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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n 28. 2024

10년째 옥수수값을 똑같이 받고 있다고요?

10년째 가격 동결, 우리 엄마였네. 

가끔  텔레비전에 나옵니다. 10년째 같은 가격에 한식백반을 팔고 있거나 단돈 3000원에 자장면을 파는 식당 주인.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음식을 팔면서도 손님들의 경제 사정을 생각하며 가격을 올리지 않죠.


그런 프로를 보면서 저분들은 봉사 정신으로 일하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런 사람이 바로 제 옆에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 엄마요!




본격적이 여름이 시작되면 생각나는 것이 바로 옥수수입니다. 저희 집은 대대로 농사를 지었어요. 옥수수, 감자, 고구마, 배추, 열무, 가리는 것 없이  수 있는 모든 작물을 농사지어 파고 있습니다. 원주 새벽시장 직거래 장터에서 팔거나 도매상인들에게 넘기고 있어요.


옥수수 택배 배송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서 언제부터 파는지  물어봤습니다. 물어보는 김에 몇 개에 얼마씩 파는지도 물어봤죠.


그런데 가격이 좀 이상합니다.


30개에 18000원 택배비 포함

50개에 25000원 택배비 포함

이렇게 팔고 있다는 겁니다?


"엄마 택배비 포함이면 택배비는 얼마야?"

"어, 4000원이야 비싸지?"


택배비를 빼고 나누기를 하면 옥수수 하나에 400원입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노란 옥수수 하나가 3000원. 마트에서 파는 옥수수도 하나에 천 원이 넘어가는데 겨우 400원이라니요?




바로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습니다. 강원도 미백 찰옥수수를 파는 많은 판매자들이 나왔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엄마 같은 가격은 볼 수가 없습니다.


20개에 20000원

30개에 30000원

40개에는 40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모두 캡처해서 엄마에게 보내주었습니다. 그러자 엄마도 깜짝 놀랍니다.


"아니 왜 이렇게 비싸게 팔아?"




들어보니 엄마는 제가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격을 올려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농산물가격은 매년 가격이 변하는데요. 오르건, 내리건 고정가격으로 10년 동안 팔았다는 겁니다.


그런 엄마가 모르는 게 한 가지 있었으니 물가가 오른다는 사실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엄마는 그 가격 그대로 여태까지 팔고 계셨습니다.


"엄마, 가격 조금만 올리자. 단골들한테 문자 보낼 때 조금 올려서 보내."


그런데 발 빠른 엄마가 벌써 문자를 보냈답니다. 10년 전 가격 그대로 말이죠. 그러면서 엄마가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이 분들은 10년 동안 우리 옥수수 사신 분들이야~"


엄마, 그분들은 내년에도 후년도 계속 우리 집에서 옥수수를 사실 수밖에 없어요. 왜냐고요? 다른 곳에 가면 이 가격에 절대 옥수수를 살 수 없거든요.




엄마 옥수수 맛은요, 제가 보장합니다. 저한테 여름마다 한 박스씩 붙여주면서 항상 말씀하세요.


"설탕 이런 거 넣지 말고 바로 삶아. 그렇게 먹어도 맛있다~"


그 옥수수를 어떻게 키웠겠어요. 이 더운 여름 쨍쨍한 햇빛을 뚫고 자란 옥수수를 말이에요. 말 그대로 피땀을 흘려 키운 옥수수 아닙니까. 그런데 잘 키워서 헐값에 팔고 있다니요.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동안 저 하나 잘 살아보겠다고 엄마를 너무 생각하지 못했나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안 되겠다. 엄마. 우리도 하자. 스마트스토어!"


그렇게 말하고 바로 스마트 스토어에 들어갔습니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브런치도 블로그도 처음부터 했던 건 아니잖아. 스마트 스토어도 한번 해보면 되지!


하지만, 제가 넘어야 할 고난은 거기에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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