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진이 지금까지 남아서
엄마, 참 사진을 많이 찍어줬더라. 예전에 우리 집에 필름 카메라가 있었잖아.
그 사진들이 많다고 생각을 못했는데, 신랑이 말하더라. 정말 사진 많이 찍었다고.
아이를 낳아보니까 사진을 찍게 돼. 너무 금방 자라서 하루하루 다르니까. 지금 사진을 찍어놔야 나중에 지금을 볼 수 있는 거야.
엄마도 그렇게 사진을 찍어줬을까?
사실 어린 시절이 잘 기억은 안 나. 어느 날 엄마가 왕창 쏟아낸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 아, 내가 저렇게 작은 손, 작은 발을 가지고 있었구나. 내가 저런 표정으로 웃을 수 있는 아이 었구나.
어른이 되고 나서 어떨 때는 내가 참 미웠었거든. 나 자신을 볼 때 자꾸 다그치기만 하고 사랑해 주기가 힘들었어. 그런데 엄마가 꺼내놓은 사진을 하나씩 살펴보니 이 작고 귀여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
그래, 그게 바로 나였어.
예쁘다. 참 예뻐서. 엄마는 그 시절 우리 옷을 여태도록 창고에 보관해 놨던 걸까.
그걸 여태까지 보관해 놨냐고 타박했는데. 다시 찾아보니 그 옷을 들고 있는 엄마 얼굴이 참 밝네. 엄마는 어렸던 우리 모습이 선하게 기억이 나나 봐.
엄마가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 것도. 9월에 결혼을 하고 12월에 나를 낳은 것도. 좀 창피하고 속상하기만 했어.
왜 우리 아빠가 같은 사람이랑 결혼을 해서 고생만 하고 살았을까. 좀 늦게 결혼하지. 하고 싶은 거 더 해보고 엄마가 되지.
그런데 집 없고, 엄마 없고, 갈 곳도 없는 애순이가. 양관식에게 달려가서 우는 걸 보니 알겠더라.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엄마는 엄마가 되어서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자기 집, 자기 식구를 가지게 되어서 행복했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