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n 30. 2024

옥수수 400원, 그 기쁨과 슬픔

강원도에서 여름철 옥수수란..


저는 인천에 살고 있습니다. 친정인 강원도에서 멀리 떨어져 나왔습니다. 집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택배로 가끔 받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마트에서 그냥 장을 봅니다.


장을 보면 채소들이 '원래 이렇게 비쌌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과일값은 금값이어서 감히 건들지를 못하겠고, '못난이'라는 이름을 붙인 채소들도 비싸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산지에서는 여전히 헐값에 농산물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요즘 엄마가 새벽시장에서 팔고 있는 열무는 한단에 1200원입니다. 사진으로 한번 보실까요?


1200원 짜리 열무 한 단


네, 이만큼이 단돈 1200원. 요즘 편의점에 가면 플라스틱 컵에 담긴 커피 한잔도 사기가 어렵습니다.


10단을 팔아야 1만 2000원을 벌게 되고, 100단을 팔아야 12만 원을 벌게 되는데요. 가격이 떨어졌다고 팔지 않을 수도 없으니 엄마는 매일 저녁 손수 열무단을 묶습니다. 도매상인에게 넘기기 위해서지요.


가끔 새벽시장에 가져간 채소들을 다 못 팔고 돌아오면 남은 채소를 집으로 가지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근처 아동보육센터에 들려서 몽땅 기부하고 돌아오기도 했다고 해요.


옥수수 철인 여름이 되면 온 동네에 옥수수가 가득합니다. 밭뙈기로 옥수수를 사가는 장사꾼은 아주 싼 가격에 옥수수 밭을 통째로 사가고 아빠는 그렇게 파는 걸 여태까지 '감사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열게 된 스마트 스토어. 오히려 적극적인 쪽은 겁 많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였어요.


"엄마, 한 번 팔리나 시험삼아 해보자. 응?"


작년에 '개인'자격으로 가볍게 열었던 스마트 스토어는 금방 20개 이상의 판매량을 가져서 '개인사업자'로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덩달아 평생 전업주부에 농부로 살아온 엄마는 사장님이 되셨네요. 사업자 등록증에 적힌 엄마 이름 세 글자를 보는데 왜 제가 더 뿌듯할까요? 안된다, 무리다, 힘들다, 어렵다고만 하시던 아빠도 놀랍다며 웃어 보이셨어요.




경제 도서를 읽을 때 이런 말을 들었어요.


농사를 짓는 사람이 유통과정을 직접 뚫는 일은 쉽지 않다. 거기에 에너지를 쏟느니 차라리 도매상을 거치는 편이 효율적이다.


맞아요. 맞는 말입니다. 엄마 아빠가 스마트 스토어 관리를 하면서 농사를 짓는 건 무리예요. 컴퓨터도 능숙하지 못하고 세부설정도 너무 어려우니까요.


제가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봐도 자꾸 뭔가 틀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걸요. 그러니까 농사짓는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시고 제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라도 관리를 하는 편이 맞습니다.




그래서 딱 1년만 실험삼아 해보자고 했던 스마트 스토어를! 올해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씨앗을 뿌릴 때부터 사진이며 동영상을 찍어서 기록을 남겨놓았어요. 덕분에 여러분께 생생한 옥수수 밭의 모습을 전해 드릴 수 있게 됐네요.


이 브런치 연재에서는 옥수수 농사와 스마트 스토어에 대해 여름 한 철 동안 담아보려고 해요.


특히 스마트 스토어로 농산물 직거래를 원하시는 농부님이 계시다면 제가 지난 1년 동안 지나온 과정을 팁으로 알려드릴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러다가 옥수수가 먹고 싶으시면 저희 스토어에도 놀러 와주세요. ^^


https://naver.me/FQI4etm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