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기능
브런치는 트위터 공동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가 만든 미디엄과 자주 비교된다. 브런치가 미디엄을 벤치마킹하여 2015년 6월 문을 열었고, 미디엄처럼 글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수많은 글쟁이들을 브런치로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브런치의 슬로건은 수사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글에 집중할 수 있고, 가독성을 높인 에디터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브런치 베타 꼬리표가 말해주듯, 아직 미완성 서비스다. 앞으로 보완하고 새로 선보여야 할 서비스도 많다. 미디엄에서 브런치가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탐나는 기능을 찾아봤다. 총 2회에 걸쳐 '미디엄에 있는, 브런치엔 없는' 기능을 소개한다.
하이라이트
하이라이트는 미디엄에서 독자들이 글을 읽다가 문장에 형광펜을 칠할 수 있는 기능이다. 보통 중요하다고 여기거나, 마음에 드는 문장에 형광펜으로 칠한다. 하이라이트는 본인 계정의 하이라이트 탭에서 따로 모아서 볼 수 있다. 특정한 글에서 독자들이 가장 많이 하이라이트를 한 문장을 볼 수도 있다.
하이라이트는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 유용하다.
먼저, 독자는 전통적인 미디어인 책에서 느꼈던 독서 경험을 미디엄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 바로 하이라이트를 통해서 말이다. 우리는 책을 읽다가 중요하거나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별표나 동그라미를 치기도 한다. 머릿속에 일일이 기억해둘 수 없으니, 나중에 다시 볼 때를 대비해 나만의 표시를 해두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책은 독자가 콘텐츠에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둔 상호작용적인 미디어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모바일에서 빛을 발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은 장문의 글을 읽기에 어려운 환경이다. 이는 모바일과 책이란 두 미디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은 화면 크기가 작다. 이동성을 고려하면 작은 게 당연하다. 이러한 모바일의 태생적 한계는 장문의 글을 읽는 데 치명적이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즐겨보는 사람은 많아도, 장문의 글을 즐겨 읽는 사람이 드문 이유다. 미디엄 하이라이트 기능은 모바일을 통해 장문의 글을 읽는 독자들을 배려한 장치인 셈이다.
두 번째로 하이라이트는 작가에게 소중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블로그와 SNS 피드백은 공감, 댓글, 공유가 전부다. 공감과 공유가 많은 글은 있어도, 댓글이 많은 글은 흔하지 않다. 이는 공감과 공유에 비해 댓글이 시간과 품을 들여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짧더라도 글을 쓴다는 건 골치 아픈 일이다. 이러한 연유로 대부분의 글에서 댓글이 적다.
하이라이트는 공감과 댓글의 중간 지점에 있는 피드백이다. 대부분의 작가는 공을 들여 글을 쓰는 만큼 독자들의 반응도 궁금해한다. 댓글로 독자와 소통하면 좋으련만, 댓글은 대부분 0에 가깝고, 공감만으로는 무언가 허전하다. 공감은 글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는 공감만으로 모자랐던 헛헛한 피드백을 채워준다. 하이라이트는 적어도 독자가 중요하다고 여기거나 마음에 들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드백은 새로운 글을 쓰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힘을 준다.
하이라이트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건 간단하고 쉬운 데다, 독자에게도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 건 댓글을 쓰는 것보다 쉽다. 밑줄을 그은 문장만 이어서 보면 장문의 글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장문의 글을 완독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본인 계정에서 하이라이트를 표시한 문장만 따로 볼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하이라이트 한 문장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도 있다. 여러모로 독자 스스로에게 득이 크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이라이트가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 환영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