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해 Dec 02. 2021

카더라가 싫다

소신을 잃다


엄마, 그거 다 가짜 뉴스야. 그런 거 믿지 마.


시작은 판별력이 예전만 못한 60대 이상 대상이었을 것이다.  각 세대별 맞춤 카더라 통신으로 영역을 넓혀 같은 편으로 위장, 그들은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하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젠 많이들 그렇게 말하네? 정말 그런가? 나만 몰랐나? 그렇게 점점 세뇌가 되었다.


연예인들의 가십이야 스킵하거나 듣고 흘리면 그만이지만 전문가의 견해를 내세운 카더라 통신은 듣고 보는 족족 의지와는 별개로 머릿속에 자동 저장이 되었다. 의사가 밝히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글 역시도 그랬다. 지금 당장의 부작용보다 모두가 코시국을 잊은 먼 훗날, 검증받지 않은 백신이 우리 몸 안에서 어떻게 변해 공격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고 두려움에 가득 찬 내게 남편은 말했다.

"정권 막바지라 그래. 음해 세력들의 공작이야."

"그럼 이건? 의사들은 가족들에게 백신을 맞지 말라고 한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임상 실험을 한다, 전면 등교는 전 국민 백신 접종 완료 타이틀을 얻기 위한 술책이다, 백신 8차까지 계획이 되어있다..."

"그게 바로 가짜 뉴스라는 거야." 어? 이거 내가 엄마한테 했던 말인데?  


언젠가부터 라인에 떠도는 카더라와 주요 언론사의 기사, 공중파 3사의 뉴스가 정치, 부동산, 주식할 것 없이 모두 다르. 어차피 하는 말들이 다 제각각이니 남편의 말을 믿어볼까? 뭐니 뭐니 해도  플러스 안심이 제일이니까.




내년에 다섯 살이 되는 아이, 어린이집에 남아야 할까, 유치원을 보내야 할까? 무려 1년을 고민했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어린이집은 일곱 살까지도 다닐 수 있다. 같은 반 친구들 모두 그대로 어린이집에 쭉 다닌다고 하니, 더욱 고민이 됐다. 간혹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들 대부분은 혼자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였다. 이러니 하원 후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다는 장점이 보통 큰 장점이 아니었다. 그간 여기저기에서 들은 이야기와 맘 카페에서 본 글들 대부분은 환경이 바뀌면 아이에게 스트레스다, 어린이집을 다니면 아이가 원하는 학원을 보낼 수 있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다 똑같다, 유치원에 들어가는 돈을 저축해 초중고 학원 비에 쓰는 게 낫다며 어린이집에 계속 다닐 것을 권유했다.


유치원 선발 시즌이 다가와 일단 접수를 해놓고, 다시 검색해봤다. 눈에 들어오는 글이 전과 사뭇 달랐다. 유치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유치원을 보내지 않은 부모들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A 어린이집을 보내는 엄마들에게는 A 어린이집이, B 유치원을 보내는 엄마들에게는 B 유치원이 최고일 것이다. 아무래도 자신의 경험을 추천할 것이다.


지금 보내고 있는 A 어린이집은 칭찬 일색이다. 그런데 내게는? 이 지역 모두의 1 지망인 B 유치원은 칭찬글도 많지만 비방글도 엄청나다. 결국, 결정은 부모의 몫이다. 이 사람 말에, 저 사람 말에 매번 휘청휘청 흔들릴 지라도 어쨌든 뿌리는 내려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곳이 양지일지도 모르니까.


학습지도 마찬가지다. 부쩍 A 학습지가 좋다는 글이 올라왔다. A로 한글도 영어도 숫자도 다 익혔단다. 어머? 이거 시켜야 하나? 싶은 순간, 누군가 글을 올렸다. 알고 보니 다 광고더라고. 광고를 정말이지 옆 동에 사는 아이 친구 엄마가 쓴 글처럼 자연스럽게도 써놨다.




어디 어디서 들었는데, 그렇다더라?

ㅅ(시옷)이 八(여덟 팔)이 되는 이야기가 난 그렇게도 싫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만 전해도 일단 한번 걸러지는 건데, 건너 건너 몇 번에 걸쳐 걸러진 이야기를 너무 쉽게들 내뱉는다. 그런데 이제는 처음 ㅅ(시옷)을 이야기한 사람의 말도 신뢰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 사람 눈에만 ㅅ일지 모르니까. ㅅ을 ㄴ처럼 쓰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2, 30대에는 선택이 옳다고 믿었다.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고, 그 어떤 카더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 난 왜 이렇게 흔들리는 건지,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무엇을 걸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넘치는 정보에 소신을 잃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병풍이 싫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