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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l 26. 2024

어린 시절 할머니가 따주시던 옥수수

무릎을 베고 누워 받아먹던 그 맛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여름이면 시골에는 먹을 것이 아주 많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시장에서 사 오는 것이 아니라 밭에 가서 따오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농사 짓지 않지만 그때는 참외도 수박도 밭에 가서 따 먹으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옥수수입니다.





옥수수 하모니카라는 동요가 있습니다.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알 길게 두줄 남겨가지고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안 나.
도미솔도 도솔미도 말로 하지요.


동요처럼 하모니카가 불고 싶어서 옥수수를 길게 두줄 남겨보기도 했습니다.


옥수수를 쪄서 만질 수도 없이 뜨거우면 엄마는 옥수수를 기다란 쇠젓가락에 하나씩 꽂아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저와 남동생은 핫도그라도 받아 든 것처럼 후후 불어가며 옥수수를 먹었지요.


하지만 더 그립고 기억에 남는 것은 할머니가 따주시던 옥수수입니다.




엄마가 남동생을 둘 낳아 기르는 동안 제가 온전히 자랄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어렸던 저에게 옥수수를 손수 따 주셨습니다.


옥수수를 한 줄 입으로 따 먹은 후에 손으로 쥐고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면 옥수수 알갱이만 또르륵 떨어집니다. 할머니는 첫 손녀딸에게 손수 딴 옥수수를 주셨습니다.


저는 할머니 무르팍에 누워서 더 길게, 길게 따달라고 말을 했지요.

"3개는 너무 짧아, 5개 아니 7개씩 따 줘."


그러면 할머니는 손녀의 말을 들어주기 위해 최대한 옥수수를 잘 따보려고 노력하셨을 겁니다.


 



여전히 옥수수를 먹을 때면 할머니가 따주신 옥수수가 떠오릅니다. 그러면 나 혼자 한 줄을 길게 먹은 후에 손으로 옥수수를 따봅니다.


이제는 옥수수를 따주어야 하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할머니는 아직도 정정하셔서 올해 90세를 맞이하셨습니다.


그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업혀서 놀던 기억, 할머니의 무릎에서 놀던 기억. 여름에 피웠던 모기향과 에어컨도 없이 할머니의 손부채질로 잠들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저희 집 옥수수는 여기에서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naver.me/FQI4et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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