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싫어졌다

뻔히 보이는 결말

by 정해


"넌 대체 거 아닌 에 왜 의미를 두는 거야?"


(보통은 남편 혹은 친정엄마, 가끔 시댁 어른들의)

어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욱! 하고 올라올 때가 있다. 그걸 남편 혹은 친정엄마에게 토로하면 너 참 예민하다, 꼬였다 타박하며 나를 탓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면 될 것을, 웃어넘기면 될 것을 꽁하고 있다고.


처음 그 말을 내뱉은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 꼬아 듣는 내 귀가, 상처받은 내 마음이, 끄집어낸 내 입이 문제가 됐다. 매번 후회를 했지만 결국 또 말을 내뱉고 마는 나였다. 공감받지 못할 마음이면 나누지나 말 것을.




그건, 네가 문제인 것 같아. 가족들이 하는 말에 왜 상처를 받고, 마음에 담아둬? 가족들이 설마 하니 상처받으라고 하는 말이겠어? 남도 아니고. 남들은 그런 말을 안 하지요.


모르시나 본데... 엄마의 '다 너를 위해 하는 말'들이 가장 큰 상처를 냈다.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에게 듣는 나의 단점들은 빼박이니까. 네가 그때 그렇게 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모든 갈등은 '내가 끄집어낸 말'과 '내 성격적 결함' 때문으로 귀결되었다. 원인 제공자는 매번 뒤로 빠졌다.

자꾸 왜 과거 얘기를 하냐는데. 그때 그게 온전히 내 잘못만은 아닌데 다 내 잘못이라고 하니까. 과거가 정리되어야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지.


예민해서, 꼬여서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게 아니다. 나를 탓하거나, 무시하거나, 비교하거나, 비난하는데... 그들이 웃으면서 말한다고 나까지 웃어넘길 일은 아니었다. 가시 박힌 부분을 콕 짚어내면 그런 의도로 (말) 한 거 아니라고, 왜 그렇게 받아들이냐고 되레 버럭 하니 또 내 잘못이 되었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




남들에게 하지 못할 말은 가족에게도 하지 않는 게 좋을까? 가족에게도 숨길 건 숨겨가며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게 좋을까? 감정과 생각들을 그들과 꼭 공유할 필요는 없나? 그들은 내게 그랬었나?


마음 같아서는 이제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너무 극단적인가 싶으니? 이제부터라도 어떤 사건에 대해 (사적) 감정은 싹 빼고 있었던 사실만 말할까. 뉴스 앵커들처럼 육하원칙에 따라 말하면 내 감정에 동의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할 일도 없겠지. 성격 참 꼬였네, 란 말도 듣지 않겠지.

알게 모르게 다들 그렇게 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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