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겨내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우리 집은 분주해진다. 아빠는 천천히 캐리어를 싸기 시작한다. 바지 하나, 셔츠 하나, 양말 하나. 언니는 기차 표를 예매한다. 엄마는 의사에게 물어 볼 것들을 체크한다.
화요일이 되면 아빠는 내일 입고 갈 옷을 체크한다. 엄마는 아빠가 먹을 건강식을 만들며 아빠의 옷을 봐준다. 이 옷은 어떤 것 같아? 내일 추워서 다른 패딩 입었으면 좋겠는데. 언니는 아빠와 만날 시간을 다시 한번 체크한다. 나는 식탁에 앉아 그들을 바라본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내일은 수요일. 아빠는 3주마다 서울에 간다. 수요일 오후에 도착해 하룻밤을 잔다. 그리고 새벽 6시 반 경 호텔에서 나와 병원을 간다. 오전 7시가 되면 채혈실이 개방된다. 오전 7시마다 아빠는 채혈실에서 피를 뽑는다. 오전 7시의 채혈실.
2021년 8월, 우린 아빠의 병을 알게됐다. 갑작스럽게 우리를 찾아온 병은 이윽고 우리 가족 모두를 끝도 없는 어둠으로 밀어넣었다. 여름은 여름이 아니었고, 여름의 습도는 그 어떤 서리보다도 추웠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아빠의 투병이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밀려오는 깊은 어둠과 싸우고 있지만, 어쨋든 여름은 갔고 겨울이 왔다.
아빠의 투병일기, 우리의 투병일기. 오전 7시의 채혈실.
* 아빠의 암 투병일기- 프롤로그
딸이 쓰는 아빠의 암 투병일기. 우리가족은 오늘도 이겨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