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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r 08. 2023

2-3. 남편이 이해가 안 갈 때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충돌을 극복하는 법

결혼식날 편지를 한통 받았습니다.


“00아!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결혼해 살다 보면 두 사람의 생각은 같을 때 보다 더 많은 일 들에서 ‘다른 사람’ 이란걸 느끼게 될 거야. 그럴 때마다 연애하며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동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올케한테도 결혼을 축하하며 우리 집 사람이 되어 줘서 고맙게 생각해.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시댁의 둘째 형님께서 동생인 남편에게 써주신 거예요. (참고로 시누가 넷입니다.ㅋ) 결혼식 후에 들뜬 마음으로 신혼여행을 가기 전 같이 읽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반대라는 역경을 딛고 드디어 결혼에 골인하게 되어, 우린 반드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어 똘똘 뭉쳐 잘 살 거라는 생각을 했죠. 다들 결혼 축하한다고 잘살라는 비슷한 메시지들 속에서 형님의 편지는 좀 다르게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형님 결혼생활이 혹시 힘드신 건가?’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하튼 그때는 별로 와닿지 않던 편지였습니다.


남편과 결혼 전에 (부모님 몰래) 2년간의 동거를 했습니다. 그래서 대충 다 안다고 생각했어요. 결혼이나 동거나 비슷하겠지 하고요. 그런데 결혼하니 제일 먼저 경제관에서 부딪히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나니 육아관이 다릅니다. 둘이서만 살 때는 크게 문제 되지 않던 집안일과 정리정돈이, 식구가 넷이 되고 살림살이가 불어나자 결국 문제가 되고요. 남편과 생각만 다른 게 아니라 생활방식까지 다 달라요. 결국 상대가 답답하다고, 각자 서로가 맞다고 우기다가 싸움이 시작됩니다.


사실 사람에 있어서는 옳고 그른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맞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남편이 맞아요. 내가 남편이 이해 안 가면 마찬가지로 남편도 아내가 이해 안 갑니다. 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남편이 틀린 건 아닙니다. 각자의 견해가 다를 뿐인 거죠. 내 생각대로 상대를 판단해서 틀렸다고 보고 내 방식대로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부부간의 갈등이 생기게 돼요. 나는 바꾸려는 노력을 안 하면서 남편만 바꾸려고 하니 될 리가 있나요.


이해 안 가는 남편의 행동에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누가 이러더군요. "남편이랑 얘기하다가 싸우기 시작하면 입을 꾹 닫고 말을 안 해요. 진짜 왜 그러는 건지 답답해 죽겠어요. 말을 해야 속을 알지."

제가 대답했습니다. "어? 그거 난데."

"진짜? 그거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남편 이미 화나서 막말하고 언성 높아지는데 뭔 얘기가 될 리가 있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 나지. 내가 대꾸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혼자 화내다가 말 거를. 같이 얘기하다 보면 나도 기분 나빠져서 싸움만 더 커지고 얘기가 산으로 가더라. 감정이 소강상태가 되고 좀 시간 지나고 얘기하는 게 훨씬 나은 거 같아서."

갑자기 제가 남편들 대변인 같네요. 여튼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요.

얘기 좀 하자는 것도 아내의 입장이지, 남편의 입장에서는 아내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타임일 뿐 일 수 있죠.    



남편이 이해가 안 가고 충돌이 자꾸 생길 때는 이렇게 해보세요.


1. 상대가 이해가 안 가면 그냥 다름을 받아들인다.

2.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음에 다행이라 여긴다.

3. 남편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빼고 본다.

4. 부부 공동의 목표아래 접점을 찾는다.






한 번씩 남편이 저보고 말합니다

"와.. 진짜 이해가 안 가네."

제가 받아칩니다.

"이해가 안 가면 이해하지 마. 그냥 받아들여!"


조금 더 짜증이 났을 때는 속으로만 더 내뱉습니다.

'너의 편협한 사고와 나쁜 머리로는 절대 나를 이해할 수 없지. 이 스몰 마인드 밴댕이 소갈딱지야!'

(절대 입밖에 내면 안됨.) 이해 안 가는 배우자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법은 그냥 다름을 인정하면 됩니다.

학창 시절 공부할 때 이해 안 가는 부분은 음.. 그냥 그런갑 보다~하고 통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오히려 남편이 나와 달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랑 똑~같은 사람 둘이 만났으면 인생에 아무런 발전이 없잖아요. 전혀 다른 사람 둘이 만나서 가정을 꾸렸기 때문에 더 나은 삶이 가능한 거라고요. 나와 안 맞다고 화를 내기 전에 역지사지를 먼저 해보세요. 남편이 나와 다른 생각을 말한다면 “왜 저런 말을 했을까?”하고 그 이유를 마음을 열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며 편협했던 나의 사고가 더 확장될 수 있습니다. 제삼자가 얘기하면 더 신뢰하고 "오~정말?" 하며 잘 받아들이는데, 가까운 남편의 말이라서 더 안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어요. 남편 말대로 했다가 몇 번 별로였던 경험이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더 남편이 못 미더워져 버리니까요. (제가 남편의 신뢰를 몇 번 잃은 적이 있어서.. 남편이 제말을 잘 안 들어요.ㅋㅋㅋ)






어쩌면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상대방에게 있기 때문에 그 ‘다름’에 이끌려 남편을 선택한 것일 수 있습니다.


<나와 남편의 다른 점>

-즉흥적인 나 vs 신중한 남편

-돈만 생기면 여행 가는 나 vs 미래를 생각하는 남편

-내가 제일 중요한 나 vs 남에대한 배려가 중요한 남편

-도전을 좋아하는 나 vs 안전이 제일인 남편


나랑 비슷한 사람을 골라 결혼했다면 약간 패가망신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합니다.ㅋ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 천만다행이라고요. 남편의 입장에서는 별생각 없이 재미만 추구하고 사는 저 같은 마누라가 이기적으로 보일 순 있겠죠. 하지만 자신과 반대의 성향을 가진 아내를 만난 덕분에 안 하던 여행을 시작하고, 서핑을 시작하고,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얻은 겁니다. 안전하지만 약간은 지루한,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 저에게 남편은 끌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ㅋ


-너무 생각이 많은 아내에게는 세상 심플하고 쿨한 남편이 이해는 안 갈 수 있지만 (쓸데없는 걱정을 줄이고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도움은 됩니다.

-집순이 아내에게는 바깥돌이 남편이 이해는 안 갈 수 있지만 (아이 키우는 측면에서 야외활동을 주도하는데) 도움은 됩니다.

-알뜰살뜰 아내에게는 쉽게 돈 쓰는 남편이 이해는 안 갈 수 있지만 (덕분에 비싼 외식도 하고 예쁜 옷도 사 입으니) 도움은 됩니다.

-아이에게 영상노출을 꺼리는 아내에게 게임 좋아하고 티비광인 남편은 이해 안 갈 수 있지만 (아이에게 문화를 즐기는 법을 알려주니) 도움은 됩니다.


그러니 나랑 안 맞고 이해 안 가는 남편을 만나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기면 됩니다.

 





결혼 후 시간이 지날수록 콩깍지가 벗겨지고 부족한 부분만 눈에 들어오게 되죠. 상대방이 해주는 고마운 일, 장점들은 점점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서 불평불만을 하게 됩니다.


혹시 결혼할 때 내가 선택한 배우자에 대해 환상이 있지는 않았나요? 좋은 남편이라면 모름지기 ~해야 한다는 환상과 기대 때문에 남편이 자꾸 부족해 보이고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도 완벽한 아내, 완벽한 엄마가 아니듯이 남편도 마찬가지예요. 티브이나 SNS에 나오는 헌신적인 남편들의 모습은 짜여진 대본, 혹은 일부의 순간만 담은 편집본이에요. 보여주는 삶을 사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완벽한 옆집 남편은 옆집 남편이지 내 남편 아닙니다. 환상 속의 그대는 이제 안뇽~


내가 만들어낸 기대 속의 남편은 이제 놓아줍시다. 나 혼자 남편이 이렇게 해주길 기대하고, 나혼자 괜히 실망하고 서운해하지는 말자고요. 객관적인 눈을 장착하고 원래 있는 그대로의 남편을 바라봅시다. 상대방이 원래 진짜 어떤 사람인지, 나와 어떤 점이 다른지부터 파악하는 거예요. 그것을 알고 행동하면 현명하게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정신 분석가 박우란 님의 책 <남편을 버려야 내가 산다>를 읽으면서 많이 와닿았던 내용이 있습니다.  

"내가 무의식적인 아이로서의 요구를 하면서 상대는 어른이길 바랄 때 갈등과 고통은 증폭됩니다. 실상은 두 사람 모두 아이이기 때문이지요. 완전한 보호와 돌봄과 같은 여성이 가진 환상, 그 못다 한 요구가 남편을 향할 때, 실상 똑같은 아이 상태의 남성이 그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할 때에 심한 좌절과 상처, 극심한 갈등과 고통에 노출됩니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를 아이처럼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두 아이가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고 의지도 하고 서로를 보호하기도 하면서 상대방의 아이스러움을 사랑스러워할 수 있는 관계들도 봅니다. 그런 커플들은 관계가 상당히 원만해 보입니다. 서로의 아이가 보이는 순간은 어른의 시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부부란 정말 아이와 아이가 만나 서로 의지하는 관계인 듯합니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기대와 환상을 걷어내니 실망할 것도 없고 있는 그대로 남편이 잘 보입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좋고, 나아가 서로를 아이처럼 바라봐준다면 더 좋겠죠.


저도 남편을 향한 시선을 조금 바꾸어봤습니다. 키 183, 몸무게 100킬로가 나가는 거구가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라며 무서워하는 모습이 이제는 귀여워 보입니다. 예전에는 덩치만 크고 안전제일주의에 겁 많은 남편이 답답해 보일 때도 있었거든요.(오죽하면 같이 발리 여행 갔는데 남편이 바이크가 무서워서 못 타길래 제가 일주일 동안 뒤에 태우고 다녔네요.ㅋ) 아내가 조금만 우쭈쭈 해줘도 신이 나서 더 잘하려고 하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육아관과 육아방법에 있어서도 아내와 남편은 대립할 수 있습니다. 그 대립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를 위한다”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계속 인식하는 거예요. 아이를 위하는 마음은 엄마나 아빠나 같아요. 어차피 육아에 정답은 없잖아요. 엄마가 꼭 옳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나: 아이는 무조건 따뜻해야 감기 안 걸린다는 일념 하에 “애 춥다!”를 연발. 본인이 추위를 잘 탐. 한여름에도 장판 켜놓고 뜨끈하게 지지는 걸 즐김. 아이스음료 절대 안 먹음.

남편: 아이가 더워서 잠 못 자고 땀띠 난다고 맨날 시원하게 해 주라고 함. 따뜻한 기모 같은 옷은 극혐 해서 절대 못 사게 함. 자꾸 창문을 활짝 열어젖힘. 본인이 더위를 잘 탐.


이렇게 사소한 것부터 부딪혔어요. 아이가 어릴 때는 말을 못 하니 더운지 추운지 알 길이 없죠. 알고 보니 첫째 딸아이는 아빠 닮아 열이 많은 체질이라 열 발산이 잘 안 되면 아토피가 생길 수 있다고 하네요. 애가 말하기 시작하니까 ‘더워! 더워!’, ‘이 옷은 답답해서 싫어!’, ‘창문 좀 열어줘!’를 입에 달고 살아요.  


나와는 정반대의 체질을 가진 남편이 있어 열 많은 아이의 마음을 그나마 알아줬었던 거였어요.ㅋ 엄마도 아빠도 아이를 위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엄마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고 남편이 나와 다른 생각이어서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음에 다행이라고 여겨야 합니다. 영상노출, 음식, 놀이 등 모든 부분에서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해라, 저떻게 해라라는 육아서는 하나의 참고할 지식일 뿐 사실 우리 집의 환경을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엄마가 육아에 대해 아빠보다 더 많이 공부했다고 해서 강요할 필요 없습니다. 아이를 위한다는 두 사람의 마음을 모은다면 가정의 상황에 맞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도 엄마 아빠가 다른 육아방식을 가진 것을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법을 배웁니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겠어요. 이 사람을 대할 때는 이렇게, 저 사람을 대할 때는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가정에서부터 알게 되는 것도 괜찮습니다.






부부는 공동의 목표가 있습니다 "우리 가족 잘살기"

경제적 기반을 다져야 하고, 아이를 잘 키워야 하고, 잘 먹고 재밌게 잘 사는 것.

남편과 아내가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은 정상입니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이 잘살자는 공동의 목표 아래 부부의 접점을 잘 찾으면 가장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믿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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