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 언덕, 십자가가 나의 심판대라니!

#9 악마의 파멸

by 글탐가


태초 이전에 하나님으로부터 이미 난자,

하나님으로부터 나음이 있었기에 생명이 시작된 거지.

그 후로부터 생명은 그 존재 자체였다네.

인정하긴 싫지만 생명이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하나님이지.

그래서 하나님과 멀어지고 분리되면 생명이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임으로

죽음이 임하는 것이라네. 그렇게 나 또한 죽음을 맞이했지.


하지만 나의 죽음의 왕국은 부활했음을 선포하네.


나는 나의 죽음의 권세로 인간들을 생명의 존재로부터 멀어지게 할 생각이라네.

그것이 나의 진정한 복수임을 나는 아주 명확히 알고 있다네.


내가 천국에서 번개같이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유일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가 더럽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 가운데 왔으니 철저하게 짓밟아주기로 했지. 그의 나라, 그의 왕국, 천국에서는 감히 복수를 상상도 못 했건만 이제는 갚아줄 수 있을 거 같군! 드디어 성령으로 잉태된 자가 나사렛에서 태어났다는 얘기를 동방박사들로부터 듣게 됐지.


그가 나의 장자들을 죽였듯이 나 또한 그를 포함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장자들을 죽일 생각이었다네. 그렇게 받은 만큼 철저하게 갚아줄 생각이었다네. 하지만 나의 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네. 예수의 아버지 요셉에게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빨리 아기와 어머니 마리아를 데리고 애굽으로 가라 한 거지. 그때 나는 아기 예수를 찾을 수 없어 분노했다네. 그의 심장에 칼을 꽂아 그의 피를 나의 제단에 뿌리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지. 하지만 나는 이쯤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지. 나는 나의 군사들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다 죽이라 명했다네. 아이를 잃은 아비와 어미의 통곡소리가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지! 그것이 나의 미비한 복수였다네.

훗날, 애굽으로 피신한 예수가 이스라엘 갈릴리 지방 나사렛이란 동네에 다시 돌아왔고, 그는 점점 자라 성인이 되었다네. 그가 살아있는 한 나는 발을 뻗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네. 내 비록 예수의 심장에 칼을 꽂지 못했지만 나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하지만 함부로 그에게 다시 칼날을 들이댈 수는 없었다네. 그가 인간으로 태어난 그 계략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지. 반드시 나를 죽이기 위한 음모가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난, 도저히 그의 계략을 알아낼 수 없었다네. 하지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어 아주 기발한 생각을 해냈지.

그래. 그도 인간이니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 미혹해보자!

그때 마침, 그를 광야로 끌어내어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네.

먼저 그를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야겠다 다짐했지.


마침 광야에서 40일 금식을 하고 죽음에 임박한 연약한 상태로 있으니

이 기회를 노리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지.

오호, 그런데 참으로 슬프게도 그는 하나님의 아들답게 강하더군.

하긴, 전능한 그의 능력 덕분에 내가 천국에서 쓰디쓴 패배의 잔을 마셔야 했지만 말이야.

그런데 완벽한 인간인 그가 그렇게 강할 줄은 미처 예상을 못했지!


내 앞에 무릎 꿇고 절하면 천하 만국을 다 준다 해도 끄떡도 안 하더군.

정말이지 그가 내 앞에 무릎 꿇고 경배한다면 내 수하에 그를 두고 함께 이 세상을 다스릴 권세를 나누고자 했는데... 안타깝지만 나의 손을 잡지 않더군.


또 40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그에게 먹을 것을 주겠다고 유혹했더니 글쎄 하나님의 말씀이 진정한 생명양식이라며 들이대는데 그 순간 아찔해서 그곳을 달아나서 도망치고 싶었다네. 그걸 꾹 눌러 참고 있는데 그가 오히려 나에게 명령하더군.


“사단아 물러가라!”


그의 말 한마디에 나의 사지가 떨렸다네.

뼛속 깊은 곳까지 두려움이 덮쳐서 나는 광야에서 또 하나님의 아들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길 바라며 그곳을 빠져나왔다네.

그 시간이 흐르고 나는 분노했다네.

그 앞에서 떨고 있는 나의 연약함 때문에!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났음에도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의 강함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나는 다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네.

그리고 생각보다 그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네.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에 가장 수치스러운 참형으로 그를 죽이기로 했다네.


모세가 출애굽 할 때 나의 장자들을 죽였던 그날, 그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유월절에 자칭 유대인의 왕인 그를 죽인다면, 얼마나 극적인 이야기인가? 이 이야기가 후대에까지 전달되어 나의 승리가 만방에 퍼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겼다네. 그런데 솔직히 좀 불안하기는 했어. 나는 아직, 그가 인간으로 온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네. 그 의도를 정확히 알고 난 후 전략적으로 그를 죽이면 나의 지혜가 빛을 발할 텐데... 그게 참으로 찝찝하고 안타깝더군. 그리고 솔직히 유월절에 그를 죽이기로 한 것도 나의 결정은 아니었다네. 뭔가 그의 계략에 걸려든 거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지.


그는 전능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걸 계속해서 증명해 왔단 말이지.

오병이어의 기적이나, 귀신들을 내어 쫓거나, 또 죽은 자를 살리기도 하고, 아픈 자들을 치유해주기도 했지. 그런 전능한 능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자가 순순히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것이 뭔가 마땅찮게 느껴졌단 말이야. 그런데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들고일어나 하나님의 아들인 그에게 신성모독죄라며 십자가에 참형시키라고 들고 일어서지 뭔가? 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하겠단 말이지.


인간의 무지함이란.... 하나님의 아들인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무지함이야 내가 그동안 그들의 눈을 가려서 생긴 참으로 놀라운 결실이긴 하지만 하필 많고 많은 죄목 중에 신성모독죄라는 죄명을 들이댈 줄은 몰랐다네.

하여간 인간들의 아집이나 교만이 하늘을 찌르더군!

덕분에 뭔가 찜찜하긴 하지만 십자가의 참형을 속히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네.

차라리 그가 죄가 없다고 항소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온갖 채찍과 욕과 침 뱉음과 수치스러움을 받아들이고 있더군.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를 조롱하자 마음먹었지만 마음 한편에서 오는 두려움 같은 것이 내 안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네. 하지만 나의 불안함과 두려움과는 상관없이, 또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이 척척 진행되더군.

결국 그는 십자가로 들리어졌다네.

그리고 모든 물과 피를 다 쏟아내며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지.

그의 모습은 해골의 언덕인 골고다라는 이름에 딱 맞는 몰골로 변화되어 가고 있었다네. 그의 볼은 해골처럼 앙상해졌고, 살가죽과 뼈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다네. 말 그대로 마른 뼈 같았다네.


그는 고통스러웠는지 하늘을 향해 부르짖더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그렇게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하는 듯싶더니 다시 잠잠해지더군.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다 이루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네.


십자가의 참형이 그가 계획한 일이었음을!


물론 그의 아버지이자 나의 아버지인 하나님과 함께 합의한 일이기도 했고 말이야!

그들은 하나가 되어 십자가 참형을 계획한 거라네.

계속 나를 괴롭혔던 찝찝함이 바로 이런 결과를 예측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네.


하긴, 누가 감히 전능자인 하나님을 심판할 수 있겠는가?

그가 스스로 십자가에 달리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음을 나는 그 일이 이루어지고서야 깨달았다네. 나의 오만함과 자고 함이 나를 다시 한번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게 만들었지.


그리고... 그로 인해... 나의 심판이 이루어졌다네.


죄, 그 자체인 나의 심판!


그 심판으로 인해 내가 선악과 사건으로 인간으로부터 빼앗았던 모든 권세,

즉 죽음의 권세로부터 그들을 자유케 했지.

결국 죄인이어서 하나님과 관계가 끊어졌던 인간들에게 그는 하나님께로 가는 길이 되어 주었다네.


그것이 바로 그가 숨겨놓았던 비밀이자 하늘의 보화였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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