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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길 느껴지는, 미디엄 새 추천서비스 '토픽'

by 김민호

요즈음 젊은 엄마들은 책 추천 대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매주 아이의 연령, 독서능력, 성향 등에 맞춰 고른 4권의 책을 토트백에 담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런 식으로 한 달이면 산술적으로 16권을 읽을 수 있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 달에 커피 대여섯 잔 값만 내면 된단다. 큰돈을 들이지 않는 데다,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골라야 하는 고민을 덜어줘서 인기가 많다.


최근 미디엄이 새로운 추천서비스 '토픽'을 선보였다.


작가와 독자를 위한 최고의 툴을 지향한 미디엄답게 독서 체험(reading experience)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일단 미디엄은 새로운 독서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앞서 언급한 책 추천 대여서비스의 온라인 버전인 셈인데, 인공지능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세상에서 인간이 공들여 마련한 추천 서비스는 어떨지, 한 번 들여다보자.




미디엄은 지난 5월 23일 공식 블로그 <3min read>를 통해 '토픽' 서비스 개시(Welcome to a smarter reading experience)를 발표했다. 이전보다 스마트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며, 핵심 미션인 '깊이 있는 아이디어를 위한 인터넷 공간 구축(to build a place for thoughtful ideas on the internet)'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엄은 이용자들이 소셜미디어의 뉴스피드를 의무감으로 확인하는 일에 지쳐 있다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만족스럽고, 완벽하며, 통제할 수 있는 피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추천 서비스 '토픽'은 미디엄에 존재하는 수많은 스토리를 과학, 테크놀로지, 디자인, 정치, 문화 등 50여개 토픽으로 분류해 제공한다. 이 가운데 매일 아침, 점심, 저녁 3번에 걸쳐 3개의 토픽을 전달한다. 미디엄은 이를 모닝 에디션, 런치 에디션, 이브닝 에디션이라고 표현했다. 아침마다 현관 앞에 배달되던 신문을 연상시킨다. 각 토픽마다 4~6개의 스토리가 들어있다. 이용자는 관심 있는 토픽을 팔로우하면, 새로운 스토리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저녁에 배달되는 이브닝 에디션이다. 미디어 주제의 스토리 4개가 담겨 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토픽은 큐레이션배달에 방점이 있다.


먼저, 큐레이션을 살펴보자. 미디엄 큐레이터팀이 특정한 주제의 스토리 가운데 좋은 글을 엄선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스태프들이 밤낮으로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미디엄의 다른 추천서비스 '태그'와 비교해보자. 태그는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한다. 작가는 태그를 이용해 자신의 다양한 글을 분류하며, 거꾸로 독자들은 태그를 따라 작가의 글에 도달한다. 태그는 독자가 관심을 가지는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지만, 글의 품질까지 보장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보통 블로그에는 IT, 영화, 여행, 맛집, 육아 등의 주제에 따라 포스트가 선별되어 있다. 여행 주제의 포스트가 여행이라는 키워드와 일치하더라도, 읽는 이의 기대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포스트가 그저 그런 수준의 짜깁기 정보이거나, 기대 이하의 저품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엄의 수작업 큐레이션은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



미디엄은 기존 태그 서비스도 계속 제공한다. You might like에서 평소 팔로우한 태그에 따라 추천받은 스토리를 볼 수 있다.


토픽은 양질의 스토리 선별에서 그치지 않는다. 엄선한 스토리 묶음을 이용자들의 홈페이지와 앱으로 배달한다. 이용자들은 클릭이나 터치만으로 스토리 보따리를 열어 좋은 글을 즐길 수 있다. 이는 매주 4권의 책이 들어있는 토트백을 배달해주는 책 추천 대여서비스와 비슷하다. 글을 읽는 환경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스크린이라는 점만 다르다. 바로 여기서 미디엄 토픽이 기존 블로그 추천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것이다.


미디엄은 이용자들이 좋은 글을 고르는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글 선택 실패의 위험까지 줄여준다. 만족스럽고(satisfying), 완벽한 (competable) 독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미디엄의 말은 이를 두고 한 것일 게다. 이는 미디엄을 벤치마킹한 브런치가 미처 고민하지 못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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