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현금으로 돌려받은 유류분,양도소득세 부과가 웬 말인가?

by 박흥수


한 가족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것은 그 가정에 있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그 슬픔도 잠시, 그 가정은 상속 분쟁으로 빠져들어야 했습니다.

딸을 포함한 자녀들은 마땅히 자신의 몫을 상속받아야 했지만, 아들이 대부분의 재산을 사전에 증여받은 탓에 딸은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분, 즉 유류분을 침해당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딸은 아들을 상대로 기나긴 소송에 들어갔고, 그 결과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다만 판결에 의하면, 아들에게 아직 남아있는 부동산은 지분으로 돌려받고(원물반환), 아들이 이미 제3자에게 팔아버려 돌려줄 수 없는 부동산은 그 가치에 해당하는 현금으로 받으라(가액반환)는 취지였고, 이에 따라 딸은 아들로부터 현금을 받아야 했습니다만 아들은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재산에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강제경매 절차에서 배당금을 받아 비로소 자신의 몫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0년 가까이나 흐른 뒤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후, 과세관청은 딸에게 가산세를 포함해 1억원이 넘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과세관청은 딸이 아버지의 사망 시점에 문제의 유류분 상당의 부동산 지분을 취득했다가, 강제경매절차에서 현금을 받으면서 그 지분을 아들에게 '양도'한 것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딸 입장에서는 그저 빼앗겼던 재산을 돌려받은 것뿐인데, 과세관청은 이를 자산의 '양도'로 해석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입니다.

이에 딸은 위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딸에게는 '양도'로 볼 만한 행위가 전혀 없었습니다.

판례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려면 자산을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하는 '양도'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여기에서 ‘양도’란 자산에 대한 등기 또는 등록과 관계없이 매도, 교환, 법인에 대한 현물출자 등으로 인하여 그 자산이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소득세법 제88조 제1호 전문).

하지만 이 사건에서 딸은 판결을 통해 자신에게 응당 속하였어야 할 몫을 원물이 아닌 가액반환의 방식으로 돌려받기로 정하여졌으며 그에 따라 이 사건 금원을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았던 것이므로, 이 사건 금원이 원고에게 귀속된 것에는 세법상 ‘양도’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유상성(有償性)’ 자체가 결여되었습니다. 즉 딸은 단지 침해당한 자신의 권리(유류분)를 되찾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았을 뿐, 어떤 자산의 지배권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습니다.


둘째, 과세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법원은 과세관청 논리의 모순을 지적했습니다. 만약 아들이 부동산을 팔지 않아서 딸이 부동산 지분 자체(원물)로 유류분을 돌려받았다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류분을 부동산으로 받든, (부동산이 없어져서) 현금으로 받든 본질은 같은데, 단지 반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쪽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습니다.

위 판결은 법의 문언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그 이면에 있는 사실관계의 본질과 상식을 헤아린 결과입니다. 권리를 침해당한 이가 기나긴 투쟁 끝에 자신의 몫을 되찾는 과정을 '거래'나 '양도'로 볼 수 없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결론입니다(2024.5.22.선고. 서울행정법원2023구단70391판결 및 그 상급심 서울고등법원2024누46196판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어머니와 자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