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씨, 내가 사랑하는 바람
아침 6시쯤에 눈을 떴다. 아이가 새벽에 기침을 하지는 않을까. 들어보려고 거실로 나왔다. 다행히 기침은 하지 않았다. 소파에 누웠다. 커튼 사이로 푸른빛이 들어왔다. 바람소리가 들렸다. 행복했다.
바람이 부는 날을 좋아한다. 비는 오는 듯 마는듯하고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흐린 날이 좋다. 태풍이 올라오기 전에 부는 바람을 좋아한다. 무엇인가 벌어질 것 같은 폭풍 전야의 날씨이다. 그런 날이면 나도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평소에는 집에서 글을 쓰지만 오늘 같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얌전히 있을 수가 없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가방에 노트북과 공책을 챙겨서 바람을 뚫고 걸어 나왔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날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시킨다.
우중충한 하늘, 흔들리는 나뭇잎을 잠시 바라본다. 이런 날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다. 모두가 맑은 날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 비가 오는 소리를 듣고 잔다고 했다. 그러면 마음까지 촉촉해진다나.
가끔 오는 날이라서 더 특별한 오늘 같은 날. 바람을 마음껏 맞다가 그대로 날아가 버리고 싶다. 저 멀리까지 아주 멀리까지.
*사진: Unsplash의Khamkéo Vilay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