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오늘 같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재혼하여 새 어머니와 사시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산에 모시고 내려와 새어머니와 함께 잠시나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나누고 싶어 그 집을 찾아갔지만, 아버지가 사시던 집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그 자식들과는 만날 이유도 만나고 싶지도 않다는 새어머니의 뜻이었다.
그들이 미처 못 느꼈을 뿐이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동안에도 아버지의 집은 그 자녀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주말에 놀러 가도 되는지 이번 주가 아니면 다음 주에는 놀러 가도 되는지 미리 확답을 받아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확답을 해 줄 수 있는 아버지가 없으니 그 집에 갈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법적으로도 그 자식들과 새어머니는 친자 관계는 아니니까.
아버지가 살던 집을 새어머니에게 유언으로 남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아버지의 딸은 생전에 아버지가 자신을 많이 사랑하였으며 자신에게 하나라도 더 남겨주려고 했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로 자신이 예전에 쓴 일기장을 가져왔다.
상담할 그 당시 일기장의 증명력이 그리 높지 않다고 단정적으로 대답했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같은 상담을 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 일기장을 면밀히 검토하여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