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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메빛찬 Apr 10. 2021

누데이크(NUDAKE)

공간과 감성도 F&B 브랜드의 핵심 가치임을 인정할 때다.

*맛집 추천만 받는 게 목적이시라면 말차를 상당히 좋아하거나 공간 소비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추천드리고, 아니시라면 웨이팅 할 정도일 땐 안 가셔도 됩니다.

누데이크 : NEW, DIFFERENT, CAKE

1. 누데이크 : NEW, DIFFERENT, CAKE


  2021년 상반기 헤비 인스타그래머는 3단계로 분류가 가능하다. 스토리에 '누데이크'의 '피크PEAK'를 올린 사람, 그 스토리를 보고 '나도 빨리 가야지' 생각하는 사람, '이 케이크는 뭐야?'라고 묻는 사람. 누데이크는 현재 서울에서 가장 핫한 카페다. 젠틀몬스터의 새로운 시작, '하우스도산' 지하 1층에 위치한 이 카페는 젠틀몬스터 사업 확장의 신호탄이다.


  누데이크의 슬로건은 "Making New Fantasies Through Artistic Dessert(예술적인 디저트를 통한 뉴 판타지 생산)". 이곳의 디저트 모두 듣도보도 못한 비주얼이다. 현무암 화산에서 초록색 용암이 흐르는 듯한 '피크', 조각상 모양의 '피에타', 아직 출시 예정인 스펀지밥 집 모양의 케이크 등등. 얼음을 조각상 형태로 만든 '피에타 라떼'나 트러플 향을 입힌 '누 트러플' 등 음료도 독특하다. 가격도 예술이다. 1만 원대 음료도 있고, 케이크는 39,000원에서 60,000원까지 있다. 새끼손톱만 한 마이크로와상은 1조각에 약 700원이다.


  핫한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새롭게 생긴 디저트 카페가, 어디서 본 적 없는, 그런데 예술적인 디저트를 판매한다. 인스타그램에 난리 날 수밖에. 게다가 가오픈 때는 셀럽들이 인스타그램을 누데이크로 채웠다. 그 결과 평일 3~4시에도 웨이팅이 있고, 기다려서 들어가도 디저트의 절반은 품절이라 구경만 할 수 있다. 오픈 30일 만에 인스타그램 내 '#누데이크' 개수는 3,700개가 넘는다.

명품 편집샵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2. '공간'과 '감성'을 F&B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인정할 때


  인기의 비결은 '음료와 디저트가 맛있어서'가 아니다. 특정 소비자가 원하는 '감성'을 갖춘 '공간' 때문이다. 누데이크 스스로 '소비자의 감성과 감정을 자극한다'라고 대놓고 말했다. 공간과 음식이 패션 브랜드 같은 '생경한 멋'을 경험하고 싶은 감정을 자극한다. 차가운 그레이톤에 블랙&화이트와 우드톤의 가구들.  사선으로 길게 배치한 테이블에 패션 잡화처럼 전시된 디저트들. 그 옆의 화면 속 멋진 사람들은 먹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큰 공간 대비 취식 공간은 코너에 언밸런스하고 협소하게 갖춰져 있다. 여기가 편집샵인지 카페인지 헷갈리는 공간이다. '원래' 디저트가 아닌 것들이 틀을 깨고 디저트가 되었다. 공식 인스타그램의 피드도 하나하나 디저트 카페보다 패션 브랜드 같은 멋이 담겼다.


  공간으로 뜬 새로운 카페는, 기성 맛집 리뷰어가 평가하기 쉬운 편이다. '인스타 감성 카페. 가성비 안 좋음'. 이런 평가를 남기고 넘어가면 된다. 나의 생각은 다르다. 공간 소비도 F&B산업의 정당한 소비 항목으로 인정할 때가 됐다. 물론 음식도 소모되어 사라지는 마당에, 공간은 소유도 불가능하니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소비자가 각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힘을 받는 시대다. 노력과 고민 끝에 만들어진 공간의 값어치를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넓은 서울에서 좁더라도 온전한 자기 공간도 갖기 어려운 우리 세대에게, 머물고 싶은 공간을 소비하는 건 꽤 필요한 일이다. 당연히 감성만 챙기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곳은 없어져야 하지만.

왼쪽부터 피크, 필터커피B와 누트러플, 피에타

  카페에 대한 글인데 이제야 맛에 대해 말한다. 맛본 건 필터커피B(6,000원), 누 트러플(9,000원), 피크(39,000원), 피에타(12,000원), 마이크로와상(2,500원)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피크는, 봉우리 모양의 여러 먹물 페스츄리로 말차 크림을 둘러쌓은 케이크다. 말차 크림이 아주 풍성하고 질리지 않는 향이다. 피크 케이크는 말차 크림이 다 했다. 먹물 페스츄리는 먹물을 썼다는 정체성이 크게 드러나진 않는다. 페스츄리의 질감은 말차 크림과 잘 어울리는 정도이다. 말차 크림을 멋있고 맛있게 즐기기 위한 케이크. 말차를 사랑한다면 극호. 그런데 하나의 봉우리만 떼어내도 말차 크림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먹고 남은 걸 포장해주지 않는다. 매장에서 먹다가 포장해가려면, 아예 포장 형태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꺼내 먹어야 한다.


  조각상 모양의 피에타는 유자 치즈 무스 케이크다. 조각상 모양은 이 케이크에 바삭한 식감을 더해준다. 개인적으로 식감에 재미를 주는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던 디저트다. 마이 크로와상은 바삭한 초미니 버터 쿠키를 먹는 것 같은데, 2,500원은 정말 재미 값이다. 누 트러플은 모카 라떼에 트러플 크림과 블랙 마이크로와상이 올라가는 음료 메뉴다. 트러플은 이제 어느 음식에나 적용될 정도로 대중화되었는데(물론 생트러플 말고) 커피에 올라가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그런 이유는 당연히 안 어울려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맛이다. 음료는 맛이 깔끔해야 대중적으로 잘 나가는데 이 음료는 난해한 편이다.

(좌) 평일임에도 웨이팅이 길다. (우) 스펀지밥 집 같은 디저트. 누데이크는 생경한 디저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할 것 같다.

3. 힙한 F&B 브랜드 확보는 플래그십 스토어 성공을 돕는다.


  온라인 쇼핑이 활발해지면서 오프라인 공간에 힘을 빼는 곳이 많아졌고, 실제로 오프라인 유통업은 매출이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젠틀몬스터는 가로수길에 힙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올려냈다. 패션 인플루언서가 몰렸다. 선글라스를 사지 않더라도, 한 번씩 써보고 사진을 찍게 된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쇼핑한다고 해도, 어쨌든 쇼핑한 옷을 입고 나가서 사진은 찍어야 한다. 그 장소가 젠틀몬스터 스토어가 된 것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젠틀몬스터 매장에서 멋있게 찍은 사진들이 SNS에 적재되고, 그 결과 젠틀몬스터는 패션에 관심이 있으면 방문해야 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매장 매출이 당장은 안 나오더라도,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으로 궁극적인 매출은 오를 것이다.


  기업이 설정한 페르소나를 닮은 고객이 방문하는 오프라인 공간은 어느 기업이나 원한다. 그런 곳에 핫한 F&B 매장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방문 원인의 관점에서, 그 F&B 매장이 목적인 고객들 대상으로 인지도가 올라간다. '누데이크'가 유명해서 왔다가 '젠틀몬스터'를 알게 되는 사람도 꽤 될 것이다. 방문 결과의 관점에서, 외식업은 꽤 현금 순환이 빠른 산업이다. 하우스도산에서 선글라스를 사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데이크는 하루 종일 비싼 음료와 디저트가 팔려나간다. 특히 카페는 포장 판매가 활발해서 다른 외식업보다 공간 제약으로 인한 매출의 제약이 적다. 따라서 기업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핫한 디저트 카페를 끼고 있을 경우, 매장 유지가 좀 더 안정적이다.


  누데이크는 젠틀몬스터와 상호보완이 잘 되는 브랜드다. 서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도와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브랜딩으로 성공한 외식업체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희소성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가 관건이다. 나의 관점에서 누데이크의 감성과 비슷하게 전개할 미투 브랜드는 만들기 어렵다. 누데이크가 예술적인 디저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오더 프로세스를 더 효율적이게 정착한다면 내년까지 가장 핫한 카페 타이틀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소비자들에게 공간 소비의 가치가 더 설득이 잘 된다면 그 이상으로도.

(좌) 음료 메뉴 (우) 케이크 메뉴

상호명 : 누데이크 하우스도산

주소 :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50 지하1층

전화번호 : 070-4128-2125

운영시간 : 매일 11:00~21:00

*디저트류가 매우 빠르게 품절된다.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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