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지금 프린트에서는 A4 72쪽의 원고가 양면 인쇄로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프린트를 하는 동안 딱히 할 게 없어서 그냥 브런치를 틀었다.
포기는 배추 셀 때만 쓰는 거지. 포기인 줄 알았는데 포기가 아니다. 어떻게 내 자식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몇 달 동안 새벽 4시에 붙들고 쓴, 끊임없이 퇴고한 글은 내 자식이다.
응모하려고 하는 건, 말도 어려운 '2023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이라는 거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일 년에 딱 한 번 2월에 지원을 받는다. 올해는 3월 3일까지이다.
쉽게 말하면, 책을 내주는 거다. 총 140편을 선정해서 상금도 주고 책을 낼 돈을 지원해 준다. 편당 출판제작지원금은 최대 600만 원, 저작상금은 300만 원이다. 1편에 지원되는 금액이 900만 원이다. (나를 위한 공모전이다. 오예!!)
지원자격은 개인 또는 출판사. 국내 미발 간 창작원고, 90퍼센트 이상이 완성되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이 지원사업의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원고를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접수받는데, 온라인으로 접수하고 번호를 부여받은 뒤 직접 원고를 프린트해고 제본해서 등기우편으로 부친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할 때도 이메일로 보낸다. 심지어 출판사 투고 안내를 해주는 책에 보면, 직접 찾아가거나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짓은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온라인 업무처리능력이 안되거나 함께 일할 때 힘든 작가일 거라고 넘겨짚게 된다나.
그런데 등기우편으로 보내란다. 이유는 바로 '블라인드 선정'을 위해서란다. 미리 저자와 출판사 이름이 들어가지 않게 해서 오직 내용만으로 선정을 한다는 거다. 그렇게 우수출판콘텐츠가 탄생하는 거다.
브런치에 올렸던 글도 응모할 수 있다. (다만, 브런치북 특별상을 받은 작품은 불가능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간지원을 받거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발간 지원을 받은 원고는 안된다.)
여기에서 선정이 되고 나면, 맘에 드는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11월까지 책을 내야만 한다! 책을 펴내야 상금과 출판지원금이 후불 지급 되기 때문이다.
선정이 되면 웬만한 출판사는 대부분 계약을 해 줄 거라고 한다. 왜냐하면 책 찍는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 저자가 상금으로 책 찍는 비용을 들고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하튼, 지금은 어린이집 방학기간이라서 새벽에 겨우 원고를 보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제본을 뜨고 우편을 보내야 하는 '3월 3일'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다는 거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제본을 해주는 곳을 찾아 서구청 앞 인쇄소까지 다녀올 예정이다. 당일날 바로 떡제본이 가능한지 미리 연락도 해 놨다.
물론, 제본이 어려우면 집게라도 집어서 보내라고 되어있긴 하다. 그래도 굳이 제본을 뜨러 가는 건 책 넘기는 맛이 나야 조금이나마 더 편하게 보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집에 보관용도 하나 뜨고..)
그리고 3월 3일 자 소인을 받아서 우체국에서 등기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결과가 나오는 5월 말까지는 마음 편하게 다른 글을 쓸 수 있겠다.
"원고는 우수출판 콘텐츠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11월에 책이 나왔다. 나는 마음 편히 다른 원고를 시작했다. "
요즘 나의 100번쓰기 주제이다.
제목도 고치고 처음부터 끝까지 문체도 싹 바꿨다. 제목은 살짝 알려드리자면 [엄마여서, 우리는 반드시 함께여야 한다.] 분홍색 야리야리한 책 표지를 상상하며 글을 고친다.
인쇄가 다 돼었으니, 이만 또 교정을 보러 가봐야겠다. 이렇게 퇴고하기가 힘든데 AI가 글을 써준다는 소식을 여기저기에서 접하고 나니 살짝 맥이 빠진다.
AI, 니네가 퇴고의 힘듦을 아니? 넌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다. 아무리 발달해 봤자 이렇게나 자기 멋대로인 인간이 쓰는 글을 따라오지 못할걸!!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