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게도 단 한 번만에 브런치 작가 신청이 통과되었다.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다음 플랜을 짜고 있었는데 나에게 날아온 메일은 '통과'였다. 그래서 나는 아, 생각보다 쉬운 거였나?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아닌가 보다. 실패. 또 실패. 내 주변에 글을 잘 쓰는 사람들마저 아직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그 들이 글을 못쓰는 게 아니다. 나보다 더 경험도 많고 글도 꾸준히 썼던 사람들이다. 한분은 오랫동안 독서를 하며 하루 3쪽씩 모닝페이지를 하던 분이고, 다른 사람은 소설로 상금도 받고 독립출판도 한 사람이다.
브런치, 이게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사람들 가슴을 아프게 한단 말인가. 콧대가 높아도 너무 높다. 그 차가운 거절 메일을 보는데 내가 다 가슴이 아프더라. 물론 그들만큼이야 아프진 않았겠지만, 도대체 이 안에 뭐가 있다고 그렇게 사람을 걸러대는지 모르겠다.
사실 들어와서 보면 별거 없다. 정말 그렇다. 여기는 어떤 글을 양성하는 곳일까. 다음 메인에 들어갈만한 글들을 뽑아내는 곳인가? 사실 자극적인 소재에 먹을 것, 그런 글이 조회수는 높겠지만 그것 또한 글을 쓰는 정답은 아닐 것이다.
나는 내 지인들과 글을 쓰는 이 좋은 플랫폼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같이 글을 쓰고, 글 쓰는 거 별거 없다. 그런 말을 나누고 싶은데. 도대체 이 브런치는 자기만의 기준을 내 세우면서 오늘도 수많은 글을 반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에세이 원고를 완성하고 출판사에 투고를 시작하면서 내 글의 운명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2022년의 마무리를 이메일 투고로 시작했다. 첫 투고였고, 서툴렀다. 출판사 하나하나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메일을 보냈다. 보낸 다음에야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다시 투고 방법과 원칙을 알아봤다.
후회해 봤자 이미 메일은 보내진 뛰었다. 물론 '발송 취소'를 누를 수도 있었지만 그걸 눌러버리면 다시 투고를 못할 것 같아서 그냥 놔뒀다. 2023년이 되고 열흘 남짓 지난 지금, 내 메일함에는 소복이 '출간 거절 메일'이 쌓이고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 출판이 어려운 일이고 경기도 불황이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거절메일을 받게 되겠지. 예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메일들을 보면서 내 글을 어쩌면 좋을까, 흔들렸다.
지금도 4시 30분에 일어나서 글을 쓰듯이,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4달 동안 새벽에 일어나서 쓴 글이다. 그만큼 애정의 대상이었고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글이다. 그런 글을 나는 너무나도 사랑하는데 이 글을 밖에 내놨을 때 사람들이 나만큼 사랑해 줄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석사논문이 끝내 통과되지 못한 친구를 만나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왜 이렇게 슬픈지도 모르면서 울었다.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고 그만큼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던 논문이 좌절되었을 때, 친구도 울었다고 했다. 가슴이 아파서 커피를 마시다가 걷다가 밥을 먹다가 눈물이 났다고.
언니, 사람한테만 실연당하는 게 아니야.
그래, 내가 지금 실연을 당한 거구나. 내가 애정을 갖고 품고 있었던 글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를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구나.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도 내 글이 사랑을 받을까, 그렇지 못할까를 걱정하고 또 이렇게 다른 글로 내 마음을 달랜다. 그런데 브런치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슬플까. 도대체 이놈의 글이 뭐길래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냔 말이다!
울었던 건 어제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툭툭 털고 일어서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 글쓰기를 놓을 수가 없으니까. 오늘 새벽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 책이 나온다고 나는 이미 작가라고 공책에 100번 쓰기라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