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Aug 15. 2024

이제야 다시 돌아온 그곳

모든 시간은 지나간다.


동동이는 21년생 코로나 베이비다. 코로나만 겪었어도 힘들었을 텐데, 엄마만 됐어도 힘들었을 텐데. 둘 다를 한꺼번에 겪다 보니 그때는 세상이 참 무서웠다.


육아를 하던 시절 눈만 감으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혼자 집에서 눈을 감으면 여행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감정이 냄새가 훅 끼쳐와서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그 시절 결혼한 친구들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 모두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에 힘들어하던 시절이었다.




이제 우리 가족은 두 명이 아닌 세 식구가 되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첫 여행지는 베트남 트랑이다.


 

나트랑은 임신 전에 엄마를 모시고 효도여행을 갔던 곳이라서 여행 준비를 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4살 아이와 가는 여행이다 보니 잘 아는 곳부터 도전했다.


여행을 계획을 짜는 것도 효도 여행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에어컨 바람 빵빵 나오는 곳, 편안한 곳으로 모시고 다닐 수 있도록 노력했다.




동동이는 짐 쌀 때부터 콧노래를 부르더니 5시간의 긴 비행도 잘 해냈다. 호텔에서도 잘 놀고 마트에서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지만 사준 장난감들을 알뜰히 가지고 놀았다.



워낙 더위를 많이 타서 밖에는 나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막상 나가면 수영장에서 수영도 한참 했다.


행복하다, 그치?


두명일 때는 어떻게 세 가족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임신을 했어도 마지막 병원에 아이를 낳으러 갈 때까지 세 가족이 된다는 게 실감이 안 났다.



이제는 동동이가 엄마 아빠도 발로 뻥뻥 차고 잠꼬대도 해 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커다란 침대 하나에 세 식구가 함께 누워 자며 밤을 보냈다.




그 와중에 동동이는 드디어 계란 알레르기를 졸업했다. 마지막 피검사에서 의사 선생님이 결과지를 읽어주시면서 익은 계란은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계란 알레르기로 음식을 가려먹고 비건 식당을 찾고 비건 빵을 찾아 먹었는데 그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 계란이 들어있는지를 묻지 않아도 되서 정말 행복했다.




나에게는 코로나도, 육아도 계란 알레르기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언가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지나갔다.


힘든 시간 속에 있을 때는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더 가야 이 길이 끝나는지 알 수 없어서 더 힘들었다.




여행을 다신 못할 것 같았다. 아이는 자라지 않을 것만 같았고, 계란은 영영 못 먹을 줄 알았다. 하지만 코로나는 끝났고. 아이는 말을 하고 뛰어다닌다. 계란이 들어간 음식도 조금씩 도전 중이다.


이 첫 여행은 다시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증거이고, 앞으로 더 멋진 곳들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우리는 떠났고 이제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있다.



앞으로 나의 인생에 더 멋진 날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대에게도 멋진 날들은 올 것이다.


비록 힘든 어느 순간을 지나친다고 해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곧 모든 것은 지나갈 거, 꿈꾸는 날이 꼭 올 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