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란 무엇입니까?
쉐이크 섁 리뷰
내 세상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것들이 있다. 코미디는 Bill Burr, 노래는 김광석, 떡볶이는 우리 엄마 떡볶이, 락밴드는 Nell, 철학은 데카르트 주의. 아쉽게도 냉면은 아직 넘버 원이 확인이 안 된다.
버거는 크라이 치즈 버거다. 그래서 버거를 말할 때 크라이 치즈 버거를 빼고 말할 수 없다. 쉐이크 섁 기본 버거는, 크라이 치즈 버거의 더블 버거보다 확실히, 조금 더 맛있다. 신선한 야채와 두툼하고 짭짜름한 패티의 조합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쉐이크 섁의 기본 버거는 6900원이다. 크라이 치즈 버거의 더블 버거는 4200원이다. 가격 차이는 2700원이지만, 맛의 차이는 1000원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이론 중 하나가 비싸고 맛있는 집은 그냥 비싼 집이라는 것이다. 싸고 맛있어야 맛집이지. 그래서 크라이 치즈 버거 먹는 게 더 기분 좋다. 앞으로도 강남에서 버거를 먹을 일이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크라이 치즈 버거를 먹으러 양재역까지 갈 것이다. 크라이 치즈 버거는 버거가 두 개 밖에 없다. 싱글, 더블. 그리고 그 두 개를 정말 정말 잘 만든다.
또 쉐이크 섁은 스타벅스와 비슷한 이유로 나를 열 받게 한다. 햄버거 집인데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힙한 감성의 인테리어와 조명이 자리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스타벅스 같이 사람 열 받게 하는 이상한 머천다이즈도 팔고 있다. 정문에서는 직원 한 명이 반자동문을 손님마다 일일이 열어주고 있다. 그건 버거집이 아니다. 버거집이면 버거집답게 대충 빨간색 노란색 섞인 인테리어에 새하얀 조명 달고 적당히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버거를 팔았으면 좋겠다. 마치 시대를 겁나 앞서가고 있는 것 마냥 잘난 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게 지금까지 쉐이크 섁에 안온 이유기도 하고. 그리고 여름에 나 지나갈 때 안개 좀 뿌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신 맥도날드 시그니쳐 버거보다는 확실히 맛있고 가성비도 좋다. 킹거킹과는 조금 경합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쉐이크는 최상급이다. 쉐이크 열심히 사 먹어라. 그래서 아직도 이름이 쉐이크 섁인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