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바일 영상 제작하기

혼자 만드는 디지털 콘텐츠 Ⅱ

by 김민호

3. 모바일 영상 : 퀄리티보다 스피드

생짜배기 초보도 만들 수 있다. DSLR 카메라나 캠코더가 없어도 된다. 스마트폰만 있어도 촬영이 가능하다. 필자도 처음에는 아이폰으로 시작했다. 아이폰에는 일반적인 촬영 기능 외에도 타임랩스, 슬로모션 등 웬만한 고급 캠코더에 장착된 기능을 버튼만 눌러 구현할 수 있다. 물론 카드뉴스나 포토툰보다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한 편이라도 끝까지 제작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금세 카메라 촬영이나 편집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핵심은 아이디어보다 실행력이다. 다음 말을 들으면 한층 자신감이 커질 것이다. 이거 해볼 만하겠는데,라고 말이다.


evening-1840180_1920.jpg


“모바일 영상은 퀄리티보다 스피드다” <연예인 중고나라 체험기>로 히트를 친 모모콘의 이재국 기획본부장이 한 말이다. 영상제작에 잔뼈가 굵은 분이 한 말이니, 믿어도 좋다. 그는 트렌드에 맞는 신선한 아이템이 있으면, 기획에서 제작까지 1주일 안에 끝낸다고, 제작과정을 설명한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향이나 조명, 세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애당초 음향, 조명, 세트가 무엇인지 모르는 터라, 아예 신경을 쓸 수 없는 우리 같은 초보자에게 희소식인 셈이다.


그래서 관건은 기획력이다. 홍보담당자에게 기획력이란, 다음의 삼박자를 갖췄을 때 나오는 힘이다. 바로 타깃, 트렌드, 아이덴티티다. 타깃과 트렌드는 별도 설명이 필요하지 않아 건너뛰겠다. 아이덴티티는 다름 아닌 홍보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정체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덴티티를 발견할 수 있을까.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는 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가치관을 고민해볼 것을 주문한다. 그렇게 고민해야 우리만의 본질을 만들고,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홍보하는 기업이나 기관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게 바로 우리만의 콘텐츠다.


무엇을 만들지 계획을 세웠다면, 촬영과 편집을 해보자. DSLR 카메라나 캠코더가 없으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수 있다. 인터뷰를 촬영하다고 치면, 삼각대 위에 앙증맞게 세운 여러 대 스마트폰을 풀샷, 바스트샷, 클로즈업샷 등으로 역할을 나눠 녹화한다. 편집은 촬영된 샷을 필요한 만큼 잘라낸 뒤, 이어 붙이는 것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샷과 샷의 이음새가 부자연스러우면 디졸브 등의 전환 효과를 적용한다. 본질적으로 편집은 샷과 샷을 연결해서 의미를 생성하는 것이다.


필자는 애플 아이무비로 시작했다. 아이무비로도 좋은 품질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영상 보정을 위한 다양한 툴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배경음과 효과음도 풍성하다. 다만, 자막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없거나, 템플릿을 적용할 수 없는 건 다소 아쉽다. 아이무비만으로 갈증을 느끼면 어도비 프리미어와 애프터 이펙트, 파이널컷을 권한다. 단, 파이널컷은 한 번 비용을 지불하고 내려받을 수 있으나, 프리미어는 매달 사용료를 지불하는 시스템이어서 돈이 만만치 않게 들 수 있다.


imovie.png iMovie 편집화면. 화면 우측 상단에서 볼 수 있듯이 영상속도, 색감, 흔들림 안정화, 화면 자르기 등 기본적인 툴을 제공한다.


아직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으면, 피키캐스트나 딩고, 모모콘의 모바일 예능을 보는 것도 좋다. 피키캐스트의 <이거레알>은 직원들이 출연하는 예능으로, 일상에서 20~30대가 공감할 만한 소재를 이용한 5분 안팎의 영상이다. 이를테면, 난생처음 혼자서 밥을 먹거나 남자가 화장을 하는 식이다. 또는 남녀가 각자의 시선으로 소개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야구를 알지 못하는 동료직원에게 야구를 알려주는 장면을 유쾌하게 그렸다.


<숏터뷰>는 짧은 개그맨 양세형이 진행하는 유명인 인터뷰다. 30대 이상은 고개를 갸웃할 수 있지만, 10대는 환호하는 병맛 코드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숏터뷰> 코너인 초밀착 인터뷰의 경우, 진행자 양세형이 인터뷰이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인터뷰한다. 30대 이상도 공감할 수 있는 병맛 코드를 찾는다면 유세윤의 광고회사 <광고백>에서 만드는 영상을 권한다. 경기도 김포시 홍보영상을 보자. 김포시 홍보대사 윤수일씨가 어깨에 포를 맨 채, 김포의 다양한 관광지를 배경으로 포탄을 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포인트는 포탄에 붙은 ‘김’이다. 말 그대로 김이 붙은 포, 김포를 마구 쏜다. 배시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소개한 카드뉴스, 포토툰, 모바일 영상의 공통점은 모두 비주얼 콘텐츠라는 것이다.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기치로 내건 이들은 빠짐없이 영상에 투자를 하고 있다. 네이버는 TV채널을 신설했으며, 최근에는 MBC와 공동으로 웹드라마를 만든다. SBS는 몇 해 전부터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에 개설한 <스브스뉴스>에서 카드뉴스로 브랜드를 강화하더니, 1분 안팎의 이슈, 교양, 인터뷰 등의 영상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에서 더 이상 텍스트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인쇄물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과거 책이나 신문 등 인쇄미디어가 중심이었던 시대에는 텍스트가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로 바뀌면서 비주얼에게 주연 자리를 넘겨준 것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비주얼 중에서도 이미지보다 영상에 무게추가 기울었다.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도 비디오 퍼스트(Video First)를 대세로 인정했다. 그는 2016년 8월 열린 한 개발자 행사에서 “영상을 최우선 전략으로 밀고 있다. 해보니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더”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닌 게,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바뀌면서 영상 콘텐츠 노출이 증가하고 있다. 같은 값의 텍스트와 영상이 있다고 치면, 영상을 더 밀어준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제 영상 콘텐츠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끝으로 버즈피드 조나 페레티 CEO의 철칙을 소개한다. 그의 철칙은 3,000자 가까이 되는 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단 한마디로 함축하고 있다. ‘모바일=영상’이 뉴미디어 세계를 점령한, 뉴욕타임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버즈피드를 이끄는 수장의 철칙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디엄에 있는, 브런치엔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