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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May 20. 2024

14년 전 만들었던 D-Day가 캘린더에 남아서

1만 시간의 법칙 그런 걸까?


오랜만에 대학교 동기를 만났어요. 친구는 다음 달 출산을 앞둔 만삭의 임산부여서 온 가족이 용인까지 출동했죠. 남편이 동동이와 함께 키즈카페에 가고 둘이 조용한 수다시간을 보냈어요.  


"우리가 만난 지 15년이 됐어. 진짜 오래됐다."


그래, 20살 때 우리는 처음 만났고 그때는 다 새롭고 낯설었던 것 같아. 잠깐 추억에 젖으며 핸드폰을 넘기는데 달력에 전에는 보이지 않던 기념일이 하나 보였어요. 


2024. 7. 5. : 요가 강사 되는 날 


바로 네이버 달력에 저장되어 있는 기념일이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그러니까 아마도 7월쯤에 앞으로 요가 강사가 되겠다며 기록해 둔 거예요. 14년 뒤를 디데이로 잡아놓고 핸드폰 화면에 띄워놨었지요. D-5000일, 4000일, 3000일을 거쳐서 점점 줄어드는 숫자를 가끔씩 봤던 기억이 나요. 그 뒤로 핸드폰을 바꾸면서 디데이를 적어놨던 걸 까먹고 말았어요. 


그런데 바로 올해가 14년 뒤 그날인 거예요! 신입생 때 만난 친구는 15년 지기 친구가 되었지요. 




디데이를 14년 뒤로 해놨던 건, 10살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24살 때 정확히 3학년 담임으로 교실에 섰기 때문이에요. 1만 시간의 법칙이 14년이 걸리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뭐든 14년 뒤로 디데이를 잡았던 기억이 나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요가강사 자격증을 땄어요. 겸직이 안되서 수업은 못하지만 학교에 요가 전문적 학습공동체 회장을 맡고 있어요. 그리고 7월이 되면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무료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디데이가 있는 7월에 처음으로 요가 수업을 진행하게 되는 거죠. 




놀랍기도 하고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14년 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거의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됐던) 일이 현실이 되어서 멍하니 아련해지기도 했어요. 


10살 때 바라봤던 초등학교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어요. 너무 멀고, 그런 직업을 내가 가질 수 있을까 의심이 되고 하지만 자라면서 막연했던 꿈에 하나씩 가까이 다가갔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요가강사로 수업을 할 날이 다가오고 있어요. 2024년 7월에!




비슷한 시기에 여러 가지 디데이를 적어놔서 다른 건 뭐가 있나 찾아봤어요. 그중에 하나는 영어로 자유롭게 소통하기가 있었는데, 원어민교사를 3명쯤 만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일상적인 소통을 하는 경험을 했었죠. (지금은 다 까먹었지만)


디데이를 살펴보니 두 개가 더 있네요. 

2024. 10. 10 : 여행작가 되기.

2024. 11. 19 : 세계적인 동화작가 되기 


오 마이갓. 왜 다 올해로 적어놓은 거지. 




여행작가 되기는 별 노력을 안 해서 그런지.. 이루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세계적인 동화작가 되기 이건, 지금 가지고 있는 원고를 잘 고쳐서 다음 공모에 다시 내야, 당선이 될까 말까 한 목표가 되고 말았네요.  


지금이 5월이니까, 아직 183일이 남았는데 그 안에 뭔가를 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어요. 사실 감격적이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고요. 


앞으로 14년 뒤는 2038년이네요. 독자님들은 혹시 그때까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직은 없는 같아요. 앞으로 차근차근 새로운 디데이를 정해보려고요. ^^ 21살의 저는 꿈이  당찼던 같아요. 


2038년, 뭘 이루고 싶으신가요?




* 사진: UnsplashMaddi Bazzo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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