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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동거주택 상속공제 요건

by 박흥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슬픔에 잠겨 몇 달 지내다 상속세를 신고해야 하는 기한이 목전에 도달하는 분들을 주변에서 가끔 봅니다. 이 경우 상속인들은 상속세 기본공제, 배우자 공제 등을 통하여 상속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 중 동거주택 상속공제라는 제도도 있는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하면 ①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 10년 이상(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기간은 제외) 계속해서 하나의 주택에 동거 ②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 10년 이상 계속해 1세대를 구성하면서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1세대 1주택에 해당 ③ 상속개시일 현재 무주택자로서 피상속인과 동거한 상속인이 상속받은 주택일 것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상속주택가액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고 그 한도는 5억원이 됩니다.

갑도 피상속인 을로부터 주택의 지분 절반을 상속하고 동거주택 상속공제(5억원)를 적용해 상속세를 신고했습니다. 다만 갑은 주민등록표 주소변동 내역상으로는 을과 상속개시일까지 약 8년 동안 주소지를 달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갑은, 피상속인 을과 동거 했는지 그리고 1세대를 구성했는지는 단순히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볼 때 동일한 생활자금으로 생활하는지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직장의 변경 등 근무상의 형편으로 동거하지 못한 경우엔 계속 동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피상속인의 병원비나 일부 휴대전화 요금 지불, 온라인을 통한 식료품 등을 구매하여 준 사실도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감면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그 감면사유를 주장하는 납세의무자에게 있고,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명확하게 파악해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를 적정하게 처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주민등록법은 30일 이상 거주 목적으로 특정한 장소에 거주지를 가지는 자가 거주지 관할 시장 등에게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어, 구 상증세법의 동거 요건 충족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민등록표상 주소가 동일한지를 기준으로 하되, 주소를 달리한 기간에도 여전히 동거했다면 특별한 사정을 상속인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일부 의료비 내지 휴대폰요금 내지 식료품 구매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자녀로서의 일부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를 넘어 수입을 공유·소비하며 생계를 같이 했다고 평가하기엔 부족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2020구합72119판결).

조세소송을 하다보면 대부분 법률에 규정된 요건을 명시적으로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실질적으로 충족한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이를 인정해달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조세소송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말만 잘하면 공짜’라는 식도 통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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