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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May 11. 2024

비가 오는 날 밖에 나가지 않기

아무래도 집에 있어야겠지?


오전에는 잠깐 밖에 나갔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동동이와 함께 아파트 배드민턴장에 깔린 인공잔디에 주저앉았다. 동동이의 주황색 바람막이 모자를 씌우고 말했다.


"날아갈 것 같아~"


나뭇가지가 휘어지고 정신없이 흔들린다. 동동이가 까르르 웃는다. 왠지 비가 올 것 같다고. 우리는 아무래도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날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엄청 내린다. 나는 동동이가 자는 동안 아껴놓았던 소설책 하나를 들고 책상에 앉았다.


따뜻한 커피와 계란버터쿠키를 먹으며 책장을 넘겼다. 자연주의를 고집하는 계란버터쿠키는 동동이 선물이지만 동동이는 알레르기가 있어 먹지 못한다. 결국 엄마 입으로.



밖에는 비가 내리고 소설은 환상적이고 계란쿠키는 달달하고 커피는 씁쓸하다. 방에는 따뜻한 조명이 켜져 있고 동동이는 감사하게도 잔다.




그렇게 감사한 오후를 보내고 저녁이 되었는데, 문득 드는 마음은 밖에 한 번 더 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아니, 비가 이렇게 오는데 밖엘 나가겠다고?


그렇다.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한다. 아무런 할 일이 없어도 나가면 그냥 좋다. 이런 내가 육아를 하느라 집콕 생활을 몇 개월이나 이어갔었다. 그때의 시간여행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밖에 나가니 겨울은 봄이 되어있었다.




밖에 나가는 건, 여행을 떠나는 것이고 여행은 때론 모험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동동이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어떤 모험을 떠나볼까?"


그렇게 킥보드에 외투를 든든히 걸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가방에는 동동이가 좋아하는 검은콩 두유와 배도라지즙을 챙겨서 모험을 떠난다.


맑았던 날의 모험


아, 그런데 비가 온다. 그냥 내리는 게 아니고 억수로 퍼붓는 느낌이다. 도로에는 차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나가면 고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 번만, 한 번만 더 나가고 싶다.


홈플러스라도 가 볼까? 잠깐 운전만 하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쓴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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