어떡하니?
그런데 이미 하나님은 옛뱀의 모든 죄를 알고 계신 듯했어.
하긴, 전지 하신 하나님이 모르실 것이 없지만 말 그대로 천하에 낱낱이 죄가 드러나고 말았지 뭔가? 마음에서 지은 죄야 눈에 보이지 않으니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게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런데 어리석은 인간들 입술을 통해 증거가 나타나 버리니 참으로 죄를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됐지 뭔가?
아무래도 내가 하나님이 던진 미끼에 걸려든 것 같아서 상당히 기분이 안 좋더군.
하나님한테 이제 나를 심판할 명분이 생겼으니 말이야.
지금까지는 내가 하나님의 보좌를 탐한 죄가 드러날 일이 없었는데 선악과 사건 때문에 이제 나의 죄까지 드러날 판이 됐으니 참으로 황망하더군.
아, 공의의 하나님이니 어쩌지 이따위 소리 듣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는 상황이 돼 버린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승리했다네. 결국 내 계획대로 됐지. 내가 하나님 나라, 천국에서 죄를 짓고 쫓겨났듯이 인간들도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지 뭔가? 나는 복수를 통해 핏빛의 승전고를 올렸다네.
완벽한 하나님과 인간의 분리! 결국 인간들도 나처럼 죽음의 왕국에 입성하게 된 거지. 덕분에 나의 천하가 시작됐다네.
“나의 백성들아, 나를 경배하라. 그러면 내가 이 세상을 죄악으로 만연하게 하리라.”
자, 이제 이 세상의 왕은 내가 됐다네.
인간의 죄로 인해 이 세상은 나의 것이 됐다네.
하나님이 인간에게 다스리라고 명령하신 그 권리가 내게로 이양된 것이지.
아, 그건 나의 탁월하고 논리적인 언변 덕분에 찾아올 수 있는 권리였다네.
나는 죄를 범한 인간들이 더 이상 하나님 소유가 아니라 나의 소유가 되었음을 선포했다네. 내가 그들의 아비이자 왕이라고 말일세.
나의 참소를 듣고 계시던 하나님이 당황하는 듯 보였지.
아, 물론 그 모습이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네.
그때 내가 강력하게 말했던 것은 하나님을 반역한 인간의 죄에 대해서였다네.
하나님께서 내가 천국에서 보좌를 차지하기 위해 반역을 일으키고 그 반역이 실패하자 나에게 불에 타는 뜨거움과 함께 땅으로 내리꽂으셨던 그때의 기억들을 상기시켰지.
그리고 나의 의견을 주장했다네. 나에게 벌을 내린 것처럼 인간들을 심판하시라고!
결국 인간은 에덴에서 쫓겨났고, 거기다 더 큰 징벌을 받게 됐지.
인간은 땀을 흘리는 수고로움과 함께 아무리 수고롭게 일을 해도 더 이상 에덴동산에서 맛보았던 과실의 열매를 먹을 수 없었다네. 땅은 엉겅퀴와 가시나무로 가득했다네. 게다가 인간의 죄는 대물림이 시작됐다네. 죄 사함을 받을 수 없는 인간에게서 난 자손들은 결국 죄의 DNA를 갖고 태어날 수밖에 없었다네. 고로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죄인이었다네.
결국 그 죄를 씻을 수 있는 것은 죄가 없는 인간이어야 했지.
큭큭큭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러일으켰다네.
인간의 죄를 사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고로 인간은 죄에서 구원받을 수 없다.
그러기에 인간은 영원히 나의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의 통치자라네.
나는 이 세상의 아비라네.
나는 이 세상의 왕이라네.
“나의 소유, 나의 종 된 인간들이여. 나를 찬양하라. 나를 경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