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정보에서 벗어나기
육아법에 대한 이야기는 끝도 없이 쏟아진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세월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고 엄마마다 다르고 아이마다 다르다. 그러니 굳이 남의 것, 남의 말을 너무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 엄마 자신의 것, 엄마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내 육아의 답은 나만이 가지고 있다.
많이 알게 된 엄마는 머리가 복잡하다.
아이와 단순하게 잘 지내면 될 것을,
모든 행동이 ‘내가 들은 좋다는 것’과 비교하게 된다.
아이와 관련된 물품을 조금만 검색해도, 인스타에서는 육아 관련 정보가 자동으로 노출되었다. 아이와 나의 소중한 추억을 한 장 올리기 위해 접속을 해도, 내가 원하지 않는 육아 정보들과 물품들의 광고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나는 결국 그것들을 하나씩 다 보고 있었다.
‘이런 것도 있네? 이거 쓰면 편하겠다!’ 하며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사이트의 찐후기들을 읽어보느라 시간을 한참 허비했다. 아이를 위한 물건을 알아보느라 정작 아이는 방치되었다. 엄마~엄마~ 불러도 “잠깐만~ 엄마 뭐 좀 알아보고 있어~” 하며 대충 넘겼다. 그러다 결국 대부분의 물건은 사지 않았고, 어쩌다 산 물건도 광고에서 보여주는 만큼 정말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는 광고와 정보는 엄마의 피로도를 높인다.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티비는 시간 잡아먹는 귀신이라는 사실을. 쉬려고 켰는데 정작 쉬지 못한다.
티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금쪽이 프로에 시선이 꽂혀 우리 집아이는 금쪽이가 아닌데도 너무 이입한다거나, 미리 그렇게 심각해질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기도 한다. 육아에는 00이 중요하다는 사람을 보면 그 부분에 갑자기 집착하기도 한다. 또한 누군가 육아를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며 내 비루한 육아와 비교를 하기도 한다.
육아맘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불필요한 육아정보까지도 모두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엄마이다 보니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된다. 그래도 의식적으로라도 덜 검색하고 적당히 차단해서 넘치는 지식을 덜어내야 머리가 편해진다.
사실 요즘 엄마들은 인터넷으로 육아를 배우는 셈이다. 유튜브에는 각종 육아채널이 있고, 초보 엄마들에게 육아 꿀팁을 방출한다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오만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앱을 깔고 가입을 하면 각종 육아용품 샘플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며 유인을 하기도 한다. (나도 임산부시절 그렇게 만삭사진을 공짜로 찍기도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에게 도움이 되기는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아기가 신생아 딱지를 떼면서 다 지워버렸다. 아기가 조금 자라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들이 생겼다. 아이가 점점 자라날수록 누워만 있던 시절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아이가 떼쓰기 시작했고, 하루 종일 실랑이를 하며 어느 순간 나도 버거운 육아로 나날을 보냈다.
엄마가 처음이니까 뭐가 맞는지 모를 일이 맞다. 누군가가 그렇다고 하면 그게 정답이라고 느껴진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 안되니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검색을 해본다. 블로그에 누군가가 정리해 놓은 내용부터, 맘카페의 비슷한 고민의 글에 달린 댓글들을 읽어본다. 하지만 이말 저말 다 듣다 보면 이래야 할까, 저래야 할까 싶어 져서 오히려 ‘내 것’없이 육아에 길을 잃고 만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도 넘치고 있으니 내가 잘 모른다고 해서 남의 말에 너무 의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요즘은 “육아서 많이 읽은 엄마가 운영하는 육아 정보 계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걸 본다. 육아서 백 권쯤 읽고 다른 엄마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런 육아계정을 만들어 정보를 만들어 올리는 엄마들은 정말 훌륭하다. 그 엄마들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자기 생각에 중요하다는 내용을 올리는 것일 테니까. 문제는 보는 사람이다. 보는 사람은 다양한 사람이 올린 ‘중요하다’는 내용을 접하므로 이것저것 다 중요해 보인다.
애착에 대해 강조하는 글을 보면 나와 아이사이의
애착을 걱정하게 된다
책육아를 강조하는 글을 보면 책 안 읽는 나의 육아를 걱정하게 된다
화내면 아이의 정서가 불안하다는 글을 보면
화낼 때마다 걱정하게 된다
영상노출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보면
티비 보여줄 때마다 걱정하게 된다
엄마들은 정보가 많을수록 육아를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은 뭘까 놓친 것은 뭘까하며 휴대폰으로 이런저런 육아법을 자꾸 보게 된다. 그런 정보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고, 자신만의 소신이 있고,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알면 알수록 더 잘하는 게 아니다
알면 알수록 더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좋다는 것을 이미 알았는데
그것을 실전에서 행하지 못할 때의 마음이 어떤가.
내가 부족한 엄마인듯한 자괴감과 우리 아이가 나 때문에 잘못될 것 같은 불안감이 같이 온다.
넘치는 정보는 엄마를 더 예민하게 만든다.
어떻게 말해줘야 하는지, 어떻게 재워야 하는지,
어떤 것을 먹여야 하는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를 육아서로 보았다면 거기에 생각이 얽매이게 되어 엄마의 육아는 더 어려워진다.
좋다는 것을 다 하고자 하니 엄마는 인내가 한계에 다다라서 결국 하기 싫어지기도 한다. 육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본능대로, 훨씬 유연해져도 괜찮다.
정말 모르고 궁금한 것이 있을 때, 해결하고 싶은 답답한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은 찾아보는 것이 맞다.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하면 육아에 확신이 생기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육아정보를 조언으로 삼지는 말자.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엄마인데, 내가 못하는 부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어떤 육아를 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그것을 꼭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친정 엄마가 육아를 도와주러 왔다가 딸과 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친정 엄마는 옛날방식대로 (해도 별일 없다는 걸 알고)하는데, 인터넷에서 이래라 저래라를 본 딸은 친정엄마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충돌이 일어난다. 좋다는 것에 욕심이 난 나머지 괜히 가족들 힘들게 만든다. 남편이 하는 육아도 속 터지고 못 미더워서 불만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폰으로 금방 육아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편리한 세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정보가 다양해서 뭐가 맞는지 더 모르겠는 복잡한 세상. 겉으로는 없는 게 없는 풍족한 세상이지만, 정작 내 마음과 내 생각은 공허해지고 병드는 세상.
좋다는 게 너무 많으니 그 좋다는 걸 다 하지 못해서 드는 불안감, 현실의 나와 비교하면서 드는 자괴감, 남들은 다들 이렇게 한다는데~하며 대세와 먼 것 같아 하락되는 자신감, 욕심대로 되지 않아 부족함이 없음에도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마음. 이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육아맘의 대부분은 매체를 통해 이런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과잉 정보에서 벗어나는 것이 엄마가 조금이나마 편해지는 길이다.
눈과 귀를 좀 닫자. 엄마 스스로 만족스럽지도 않고 대충 키우는 것 같은데도 실제로는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그러니 본인의 육아에 자신감을 가지기 바란다. 엄마가 편한 대로 해도 충분히 괜찮다.
나에게는, 우리 아이에게는 내가 가장 전문가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우리 집 환경과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아니까. 나만의 방식이 최고라고, 잘하고 있다고 믿었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귀를 닫고 마음속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자. 너무 많이 알아보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된다. 좋다는 것들을 쭉 읽다 보면 나는 한 번씩 쓰레기 같은 엄마로 느껴진다. 육아의 세계는 많이 안다고 해서 쉬워지지도, 잘하게 되지도 않는 세계다.
또한 그만 찾아보자. 실제로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다. 대부분 내 육아의 부정적 상황들은 일반적인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시시각각 변하기에 지금의 문제가 있더라도 전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 내가 무슨 걱정을 했는지 떠올려보면 기억도 안 나거나 우스운 것도 많다
우리는 아이를 열 달 품어 배 아파서 낳은 엄마기에. 몰라도 다 하게 돼있다. 아니,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려 괜한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나만의 방식에 더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