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 그 자가 왔다

#8 악마의 두려움

by 글탐가

요즘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을 맞이하고 있다네.


나를 근심과 염려와 고통 가운데 잠 못 이루게 하는 자!

하나님의 선지자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인간들을 나에게서 구원해 빼내가겠다고

말하던 자!

그 좋은 소식을 선포하는 선지자들의 목을 베고 불에 태워 화형을 시키고 씨를 말려 죽이려고 애를 써도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던 예언!


그 구원자가 드디어 이 땅에 나타났다네.


동정녀 마리아의 몸을 빌어 성령으로 잉태된 자!


인간의 원죄의 DNA를 거부하고 죄가 없이 태어난 완벽한 인간이자 전능한 신의 유일한 독생자!

그가 왔다네. 예수라는 이름으로.

예수라는 이름 속에 감춰진 비밀은 바로 구원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

하나님의 아들로 하나님과 함께 하나가 되어 하나님의 창조사역에 동참한 자!

하나님과 동등된 자격을 갖고 있으나 스스로 낮추어 인간이 된 자.

창조자이면서 피조물의 옷을 입고 가장 낮은 자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고귀한 자!

천지가 창조되기 이전부터 이미 있었던 자로 스스로를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말하는 자! 존재 그 자체로 스스로 있는 자라 당당하게 말하는 유일한 자!


그는 바로 하나님의 아들! 독생자 예수.

나는 그를 증오한다네.


재수 없는 자! 미치도록 죽이고 싶은 자!

그가 가진 모든 것은 나의 질투의 대상이 됐지.

그로 인해 나는 극한의 혼돈과 외로움과 고독을 맛보아야 했지.

그런데 그 자는 도대체 왜 볼품없는 인간의 육신을 옷 입고 이 땅 가운데 찾아온 것일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참으로 혼란스러웠다네.

‘도대체 왜 온 거지? 이 세상의 왕은 나인데, 설마 나의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서 온 것인가?’

괴롭고 괴로운 나날들의 연속이었지.

미치도록 숱한 밤을 잠 못 이루며 두려움에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도록 떨려왔다네.

단 하루도 술에 취하지 않고는 잠 못 이루는 밤!

나를 경배하는 인간들의 육신 안에 거하며 세상의 정사과 권세를 잡고 인간들을 통치하며 잘 살아왔는데 그가 나타남으로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네.

‘전쟁의 선포인가? 그의 선제공격인가?’


저렇게 작고 여리디 여린 인간의 육신을 힘입어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연한 순처럼 저렇게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라면 내가 저를 죽일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도대체 왜?


오랜 고심 끝에 나는 결심했다네.


자칭 메시아라 하는 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그 싹을 죽여 버리기로.


나의 세상의 군왕인 헤롯을 통해 유대인의 왕이라 칭하는 자를 죽이라 명했다네.

하지만 나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천군 천사들이 어린아이를 호위했고, 죽음의 권세로부터 보호했지.

아, 죽음조차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서 온 절망감이 나를 분노케 했다네. 그러고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군.


애굽의 왕 노릇하던 나에게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도전장을 내밀더군.

개박살 났던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군.

그때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내가 애굽에 배치해 놓은 모든 신들을 죽여 버렸지.

나일강을 피로 가득 물들인 첫 번째 재앙을 통해 나의 생명줄을 막았다네.

풍요로운 나의 나일강은 죽음을 맞이했고, 나일강 덕분에 경배를 받던 나일의 수호신과 나일의 악한 영과 나일의 지하세계의 신마저 무너졌지.


하지만 나는 그따위로 패배를 인정하기 싫었다네.

그러자 두 번째 개구리 재앙을 내리더군.

죽음과 심판의 강으로 변해버린 나일강에서 튀어나온 부활한 신들이었지.

그 부활의 신들이 결국 하나님께서 부여해주신 모세의 지팡이의 권능과 말씀 선포로 죽음을 맞이했다네.


나는 그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통탄을 금하지 못했다네.

내 마음에는 비통함의 무게만큼이나 큰 분노가 치솟았지.

절대로 이스라엘 백성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네.


그러자 셋째 재앙이 임했다네.

땅의 모든 티끌들이 이가 되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네.

나의 백성과 가축들에게 이가 생기고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주었다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가운데 나는 일단 화해의 손을 내밀었지.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주겠다고 말이야.

하지만 다음날, 내 마음은 또 바뀌었다네.

나의 백성과 이스라엘 백성을 구별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 이스라엘 백성도 나의 것이니까, 게다가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이라 할지라도 나는 하나님께 그의 백성을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네.


그러자 넷째 파리 재앙이 임하더군.

파리로 말미암아 나의 땅은 황폐해졌지.

아, 괴로워서 더 이상 말하기가 싫어지는 군.

나는 그때 받았던 재앙을 일일이 열거하기 싫다네.


그 후로도 나의 모든 가축들이 죽어나갔고 악성 종기가 일어나고 우박의 재앙과 메뚜기 재앙이 일어났지. 또 칠흑 같은 흑암의 재앙이 임하기도 했지. 이 재앙들로 인해 다산을 관장하던 나의 암 황소 신도 무너졌고, 질병과 의술을 관할하던 신들도 무너졌지. 곡식의 여신은 물론 공기를 주관하던 신들까지 다 무너졌다네. 아, 물론 이 모든 신들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기 위해 내가 만들어 놓은 신들이었지. 그 왕위를 나와 함께 반역을 도모했던 하늘에서 쫓겨난 나의 부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네. 그때 그들이 얼마나 나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봤는지 그때의 눈빛에 그들의 진심이 묻어나서 나는 행복했다네. 그런데 오랜 시절 쌓아왔던 나의 신들의 역사를 한순간에 다 무너뜨려버리다니 나는 다시 한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세는 나의 백성의 장자들을 칠 거라 경고했지. 이 경고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경고라네. 그것은 나를 죽일 거라는 경고이자 선전포고였다네.

이 세상에 먼저 온자, 내가 이 세상의 장자라는 것을 기억해보게.

내가 처음에 말했던 말, 말일세.

땅이 혼돈하고 공허한 황무지 같은 곳에 흑암으로 이미 와 있던 나!

내가 바로 세상의 장자라네. 그러니 내 백성의 장자들을 다 치겠다는 모세의 경고에 내가 치를 떨지 않을 수 있겠나? 나는 그의 경고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네. 그렇게 전쟁이 선포됐지. 결국, 나의 백성, 나의 장자들은 다 죽음을 맞이했다네. 약삭빠르게도 유월절의 어린양의 피로 문설주에 바르게 해서 죽음의 천사들이 이스라엘 백성의 장자들을 치지 못하게 사전에 전략을 세워 났더군.


유월절의 어린양의 피, 훗날 나는 알게 됐다네.

그 어린양의 피가 바로 하나님의 유일한 독생자 예수의 피라는 것을!

참, 하나님은 이야기꾼이지.

자신의 이야기를 멋지게 재밌게 포장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어찌 됐든 나는 그날에 참패하고 말았다네.

내가 참패당한 그 이야기는 계속 전해져서 후대에까지 이어지더군.

정말 그 이야기를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네.

부득부득 이를 갈며 복수의 칼날을 들이댈 기회를 노리고 또 노렸지.

‘죽일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오리라. 천국에서 쫓겨나 불의 심판 대위에 올린 전능자의 등에 칼을 꽂을 날이 반드시 오리라. 숨죽여 기다리고 기다리며 그때를 보아야 한다.’

복수의 날을 기다리며 치욕의 나날을 견뎌내고 있을 때 바로, 하늘에서 먼저 난 자, 진정한 장자가 나타나게 된 거지.


드디어 나에게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