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열렸다네.
나의 부하들을 불러 모았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나의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킬 조짐을 보인다는 보고를 받고
긴급하게 불러 모은 회의였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후, 그들의 삶은 피폐해졌다네.
과즙의 달콤함은 사라졌고 아무리 열심히 땀을 흘리고 일을 해도 땅에서는 엉겅퀴와
가시나무만 가득했지. 에덴동산에서의 풍요로움은 사라졌다네. 마치 내가 천국에서 버림받아 땅에 내리 꽂혔을 때 바로 그때처럼 말일세. 우린 또 하나님의 저주에 걸려든 거라네. 전능자인 그는 자신의 보좌를 탐한 죄의 댓가라고 합리화하겠지만 내가 볼 때 그는 사랑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위선자에 불과하다네. 우리를 사랑했다면 의당 우리에게 보좌를 넘겼어야 맞는 것이 아닌가?
어찌 됐던 인간들의 불만과 원망은 나를 향해 쏟아졌다네.
선악과를 먹으면 결코 죽지 않을 거라는 나의 거짓말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게 된 거지. 이제 그들은 나를 닮아 참으로 지혜롭더군. 선악을 분별할 줄 알고, 판단할 줄도 알며, 또 그 판단으로 비난의 잣대를 상대방에게 들이밀기도 하더군. 역시 내 백성들답더군.
그나저나 이대로 방치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었다네.
더구나 내 백성들 틈에 하나님과 은밀히 교제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네. 그들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고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하나님께 구원을 간구하는 자들이지. 다시 하나님이 계신 에덴으로 자신들을 소환해달라고 구하고 있더군.
그들이 하는 짓거리들은 마치 전염병 같아서 급속도로 나의 백성들을 잠식해버릴지도
모른다네.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일세. 만약 그들의 기도를 듣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존재 자체이신 하나님이 그들에게 긍휼을 베푼다면 어쩌면 내가 어렵게 세운 나의 왕국은 다시 무너질지도 모른다네. 내 백성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혜가 필요하다네.
하늘에서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의 하나님이 천상의 회의를 했듯
우리도 은밀히 지옥의 회의를 열었다네.
이 회의를 통해 한 가지 지혜로운 방안을 찾아냈지.
그 방안은 바로 그들에게 새로운 천국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네.
아, 당연히 그건 거짓말이었다네.
천국은 내 나라가 아니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
할 수만 있다면 천국을 차지하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는 이미 전쟁에서 패배함으로 하나님의 전능한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게 되었다네.
결국 요점은 하나!
우리는 하나님을 이길 수 없다는 거라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나님을 유일하게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인간을 이용하면 되는 거지. 지속적으로 그들을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어주면 되는 것!
힘든 현실에서 그들은 당연히 아름다웠던 에덴을 그리워하고, 하나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지. 하긴 나도 인간들과 똑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네. 그들이 에덴동산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에덴을 꿈꾸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지! 아, 물론 새로운 에덴은 가짜지! 당연한 거 아닌가?
난, 지혜의 신이라네.
그래서 우리는 가짜 천국을 만들어주기로 했지.
가짜 천국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하나님이 에덴동산을 만들었을 때를 모방하기로 했지.
에덴동산 동산지기로 아담을 세웠듯이 우리도 지금 나의 왕국에 동산지기로 그들을 세우기로 했다네. 그리고 하나님이 선악과를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는 법령을 세운 것처럼 우리도 법령을 만들기로 했다네. 그건 바로 우상을 만드는 것이라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게 만드는 것! 그 신을 믿으면 천국 간다는 믿음을 강력하게 부어줄 생각이라네. 그들은 그 우상을 믿으며 일평생을 보내게 될 것이네. 이왕이면 많은 신들을 만들면 될 거 같군. 그래야 어디를 가든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길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들이 하나님을 만날 기회는 영영 멀어지고 그들의 육신이 다하는 날, 그들의 영혼은 영원한 죽음이 있는 나의 나라, 지옥으로 함께 떨어지는 것이지.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전략이라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거짓말을 시작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