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연습에 문 닫고 들어가다.
그 이후, 오티 안내문자가 계속 왔기에 나는 내가 '합격' 했고 일정 조정만 하면 뮤지컬 팀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뮤지컬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는, 주말에 동동이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했다.
지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괜찮다. 다 괜찮다'라고 말을 했다.
- 주말 연습인데 일정을 바꿀 수가 없다.
- 출동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언제 아이를 봐줘야 하는지 모른다.
- 비상출동이 걸리면 1시간 안에 바통 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지인은 모두 오케이라고 했다. 남은 3달 동안 주말 일정을 비워놓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 오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티를 하는 날 갔더니 오티 날짜가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 보니 나는 단톡방 초대에서 빠져있었다. 뒤늦게 연락이 왔는데 주말 일정이 어렵다고 전달이 되어 명단에서 지워졌다는 것이었다.
아, 그랬다. 그날 아침만 해도 내가 뮤지컬 팀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하늘만 아는 일이었다.
어떻게 되어도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쩔 수 없다고 하셔도 그러려니, 함께 할 수 있다고 하셔도 그러려니.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최종 통보는 '함께 할 수 있다.'였다.
그렇게 앙상블로 한 팀이 되었다. 뒤늦게 합류한 분들이 더 계셨고 그것으로 마음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그즈음에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책에서 인용한 인도 철학자 '나가르주나'의 말이다.
다른 어떤 것과도 무관하게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다른 것에 의존하고 다른 것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한다.
신랑이 도와주지 않으면, 지인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린이집에서 연장보육반을 운영해주지 않으면 나는 연습을 갈 수 없다. 내가 연습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동안 나 잘났다고,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막상 하고 싶은 걸 하려니 나 혼자서는 할 수가 없더라.
꼬리를 내리고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연습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이게 될까? 연습을 시작할 수 있는 걸까?불안하기만 했다.
그렇게 불안해 하다가, 한숨 내려놓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오디션에 붙은 걸 축하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지인은 이 일을 하러 제주에 온 것이 분명하다며 응원을 해 주셨다. 남편은 출근 일정을 일일이 조정해 가면서 연습 날짜를 빼주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모든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연습에 참가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뮤지컬 연습 1주 차가 시작되었다.
*사진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