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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 vs 카카오 브런치

에디터 툴(Editor tool) 비교

by 김민호

네이버는 2003년 처음으로 블로그 서비스를 선보였다. 벌써 문을 연지 햇수로 15년이 되었다. 당시에는 싸이월드 전성기였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가 등장하기 전이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내 집 마련이 꿈이었다.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기 벅찼던 보통 사람들에게 싸이월드는 구세주였다. 네이버 블로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누리꾼들의 환영을 받았다. 싸이월드나 네이버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게 유행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욕망은 진화하기 마련이다. 내 집만 있어도 족했던 이들이 집을 채우는 콘텐츠의 품질을 논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실을 열거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대상을 비교, 분석하거나 자신만의 관점을 드러냈다. 한 마디로 'Texting'에서 'Writing'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사진이나 영상 등 시각을 강조한 미디어가 포스트 속으로 들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디터 툴이 재조명 받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를 청출어람하다


네이버는 2015년 11월 블로그에 스마트 에디터 3.0 서비스를 개시했다. 스마트 에디터 3.0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마디로 웹페이지를 나가지 않고서 대부분의 포스팅을 끝낼 수 있다. 네이버는 최근까지도 블로거의 사용 환경을 반영하여, 스마트 에디터 3.0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글쓰기만큼이나 글에 어울리는 사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자신의 하드디스크에서 사진을 찾거나, 새로 웹페이지를 열어 사진을 검색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최근에는 사진 저작권 관리도 엄격해져서 함부로 가져다 쓸 수도 없다.


스마트 에디터 3.0은 '사진 검색'과 'SNS 사진'이라는 강력한 기능을 추가했다. 사진 검색은 2017년 3월 10일부터 제공되는 기능으로, 무료 이미지 사이트인 Unsplash와 Pixabay 사진을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포스팅을 하는 웹페이지를 나가지 않고서 사진을 찾고 추가할 있는 것이다. 저작권 위반 여부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네이버 블로그 스마트 에디터 3.0의 사진검색 장면


SNS 사진기능(2016년 7월 1일 개시)도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폴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은 자신의 사진을 쉽게 가져올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접근해 사진을 불러오는 방식으로,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사진 폴더를 찾고, 선택하는 것과 같은 UI(User Interface)다.

SNS 사진 기능으로 통해 페이스북, 폴라 등에서 사진 불러오기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시키면, 폴더별로 분류되어 있는 사진을 선택할 수 있다


이밖에도 글감 검색이 눈여겨 볼만하다. 책, 영화, 음악, 뉴스 등의 정보를 손쉽게 불러오는 기능이다. 사진 검색과 마찬가지로 포스팅 중인 웹페이지를 벗어나지 않고서 다양한 정보를 추가할 수 있다. 이러한 글감 검색과 사진 검색 기능은 사소한 듯하나 블로거의 수고를 덜어주고, 포스팅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역설적으로 '글'에 방점을 둔 브런치보다 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카카오 브런치: 글쓰기에 집중한 플랫폼


카카오 브런치는 2015년 6월 문을 열었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슬로건이 웅변하듯이 글에 집중한 블로그 플랫폼이다.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가 선보인 '미디엄'을 벤치마킹했다. 심플함이 강조된 미디엄을 연상시키는 레이아웃으로 오픈 당시 블로거들의 주목을 받았다.


먼저, 제목과 본문을 분리한 점이 신선했다. 제목 영역은 표제와 부제로 나눠 가독성을 높였다. 이는 신문 기사구조와 닮았다. 우리는 신문을 볼 때, 기사의 표제, 부제, 리드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제목영역에 사진이나 배경색을 선택할 수 있게 하여 비주얼을 강조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이미지는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을 연상시켰다. 사진 선택에 고민하는 이를 위해 배경색만으로 포인트를 줄 수도 있다. 이는 브런치 이전에 한국 블로그에서 볼 수 없었던 레이아웃이다.

브런치 독자는 글의 표제, 부제, 썸네일(제목영역 또는 본문영역 이미지)만 보고서, 글의 인상을 느끼고, 더 읽을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뉴스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스노우 폴>


다음으로 본문영역의 텍스트 도구를 눈여겨 봐야 한다. 브런치가 글쓰기 자체에 집중한 블로그 플랫폼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처럼 텍스트에 블록을 씌우면, 바로 위에 도구 창이 나타나 글자 종류, 글자색, 글자 배경색, 굵기, 밑줄 등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 글 자체와 관련되어 있으면서, 자주 사용하는 텍스트 도구 사용의 편리성을 높인 것이다.

브런치의 텍스트 도구창


아울러 사진, 동영상, 링크, 장소, 스티커 등 글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기능은 화면 오른쪽으로 분리했다. 당시 네이버 블로그 스마트 에디터 2.0에서는 텍스트 도구를 비롯해 모든 기능이 포스팅 영역 상단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후 네이버는 스마트 에디터 3.0에 이르러서야 브런치와 같은 길을 선택했다. 텍스트 도구와 나머지 기능을 분리한 것이다.


브런치가 분발해주길 바란다. 네이버에 앞서 국내에 새로운 블로그 플랫폼을 선보였지만, 기능 개선이 정체되어 있다. 브런치에는 아직 '베타'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정식 발표 이전이고, 미완성이라는 의미다. 작가가 진정으로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길, 그리하여 베타 꼬리표를 떼어내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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