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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Oct 24. 2023

생리할 때면 감정이 널을 뛴다.

싫다 싫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오늘은 동동이가 저녁 먹고 양치를 안 했다. 


양치를 안 하고 도망 다니는 건 물론, 두유를 먹겠다고 한다. "두유 주면 양치할게." 말하고 도망 다니는 것이다. 이번에는 이야기를 틀어달라고 한다. "이야기 먼저 틀면 양치할게."라고 말하는데 이걸 믿어야 하나.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렸다. 

"양치하고 싶으면 그때 들어와."


10분 뒤에 아이가 들어온다. 하지만 여전히 양치는 안 하겠단다.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 심호흡을 한다. 화가 난다. 부드러운 노래를 틀어놓고 겨우 마음을 다스려본다.


마구마구 화를 내고 싶다. 아이는 그 뒤 10분이 더 지나서야 양치를 먼저 하겠다며 왔다. 아이는 내가 원하는 대로 양치를 해주었다. 동동이가 나보다 나은 것인가. 




핑계인지 정말인지 모르겠으나 생리가 시작할 때면 다양한 감정을 겪는다. 그런데 그게 나아지거나 좋아지거나 하지 않고 매달 비슷한 감정들을 겪어내는 것 같다. 


1. 어지럽다.

생리하기 3일 전부터 어지럽다. 피가 나오지는 않지만 이미 몸에서는 피를 뽑아내고 있는 것 같다. 기립성 빈혈이 와서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고기가 끌린다. 이때 설렁탕이나 갈비탕을 먹으러 간다. 


2. 졸리다.

졸리고 누워있고 싶다. 예전에 학교에서 앉아있어야 할 때는 마치 병든 닭처럼 졸았더랬다. 지금은 다행이다. 책상에 앉아있는 학생이 아니라서.


3. 변비가 찾아온다. 

이때는 변비가 찾아오기 쉽게 때문에 꼭 양배추즙이나 오트밀을 챙겨 먹어야 한다. 아니면 화장실에서 저혈압으로 쓰러질 수 있다. 


4. 물건을 잃어버린다.

방금 들고 있던 물건이 어디 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물건을 쉽게 잃어버린다. 대부분은 그냥 집에 있거나 방에 있거나 한다. 나만 물건을 찾아 헤매며 혼돈의 시간을 겪는다. 


5. 화가 난다.

동동이가 양치를 안 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화가 난다. 다 내팽개쳐버리고 싶은 심정이 된다. 


6. 불안하다.

아무 이유 없이 불안하다. 가만있지를 못하겠고 가만있는 동안에도 불안이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이 지나가면 생리가 시작된다. 왜 이러는 것일까. 나만 이러는 것일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이 '생리 전 증후군'을 보내는 것일까. 


예전에는 더 심했던 것 같다. 특히 학생 때는 울고 가족들에게 짜증을 냈던 적도 있는 것 같고. 이상한 그림을 그리면서 화풀이를 했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그때 그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지금은 생리통도 거의 없어졌고 울지도 않으니 감정적으로 훨씬 차분해진 것 같은데. 여전히 힘들다. 월경 전 증후군은. 




월경 3일 전입니다. 


알람이 울리면 '뭐야 벌써 3일 전이야.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여유는 잠시 뿐이다. 이런저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생리가 터지고 이틀이 지나서야 모든 게 괜찮아진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야 하는 걸까. 


안 그래도 복잡한 인생 참 살기 힘들다.






*사진: UnsplashMotoki T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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