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운영하던 갑이 갑자기 사망하자 그 배우자 및 아들 을 및 딸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갑의 채무 내지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하여 걱정이 되었습니다. 갑이 평소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사업에 대해서는 가족들에게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갑이 사망하기 2-3년 전부터 회사가 예전 같지 않고 힘들어졌다는 사실은 가족들도 직감으로 눈치 채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 채무가 순자산보다는 많을 것(채무초과)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가족들은 아들 을만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갑의 배우자 및 딸은 상속포기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는 가족들이 모두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 후순위 다른 친족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기 때문입니다.
한편 가정법원에 한정승인을 한 을은 회생법원에 상속재산파산신청까지 하였습니다.
아들 을이 한정승인을 하면 족한 것이지 반드시 상속재산 파산신청을 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 상속재산 파산절차를 따르지 아니하더라도 민법은 상속의 한정승인이 수리되면 상속재산이 상속인의 고유재산과 분리되고, 상속채권자와 수증자에 대한 상속채무를 신속‧공평하게 변제하기 위한 청산절차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속인의 채권 및 유증 신고의 공고에 의하여 상속채권자 및 수증자가 자신의 권리를 신고하고, 상속인은 그 기간 내에 신고한 채권자와 자신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하여, 우선권 있는 자에게 먼저 변제한 다음 일반채권자에게는 채권액의 비율로 변제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1032조 내지 제1036조). 또한 변제를 위하여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의 매각이 필요한 경우 민사집행법에 따라 경매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민법 제1037조).
그러나 위와 같이 민법상 한정승인에 의한 청산절차는 상속채무를 변제하는 행위를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하 ‘한정상속인’이라 한다)이 담당하고 있는바, 반드시 법률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한정상속인이 민법에 규정한 청산 관련 규정을 정확히 해석하여, 우선권이 있는 채권자를 판단하여 먼저 변제하고 일반채권자들에게 각 채권액의 비율로 안분배당 하는 일이 쉽지 않고, 그 이행에도 상당한 부담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실무상 한정승인 수리심판이 있는 경우에도 한정상속인에 의하여 청산절차가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상속채권자에 의한 개별적인 청구나 집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한정상속인은 한정승인이 수리된 이후에도 상속채권자들이 제기하는 소송 및 집행 등에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정상속인에게 청산절차를 맡기기 보다는 법원이 선임한 중립적인 제3자인 파산관재인을 통하여 상속채권자들에 대한 채무의 청산절차의 이행의 효율성이 높으므로 상속재산 파산절차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이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파산절차 신청 전에 사망한 경우 파산한 채무자의 재산(상속재산)에 대하여 이루어지는 파산절차를 상속재산의 파산이라고 합니다.
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307조는 파산신청 또는 파산선고 전에 채무자가 사망한 경우에 상속재산으로 상속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자에 대한 채무를 완제할 수 없을 경우, 상속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자와 상속인의 고유채권자의 이익을 조정할 목적으로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분리하여 상속재산에 대해 청산을 할 수 있도록 상속재산 자체의 파산절차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상속재산의 파산 절차에서는 민법상 한정승인에 의한 청산절차와 달리, 파산관재인이 존재하고, 채권자집회 및 채권조사기일을 개최하게 되며, 법의 규정에 따라 상속채권자 및 수증자에게 우선순위에 따라 평등하게 배당하게 됩니다. 또한 법에 정한 부인권 규정(법 제400조 내지 제402조)을 통하여 편파변제를 방지하고 상속재산의 부당한 감소를 시정할 수 있는 방법도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재산의 파산 절차를 이용할 경우, 파산관재인에 의한 상속재산의 효과적인 환가 및 공평한 변제를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특히, 상속재산의 자산 및 부채의 규모가 크고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 상속재산의 채권자들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집행을 하는 경우, 한정승인 및 재산분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편파변제가 행해진 사정이 발견되는 등 엄격한 청산절차의 필요성이 발생한 경우 등에는 상속재산의 파산절차의 실익이 훨씬 크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 글의 맨 처음의 의문사항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만일 갑이 남긴 부동산이 있었다면 아들 을이 한정승인한 경우에도 상속재산에 대한 취득세를 납부하여야 할까요. 아들 을이 한정승인 뿐 아니라 상속재산파산신청까지 하여 그 파산선고가 내려진 경우에도 상속재산에 대한 취득세를 납부하여야 할까요.
아들 을이 민법 상 한정승인을 하더라도 상속이라는 효과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아들 을이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하여 선고를 받더라도, 상속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이 파산관재인에게 귀속될 뿐 상속이라는 효과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상속인은 상속재산과 관련된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아들 을이 취득세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상속포기 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