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결과가 아니야, 방향이야

취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by 난로

'취향'이라는 주제로 1년을 넘게 주 1회씩 뉴스레터를 발행했던 나지만, 누군가 나의 취향을 물어본다면 아직까지도 선뜻 답하지 못한다. 아직도 나는 유튜브, 넷플릭스가 알려주는,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의 콘텐츠를 받아들이기 바쁘기 때문이다.


'어떤 취향의 ㅇㅇ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면 특정 브랜드, 혹은 특정 감독이나 아티스트의 이름이 나와야할 것만 같았고,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해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1년 넘게 누군가에게 내 취향을 소개하면서도, 사실은 나조차 그걸 명확히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한동안 마음에 걸렸다.


이직을 하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면서 내가 갖게 된 새로운 습관이 있는데, 바로 국어사전을 자주 찾아보는 것이다. UX라이팅을 하다보면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단어도 다시 한번 사전에 찾아보곤 한다. 그러던 중 문득 '취향'이라는 단어는 원래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찾아보게 되었다.


취향(趣向):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누군가에겐 너무 당연한 의미 같겠지만, 취향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그동안의 고민을 깨부수는 사이다처럼 다가왔다.


나에게 취향은 늘 '결과'였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내가 좋아하는 작가, 내가 좋아하는 운동처럼 누군가 내 취향을 물었을 때 그 대답이 명확해야만 내 취향이 확실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명확하게 나오기 어렵고, 명확한 대답이 나왔다 해도 그 대답은 진짜 내 취향이 아니라 당시 유행이거나 대중의 취향이였던 적이 많았다. 우리는 대중의 취향을 곧 나의 취향이라고 받아들이곤 하니까. 그런데 국어사전이 말하길, 취향은 그런 '결과'가 아닌 '방향'이란다.


그래서 취향은 명확하지 않아도 된다. 내 취향의 아티스트, 내 취향의 브랜드를 이야기하지 못해도 된다.


'좋아하는 작가는 아직 없지만, SF소설을 좋아해요.'라든가, '좋아하는 감독은 없지만 액션 영화를 많이 봐요.'처럼 그저 내가 어떤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 된다. 방향이기 때문에, 방황해도 괜찮다. 취향이라는 바다 안에서는 얼마든지 방황해도 좋다. 오히려 그 방황이 취향을 더 풍족하게 만들 것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통해 '취향'의 사전적 정의를 처음 알게되었다면 다른 자리에서 누군가 '어떤 취향의 ㅇㅇ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봤을 때 당당하게 답하시라.


아직 찾아가는 중이에요. 취향은 결과가 아니라 방향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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