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라이팅 vs 카피라이팅, 뭐가 다른가요?

더 이상 설명할 일이 없을 그날까지

by 난로

마케터에서 UX라이터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내 직업을 설명할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부터, 같은 회사지만 유관부서가 아닌 사람들까지 "어떤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UX라이팅이요. "라고 답하면, 열에 여덟은 다시 되묻는다. "UX라이팅이 뭔가요?"


처음엔 열심히, 또 멋있게 설명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할 때 만나는 모든 텍스트로 사용자 경험을 그리는 일이에요."


사용자 경험을 그린다니, 멋있게 대답했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또다시 질문이 들어온다.


"아~ 알아요! 카피라이팅 같은 거네요?

91620453203bfd99b4acc413c12ebe3f.jpg 사실 어르신들이 여쭤보면 그냥 맞다고 합니다...


같은 '글쓰기'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사실 카피라이팅과 UX라이팅은 같은 '텍스트'를 다루지만, 출발점부터 다르다.


UX라이팅의 목표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주 독자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이고, 버튼, 에러 메시지와 같은 화면 안의 텍스트를 다룬다. 반면, 카피라이팅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타깃은 보통 잠재 고객이며, 사용되는 맥락도 SNS 광고, 배너 같은 마케팅 채널이다. 한마디로 '끌어들이는' 텍스트인 셈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카피라이팅과 UX라이팅의 차이를 조금 극적으로 보여주자면, 먼저 카피라이팅은 아래와 같이 쓴다.


하루 5분, ㅇㅇ앱과 함께라면 당신의 금융 습관이 달라집니다.


사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서비스를 쓰고 싶게 만드는 문장이다. 하지만 ㅇㅇ앱이 어떤 기능을 갖고 있길래 금융 습관을 바꾸는지는 알 수 없다. 반면, UX라이팅은 다음과 같이 쓴다.


ㅇㅇ앱에서 하루 목표를 설정하면, 지출 패턴을 쉽게 관리할 수 있어요.


이미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다음 행동을 안내하는 문장이다.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숨기지 않고, 다음 화면이 자연스럽게 예측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핵심이다.


마케터로 일할 때는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문장을 일부러 '예측 불가능하게' 썼다. 예를 들면, 이걸 누르면 뭐가 나올지 궁금하게 표현하는 식이다. 하지만 UX라이팅은 사용자가 다음 화면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도록' 쓰게 한다. 궁금해서 누르게 만드는 게 아니라,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카피라이팅과 UX라이팅의 가장 큰 차이는 예측 가능성의 여부라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티브보다 중요한 것


UX라이팅을 하면서 느낀 건, 크리에이티브한 감각도 있으면 좋지만 텍스트에 대한 논리적 설명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화면 안에서 눈에 띄는 문구를 쓴다기보단, 사용자의 맥락 전체를 고려하고 자신이 쓴 문구를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와 기획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UX라이터는 대체로 소수 직군인 경우가 많은데, 그렇기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협업 안에서 역할을 정의하고 책임지는 사람에게 더 맞는 직무라고 생각한다.


UX라이팅과 카피라이팅의 차이는 이미 수많은 글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내 경험에 빗대어 풀어내는 글을 한 번은 써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설명할수록 나 자신도 스스로에게 내 업에 대해 더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UX라이팅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아직은 설명해야 할 때가 더 많지만, 언젠가는 “UX라이터입니다."라는 말에 “아, 그거요” 하고 자연스레 아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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