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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 시리즈, 모바일 롱폼저널리즘의 새 장 열까?

by 김민호

미디엄이 모바일에서 롱폼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3월 2일 미디엄은 공식 블로그 <3min read>를 통해 '시리즈'(Welcome to Series, a new type of story on Medium)를 선보였다. 시리즈는 모바일에 적합한 형태의 글쓰기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그동안 모바일로 미디엄의 스토리를 즐기는 이용자들이 증가하는 반면, 태생적으로 모바일 화면 크기가 작은 탓에 스토리 가독성과 몰입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미디엄은 모바일의 태생적 한계를 역으로 이용해 더 강력한 글쓰기 포맷을 개발했다. 바로 미디엄의 모바일 앱에서만 제공하는 '시리즈'다.



우선, 형식과 내용으로 나눠 시리즈를 살펴보자.


시리즈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일종의 카드뉴스다. 지난 2014년 하반기 한국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강타했던 카드뉴스와 닮았다. 카드를 한 장씩 넘기듯이 모바일 화면에서 텍스트 페이지, 이미지 페이지를 번갈아 손으로 밀어보는 식이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한 카드뉴스가 이미지와 텍스트가 한 페이지에 결합된 것인 반면에 시리즈는 이미지 페이지와 텍스트 페이지가 따로 있다. 다시 말해, 각 페이지에는 이미지만, 텍스트만 별도로 담겨 있는 것이다.


series-side.png 시리즈의 이미지 페이지(좌), 텍스트 페이지(우). 실제 스마트폰에서는 두 페이지가 따로 보인다. 즉, 이미지 페이지를 먼저 보고, 화면을 밀어넘겨야 텍스트 페이지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둘이 걷는 길은 확연히 달라진다. 시리즈는 심층적이고 복잡한 뉴스와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는 롱폼(long form)으로, 카드뉴스는 에피소드 위주의 연성뉴스를 양산하는 쇼트폼(short form)의 길로 갈라지는 것이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분리, 시리즈가 긴 호흡의 글을 풀어낼 수 있는 이유다. 시리즈가 옳고, 카드뉴스가 그르다는 게 아니다. 카드뉴스는 그 자체로 모바일에 적합한 포맷으로 널리 사랑받아왔다. 모든 포맷이 완벽할 수 없는 노릇이며, 이는 카드뉴스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다.


아울러 시리즈에서는 연재를 할 수 있다. 큰 주제 아래 여러 스토리를 이어서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같은 주제의 여러 글을 연재하거나 모아둘 수 있는 브런치 매거진과 같다. 이에 대해 미디엄은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블로그 포스트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포스트의 맥락(context)을 확실히 담아낼 수 없었다"면서 "시리즈에서는 심층적이고 복잡한 이야기도 연재를 통해 독자에게 온전히 들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즈는 긴 호흡의 글을 읽는 독자에 대한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사실, 스마트폰은 글을 읽기에 적합한 미디어가 아니다. 스크린이 작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몸에 배어있는 책 읽는 환경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책을 읽다 전화벨이 울리거나 집중이 되지 않으면, 잠시 페이지를 접어두고 나중에 다시 읽는다. 또한 책 내용 가운데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책 귀퉁이에 적어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미디어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미디엄은 달랐다. 글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줬던 에반 윌리엄스가 설립한 블로그다웠다. 시리즈에서는 오프라인의 독서 환경을 모바일에서 가능하게 구현했다. 시리즈에서 읽다 멈춘 페이지를 찾기 위해 스크롤바를 내리거나 사정없이 모바일 화면을 스와이프 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을 다시 켜면, 시리즈가 아까 읽다 만 페이지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자는 편하게 이어서 읽으면 된다. 스토리 끝부분에는 저자에게 보내는 피드백도 마련했다.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으면, 손뼉 모양의 이모티콘을 터치하면 된다. 페이스북 라이브의 좋아요와 비슷하다. 횟수 제한 없이 여러 번 이모티콘을 누를 수 있고, 터치 횟수만큼 카운트 된다.


IMG_5822.PNG


짧은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가 지배했던 모바일에서 미디엄 시리즈가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지, 모바일 롱폼 저널리즘의 새 장을 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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