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오죠. 우리 유전자는 그래서 후손을 남기는 일에 모든걸 집중하도록 진화했고, 존재의 부재가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종교와 사후세계도 상상해 냈어요.
인간이 문자와 누적되는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 내면서 그게 조금 바뀌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숨이 끊기고 몸이 개별 분자들로 돌아가도 끊임없이 존재하더라구요. 소크라테스가 그랬고, 김광석, 예수, 데카르트, 지미 헨드릭스,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사람들은 죽음을 넘어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았거든요. 유전자를 통해서 물질적인 존재를 이어나가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거죠.
그래서 저는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안해요. 한 생명을 낳아 기르는 것이 무척이나 의미있는 일일거에요. 그렇지만 저는 우리가 아이를 낳아 기르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는 것은 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두려움을 다른 방식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언젠가 제 삶의 끝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남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연애도 그렇죠.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지만, 온전히 그 사람을 잊어내지 않는 한, 그 사람은 내 머리 속에 언제까지고 살아있거든요. 그래서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정말 사랑했거든요. 그 때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은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최근에 많은 이들, 특히 뮤지션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합병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남긴 음악을 듣는 한 그들은 불멸의 존재로 남는다는 점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해요.
우리도 헤어짐 속에서 서로의 모습들은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몇년 만에 세상에 나온 노래 물망초를 발매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