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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비메이어 Sep 25. 2024

기다릴 자신 - 번외편

공부 생각 #4

2024년 9월 25일 수요일

06시 35분. 해가 뜨지 않은 시간. 도망치듯이 떠난 베트남 여행에서 새벽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서울을 향하는 공항리무진을 타고 있다.

비행기에서는 한숨을 자지 않았다. 버스에서도 정신이 말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몸은 여기저기 쑤시는데. 머리만이 각성상태에 돌입했나보다.

‘이러다가 오후즘에 기절하듯이 자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라고 생각하며 불꺼진 버스안에서 이제 막 해가 뜨는 창 밖을 내다보았다.

새벽 뜨는 해에 의해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는데, 차라리 이것이 저녁 노을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가 지는 뒤. 결과가 나온 뒤의 나는 어딜 향해 가고 있을까.

오늘의 새벽 하늘은 설렘이 아니라 불안이다.

오늘의 저녁 노을은 쓸쓸함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태양은 그것이 뜨거나 지고 있을 때에만 그 움직임이 존재감을 발휘했다. 하루를 단위로 시작과 끝이 있고 그 사이에는 무디게 지나간 기다림이 있었다.

그리고 기다림의 끝이 보이는 바로 지금에 나는 태양의 움직임에 예민해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낮게 내리깔리는 오늘의 저녁 노을을 나는 버티지 못 할 것 같다.

기다릴 자신이 그려지지 않는다.

낮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차라리 녹아 없어진다면. 기다림의 불안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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