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라이팅으로 접근성 다가가기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나의 선언

by 난로

UX라이팅을 하면서 '접근성'을 처음 의식하게 된 건, 웃프게도 업무가 아닌 사내 안마를 받을 때였다. 지친 업무 중 뭉친 어깨를 풀기 위해 안마를 받으러 간 자리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


'ㅇㅇ앱(경쟁사)은 보이스오버가 잘되어 있어요. 그래서 ㅇㅇ앱 위주로 씁니다.'


서비스에 들어가는 글을 쓰는 내 입장에서 '아차'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쓰는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듣기만 해도 알 수 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부서에서 UX라이팅 리뷰 요청과 함께 접근성 리뷰를 함께 요청받았다. '읽기 쉬운' 문장을 넘어 '듣기 쉬운' 문장으로 내 시야를 넓혀야 하는 순간이었다. 접근성을 이제 막 공부하게 된 입장에서 내가 세운 기준은 단순했다.


'화면을 보지 않고도, 그 문장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가'


문장이 전부인 사람도 있다


핀테크 서비스 사용자라면 자주 마주하게 될 카드 스캔 화면이 있다. UI를 볼 수 있는 사용자라면, 자연스럽게 '카드를 스캔 영역에 맞춰주세요.'라는 문장에 따라 카드를 화면 속 사각형 영역에 맞추게 된다. 하지만, UI를 볼 수 없는 사용자에게는 '스캔 영역'이 어떤 모양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그런 사용자들을 위해 '카드를 사각형 영역에 맞춰주세요.'로 바꿔보았다. 누군가 봤을 때는 단순히 단어 하나 추가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문장은 이제 시각 정보 없이도 상상 가능한 문장이 되었다. 화면의 문장에 불과했던 UX라이팅이 누군가에게는 화면 그 자체가 되는 순간, 그게 '모두'를 위한 UX라이팅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읽기 쉬운 글을 넘어서


서비스에서 텍스트는 많은 경우 사람이 제품과 만나게 되는 가장 작고 직접적인 접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접점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누군가에게는 그 문장이 전부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에서는 시각장애인 사용자를 예시로 들었지만 '모두를 위한 글쓰기'에는 화면을 볼 수 없는 사용자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화면을 보기 어려운 사용자, 낯선 UI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사용자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제 막 접근성에 발걸음을 떼었고,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돌아봐야 할 것도 많다. 그렇기에 이 글은 누군가에게는 우스워보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일종의 선언과 같다.


'읽기 쉬운 글'을 넘어, '듣기 쉬운 글', 그리고 누구에게나 '도달하는 글'을 쓰고 싶다.


이 선언이 나를, 또 나처럼 문장을 다루는 누군가의 시선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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